네이버 노사, 협정근로자 외 다른 쟁점은 없나

[이슈진단+] 네이버 노사 갈등 고조…파업 치닫나(중)

인터넷입력 :2019/02/19 17:46    수정: 2019/02/20 08:50

지난해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 인터넷 기업들의 노조가 설립된 가운데, 중점 협상안을 두고 네이버 노사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노조 측은 20일 첫 쟁의행위를 예고한 상태다. 이에 일반 이용자들이 가진 인터넷 노조에 대한 인식과, 노조 측이 가능성을 열어둔 네이버 파업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또 다음 기사에서 노사 양측의 입장과 속내, 원만한 협상 방안은 없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협정근로자’ 지정 여부를 두고 네이버 노사 간 입장 차로, 노조 측이 회사에 제시한 요구조항들이 협상 테이블에 제대로 오르지 못하고 있다. 노사의 원만한 합의를 위한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노조 측은 사측의 협정근로자 요구에 가로막혀 있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에 상정된 나머지 11개 조항에 대해 회사 입장을 요구하는 상태다. 그러나 사측이 협정근로자 지정 수용을 이유로 대화할 자세조차 갖추지 않아 노조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사진=네이버노조

특히 외부에 협정근로자 이슈만 부각될 뿐, 네이버 구성원들의 정당한 요구가 묻힌다는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노사 양측의 주요 쟁점사안인 협정근로자 이슈 외에 노조 측이 사측에 수용을 요구한 조항과, 이들의 속내를 좀 더 깊이 들어봤다.

■ 중노위 조정안 거부한 네이버...이유는?

먼저 노조는 회사가 중노위 조정안을 거부한 이유로 협정근로자 지정 요구만 언급할 뿐, 다른 조항에 대한 의중을 파악할 수 없다는 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네이버 노조가 포함된 화섬식품노조 임영국 사무처장은 “회사는 협정근로자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있다. 중노위 조정안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며 “사측이 노사 대화 이후 제시한 요구안은 기존 기준에 따른 것이지 새로운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체행동 찬반에 대한 노조원들의 설문조사 참여율이 90% 이상인 것은 이 같은 회사의 (일방적인) 태도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측은 협정근로자 지정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 다음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모든 논의 이전에 협정근로자 포인트를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사 간 줄다리기는 지난해 5월 노조가 직원 2천여 명의 의견을 수렴한 125개 조항이 담긴 단체교섭 요구안을 먼저 회사에 전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현재는 노사 협상이 일시 중단된 상태지만, 그간의 대화로 교섭의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5일 12차 교섭에서는 노조가 제시한 핵심조항 10개와 회사가 제안한 2개안을 포함해 차기 교섭에서 집중교섭하기로 합의를 이뤘기 때문이다.

네이버-노조 관련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안. (사진=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 지회 '공동성명')

이 12개 조항은 네이버 노사의 교섭이 최종 결렬된 이후 중노위 조정에 상정됐다. 또 중노위는 ▲유급 리프레시 휴가 15일 ▲출산전후 휴가 중 남성 출산휴가 유급 10일 ▲인센티브 지급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전직원에 설명 등 3개 조항에 대한 중재안을 제시했다. 나머지 9개 조항에 대해서는 ‘노사 간 성실히 교섭하여 정한다’고 명했다. 중노위는 재량으로 몇 가지 조항을 뽑아 조정안을 낼 수 있었는데, 3개 조정안 모두 노조 측이 요구했던 것이었다.

이에 노조는 중재안을 쉽게 수용했고 회사는 거부했는데, 이때 협정근로자 지정 부분이 중재안에 들어가지 않고 성실히 교섭해 정하기로 한 부분으로 밀려나면서 노사 타협의 가능성은 더욱 멀어졌다.

중노위 조정안 3개 조항을 제외하면 노조 측 요구 조항은 7개다.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 유급으로 인정(총회 및 교육 참석) ▲홍보활동 보장(커넥트 게시판, 이메일 사용 등을 통한 홍보 보장) ▲경영의 원칙과 공개(경영상 주요 결정에 대해 조합이 요청할 경우 설명) ▲휴식권 보장(퇴근 후, 휴가 시 개인 SNS를 사용한 업무지시 금지) ▲육아휴직(기간 2년으로 연장)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 ▲주택자금대출 한도 1억원으로 확대 등이다.

사측 요구 조항은 중노위 3개 조정안에 포함되지 못한 ▲협정근로자 지정 ▲노조 단체협상 적용 및 가입 범위(리더급 및 경영지원 부서, 비서, 운전기사 등 포함) 등 2건이다.

임 사무처장은 “회사는 복지후생, 모성보호, 산업안전보건 등의 근로조건 개선에 대해서 지금껏 아무런 안도 제시한 바가 없다”면서 “중노위 조정안 3가지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혀놓고, 거부 이유로 협정근로자를 들먹이는 것도 궁색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이런 태도는 곧, ‘근로조건 개선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들어줄 수 없고, 단체행동은 법적으로 보장된다 하더라도 그건 인정할 수 없다’는 표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달리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노조 “카카오보다 매출 높은데, 복지 떨어져“ 불만

네이버 노조가 노조원을 모으고 경영진에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리프레시 휴가 부분의 경우 경쟁사인 카카오보다 네이버가 뒤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임 사무처장에 따르면 노사가 논의하는 12개 조항 중 리프레시 휴가에 대한 네이버의 복지 수준은 카카오에 비해 부족하다. 네이버는 ‘리프레시 휴가 지원금’을 지원했지, 쉴 수 있는 ‘리프레시 휴가’를 직원들에게 주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네이버와 노조에 따르면 기존 리프레시 휴가 관련 규정 상 리프레시 휴가를 신청하면 연차에서 휴가를 소진해야 하고, 휴가 1일당 평균임금의 120%를 지원금으로 제공했다. 즉 연차와 별개로 리프레시 휴가를 준 것은 아니었다.

네이버 분당 사옥(사진=지디넷코리아)

해당 규정 취지와 관련해 네이버 관계자는 “애초에 휴가로 주면 되지 왜 지원금을 줘서 헷갈리게 했느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 직장인들이 휴가를 가고 싶어도 못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1년에 28일이나 갈수 있으면 좋지만 실제로는 10일도 제대로 못쓴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휴가 대신에 평균임금의 120%를 줄테니, 그걸로 (연차를 써서) 마음껏 쉬다오라는 취지였다”고 덧붙였다.

노동법상 2년 만근시 3년차 기준 법적 연차휴가 16일을 쉴 수 있다. 노조가 10대 요구사항 중 하나로 연차와는 별개의 리프레시 휴가 20일을 추가로 줄 것을 요구하면서, 회사는 대응안으로 ‘법적 연차휴가16일 + 리프레시휴가 12일’을 제시했었다. 이 내용으로 중노위에도 신청됐다. 그러나 노조는 지원금 대신 연차와 별개의 리프레시 휴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리프레시 휴가 12일은 동종업계 대비 적다는 입장이다.

임 사무처장은 “네이버는 카카오 등과 동종업계 대비 매출은 더 높은데 복지는 비교된다”며 “특히 리프레시 휴가는 카카오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와 비교하면 그곳은 3년 근속 시 리프레시 휴가 한 달을 주고, 휴가비 200만원도 지급한다”면서 “노조가 20일의 리프레시 휴가와 200만원의 휴가비를 지급하라는 대표조항을 내세웠을 때, 회사는 기존 제도를 변형해 12일의 유급휴가를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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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그는 “휴가 대신 근무할 경우 일급의 120%를 지급하는데, 연차휴가 10개에 대해 120%를 적용한 일급을 유급휴가 12일로 환산한 것밖에 안 된다”며 “중노위가 조정안을 제시한 것을 카카오 비율로 환산해 봐도 카카오의 휴가 수준에 비해 떨어졌지만, 노조는 첫 중노위 조정인 만큼 수용하려던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네이버 관계자는 “복지 제도는 회사마다 환경이 다르므로 어느 것에 중점을 둘 지 차이가 난다. 네이버는 연차휴가가 근무연한에 따라 추가되며 보건휴가를 보장하고 경조비, 상해보험 지원, 식사 지원 등 카카오에서 도입하지 않는 복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안식 휴가 하나만을 갖고 카카오가 복지가 더 좋다는 것은 회사의 환경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