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판매량 감소로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무역 갈등으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영향도 있지만, 아이폰 고가 전략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애플은 회계연도 1분기(지난해 10~12월)에 매출액 843억1천만 달러(약 94조2천억 원), 순이익 199억7천만 달러(약 22조3천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 0.5% 줄어든 수준으로, 같은 기간 아이폰 매출은 519억8천만 달러(약 58조1천억원)로 15% 하락했다.
애플은 당초 이 기간 매출액이 890억~930억 달러 수준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달 초 중국 경제 악화와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아이폰 판매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며 매출 전망치를 840억 달러로 수정했다. 기존 전망치보다 90억 달러 가량 낮춘 것.
실제 애플의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7% 감소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국 내 아이폰 출하량은 22% 줄었다. 중국 선두 스마트폰 업체들의 출하량이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눈여겨 볼 점은 아이폰 출하량이 이미 예고됐던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등 다른 큰 시장에서도 모두 감소했다는 점이다. 아이폰 매출 감소의 원인 비단 중국과의 갈등 때문망는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다.
혁신 없는 고가 아이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 지도 오래다. 지난해 말 애플이 보조금과 보상판매 정책 등을 강화하며 부족한 판매량을 채우기에 급급했던 이유다.
전 분기까지만해도 애플의 고가 전략에는 문제가 없어보였다. 지난해 2·3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음에도 매출액은 20% 증가했다. 애플은 이후 더 이상 아이폰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보란듯이 높았던 매출액이 뚝 떨어진 것은 지나친 고가 전략에 대해 앞서부터 제기됐던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애플이 지난해 선보인 아이폰 신제품은 최상위 모델이 국내 기준 200만원에 이른다. 이에 지난해 3분기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년 동기 대비 150달러 상승한 793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이폰의 높아진 가격과 혁신은 비례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매출액과 별개로 점유율은 꾸준히 감소했다. 아이폰 이탈자들이 지속 늘었다는 뜻이다.
그 사이 화웨이가 애플을 제칠 것이라는 전망은 현실이 됐다. 지난해 2분기 화웨이가 처음 애플을 넘어섰을 때만 하더라도 '오래 가지 않을 거다'는 답변을 내놓는 분석가들이 있었지만, 화웨이는 그 다음 분기에도 세계 스마트폰 2위를 굳혔다. 이제 중저가 스마트폰뿐 아니라 신기술을 채택한 고가 모델로 삼성전자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가격을 낮추는 전략으로 백기를 들었다. 현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환율 영향을 받은 일부 국가의 아이폰 가격을 낮추겠다고 밝힌 것. 10년 만에 아이폰 최신 모델을 할인 판매하기도 했다. 다만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자금을 소모해 판매량을 보존하는 것은 단기적인 판매량을 회복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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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분기 애플의 실적도 위태롭다.
증권가에서는 애플이 회계연도 2분기(올해 1~3월)에 전년 동기 대비 4% 줄어든 590억 달러(약 65조8천억 원)의 매출액으로 둔화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