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출시 스마트폰 정보, 왜 자꾸 샐까

생산 기지 중국·베트남 등 해외 이전 이후 '심화'

홈&모바일입력 :2019/02/06 08:00

매년 열리는 스마트폰 신제품 공개 행사가 점점 더 흥미를 잃고 있다는 평이 많다. 야심차게 준비한 새로운 혁신 기능이나 제원이 유출되는 것은 물론 최근엔 아예 선명한 제품 사진이 통째로 공개되기도 한다.

최근 유출된 삼성전자 갤럭시S10 시리즈 사진. (사진=에반블라스@evleaks)

기업의 비밀 무기인 신형 스마트폰 정보가 자꾸 새는 이런 현상은 삼성전자나 애플 등 주요 제조사가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로 생산 기지를 옮기면서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이점이 있는 반면 보안 유지는 상대적으로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 관련 업계 "선진국일수록 통제 쉽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히려 선진국에 가까울수록 제품 보안이 잘 지켜진다고 말한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대형 제조사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회사는 자체 생산 라인 이외에 별도로 생산 라인을 꾸리고 오직 한 공급사를 위한 부품만 대량 생산한다. 출입시 스마트폰 카메라 봉인은 기본이며 보안 요원까지 이중으로 배치되어 작업자를 감시한다. 아예 해당 공정을 가리키는 명칭이 따로 있을 정도다.

또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서로 묻지도 대답하지도 않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다. 자칫 잘못하면 연간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이 깨지는데다 이를 유출한 당사자 역시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 소송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잃을 것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로 생산 기지를 옮기며 정보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애플)

그러나 주요 제조사가 중국이나 베트남 등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면서 미출시 제품의 정보가 유출되는 사례는 점점 더 늘고 있다. 자기 과시욕 뿐만 아니라 일정한 금전적 보상을 바라고 언론에 이를 흘리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 전 세계를 한 바퀴 돈 'G5 모듈식 디자인'

애플 아이폰이나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와 달리 LG전자 G시리즈나 V시리즈 관련 유출은 비교적 적게 일어난다. 비교적 기밀 유지가 쉬운 국내 협력업체에서 많은 부품을 공급받는 것도 한 이유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통제도 가끔씩 일어나는 사고(?)를 막지는 못한다. 2016년 1월 씨넷코리아가 단독 보도한 G5의 모듈식 디자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씨넷코리아가 공개한 LG전자 G5의 모듈식 디자인. (사진=씨넷코리아)

배터리가 분리되는 데다 다양한 액세서리를 추가 장착 가능한 새로운 디자인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당시 포브스와 폰아레나, 나인투파이브구글 등 해외 유명 매체가 앞다투어 이를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아쉽게도 이런 관심이 의미 있는 매출 성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 "과음 탓?" 아이폰4 시제품 술집서 분실한 애플 엔지니어

애플은 지난 2010년 출시 직전인 아이폰4를 테스트하던 한 엔지니어가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시의 한 술집에서 분실하는 재앙(?)을 겪은 적이 있다.

2010년 당시 기즈모도가 공개한 아이폰4. (사진=기즈모도)

분실한 아이폰4를 발견한 이는 이를 곧바로 IT 전문 블로그인 기즈모도에 5천달러(약 560만원)에 팔아 넘겼고, 기즈모도는 "이것이 새 아이폰"이라며 2010년 4월 글로벌 특종 기사를 냈다.

그러나 아이폰4를 돌려받은 애플은 기즈모도를 장물죄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아이폰4를 팔아 넘긴 이들은 경찰과 법정 신세를 져야 했다. 또 당시 CEO였던 스티브 잡스의 심기를 건드린 기즈모도는 몇 년간 애플 행사 취재를 거의 포기해야 했다.

■ 애플 "언론인과 애널리스트를 멀리하라"

애플은 지난 해 4월 내부 웹사이트 공지사항을 통해 "2017년 내부 유출자 29명을 적발했고 그 중 12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실직자가 됐을 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도 못 구하게 됐다"며 정보 유출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애플은 "미출시 제품 정보가 유출되면 현재 모델의 매출이 떨어지고 경쟁사가 베낄 시간을 벌어준다"며 언론인과 애널리스트, 블로거를 멀리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애플이 스스로 공개한 iOS나 맥OS 베타 버전을 통해 제품 정보가 유출되는 경우가 잦다. 애플 홈팟과 아이폰XR의 형상도 iOS 베타 버전을 통해 최종 확인됐다.

■ 애플도 막지 못한 궈밍치의 입

그런 애플마저도 어찌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대만 국적 애널리스트, 궈밍치(郭明錤)다. 그는 매년 중국과 대만 등지의 부품 공급 업체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매년 거의 실제 제품에 가까운 예측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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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관련 실적과 시제품 예상으로 잘 알려진 대만 국적 애널리스트, 궈밍치 (사진=디지타임스)

그러나 궈밍치는 10년 가까이 몸담았던 대만 2위 증권사인 KGI증권을 지난 해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만뒀다. 그의 석연찮은 행보에 어떤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과 애플 팬들이 실망에 빠진 것도 잠시, 그는 홍콩 티엔펑국제증권으로 이직해 여전히 애플 관련 예측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