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 인터넷 기업들의 노조가 설립된 가운데, 중점 협상안을 두고 네이버 노사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노조 측은 20일 첫 쟁의행위를 예고한 상태다. 이에 일반 이용자들이 가진 인터넷 노조에 대한 인식과, 노조 측이 가능성을 열어둔 네이버 파업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또 다음 기사에서 노사 양측의 입장과 속내, 원만한 협상 방안은 없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네이버 노사가 협정근로자 지정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노조의 첫 쟁의 행위와 향후 협상 가능성과 방안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노조가 파업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 파업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노사 갈등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해법에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해결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안건들은 어느정도 마무리 됐다고 판단, 서로가 대척점에 있는 협정근로자 지정에 대해서는 결국 노사간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협정근로자 지정이 노동법에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양측이 결국 대화와 양보를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 "협정근로자, 관행적 용어…서로 양보해야"
19일 노동법률 전문가 등에 따르면 협정근로자라는 단어는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쓰는 용어로, 노사 단체협약에서 법적으로 지정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사측은 노조가 쟁의 행위를 할 때에도 서비스가 유지돼야 하기 때문에 협정근로자를 지정해 서비스에 피해를 가지 않도록 하길 원하고 있고, 노조 입장에서는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협정근로자 지정은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노동법에는 필수유지업무 사업장에서 사업 운영에 필요한 근로자들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유지업무제도를 두고 있다. 필수유지업무제도는 노동조합의 쟁의권을 전면적으로 보장하지만, 일부 중요한 사업을 유지, 운영하도록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입법으로 제정됐다.
그러나 네이버는 필수유지업무 사업장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이 제도를 실행할 의무가 없고, 협정근로자를 지정하고 싶으면 노사 합의를 통해 진행돼야 하는 것이다.
노사가 계속된 교섭에 실패한 후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을 통해 조정안을 받았으나, 협정근로자 지정에 대해 양측이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단체협약은 결렬됐다.
중노위 관계자는 "협정노동자는 법에 없는 용어고, 쟁의에 참여하지 않는 노동자를 정하는 것은 노사가 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무엇보다도 화합과 상생을 위해 서로 양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단체협약은 결렬됐으니 이 건으로 또 한 번의 조정은 불가능하다"면서 "임금협약 건으로는 새로운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회사측 "안정적 서비스 유지 필수...대상과 범위는 추후 논해야"
지난해 4월 네이버 내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후, 사측은 노조와 15차례 교섭에 임했다. 사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회사는 노조의 전임 활동 보장 및 임시사무공간 제공 등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노동위원회 조정 결렬 이후 노조로부터 공식 대화 요청을 받은 것은 없으며, 기자회견도 기사를 통해 먼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측을 대변하는 한 노동법률 전문가는 협정근로자 지정을 안정적인 서비스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전제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사측이 단체교섭에서 협정근로자 지정을 제안한 것은 노조가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사용자, 사업자, 광고주에게 최소한의 정상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는 설명이다.
특히 사측이 노조원의 80%를 협정근로자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노조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대상과 범위는 대화로 정할 문제일 뿐,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회사는 노조의 전임 활동 보장 및 임시사무공간 제공 등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지금도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노조측 "네이버 협정근로자 요구 대상 아냐...노조 교섭 노력 알아줘야"
노조를 대변하는 한 노동법률 전문가는 필수유지업무 사업장에 해당되지 않는 네이버가 협정근로자를 요구하는 것은 법적으로 맞지 않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입장에서는 협정근로자 인원을 줄이고 싶을 것이고, 사측은 더 많은 인원이 쟁의에 참여하지 못하게 만들고 싶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필수유지업무제도가 병원이나 도시철도사업과 같은 사업장은 노조원 모두 파업에 참가하면 생명안전이나 공중의 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인력만 업무에 투입되도록 하는 법적 취지인데, 네이버 노조의 약 80%가 쟁의 활동 중에 업무를 지켜야 할 필요는 없다는 논리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네이버 서비스에 필수적으로 투입돼야 하는 인원만 (협정근로자)교섭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지 않나 싶다"며 "판단 기준이 어렵지만, 객관적인 근거에 의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이 전문가는 노조 측이 중노위의 의견을 받아보면서까지 중재를 하고자 했던 노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노조가 객관적인 기관의 판단에 근거해 교섭을 하려고 노력을 했다"며 "앞으로 노사가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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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쟁의행위 이후에도 양측이 쟁점 사안인 협정근로자 지정 여부를 두고 대립각을 세울 경우, 노조의 파업 가능성도 엿보인다. 관련해 지디넷코리아와 오픈서베이가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대중들은 네이버 등 인터넷기업의 노조 설립에 대해서는 상당수가 찬성하면서도, 네이버 파업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이 더 우세했다. 노조 활동으로 구성원들의 권익 향상에 공감대가 많기도 했지만, 네이버의 안정적인 서비스 유지를 바라는 목소리도 컸다.[☞관련기사 보기: 네티즌, 인터넷 노조 ‘찬성’ 네이버 파업엔 ‘반대’ ]
이에 더욱 노사 양측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대로 회사와 구성원, 이용자 모두의 화합과 상생을 위한 양보가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막혔던 양쪽의 대화 창구가 열리고, 단절돼 있던 노사가 협상의 테이블로 다시 나오는 것부터가 양보의 시작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