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해 P2P대출업계는 '고난의 시기'를 보냈다. 일부 P2P대출업체가 투자자들의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하거나, 사기성 행위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투자자들의 발길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당국은 한국P2P금융협회와 함께 법제화에 시동을 걸었고 일부 의원들이 법을 발의한 상태다.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한 새로운 가이드라인도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 중이다. 법이 언제 통과되느냐, 하부 시행령은 어떻게 마련되느냐 등 아직 과제가 산적해있지만 건전한 P2P대출업체는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이 시기를 견뎌내고 있는 상태다.
테라펀딩 대표이자 한국P2P금융협회장을 맡고 있는 양태영 회장을 지난 15일 서울 역삼 테라펀딩 사무실에서 만나, 올해 업계의 전망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 내년 상반기 법 시행 예상…'불량업체' 걸러진다
양태영 회장은 올해와 내년까지 부실하고 불량한 업체들이 대폭 걸러질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양태영 회장은 "올해 상반기에 법이 국회를 통과되면 시행령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린다. 내년쯤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이라며 "발의된 법안에는 P2P연계금융업으로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영업이 어렵거나 사기·횡령으로 얼룩진 업체는 등록이 어려워져 법이 시행되면 P2P대출업계가 새로 출발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발의된 법안에는 투자자 보호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P2P대출업체가 취급하는 대출에 대한 공시 내역이 대폭 늘어나며, 운영 업체에 대한 건전성도 투명하게 높아진다는 내용이 골자다. 양 회장은 "금융위에서 P2P대출업체가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는 것 같다"면서 "업계 목소리도 수용하는 등 P2P업체를 육성시키려는 의지도 느껴진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만, 발의된 법안에 아직은 미비한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양 회장은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대량 투자를 한다. 한 업체의 대출채권을 묶어서 사는데, 국내는 이런 것이 안된다"며 "어떤 기관투자자들이 P2P대출업체 사이트를 들어가서 500만원, 1천만원 식의 소액 투자를 하겠나"고 지적했다. 그는 "대출 한도의 기준을 만들어놓으면 P2P대출업체가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아직도 '빙하기'…제도권 금융되면 성장할 것
양태영 회장은 현재 P2P대출업계가 여전히 빙하기에 있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업계 자체가 힘들다. 하위 업체들은 개점 휴업상태"라며 "폐업을 하고 싶어도 투자자들에게 받은 돈을 돌려줄 때까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처음부터 나쁜 생각을 먹고 진입하는 업체만 있는게 아니다. 돈이 안모이니 악순환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P2P대출업체가 취급하는 대출이 한계가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양 회장은 "그림 담보대출을 예로 들어보자. 그렇다면 P2P대출업체는 이 시장의 전체 크기를 봐야 하는데 지속가능한 시장이 많지 않다"며 "P2P대출은 고객을 한 명 모셔오긴 어려운데, 떠나보내긴 쉬운 구조다. 연체가 한번만 생기면 투자자들이 우루루 떠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원금이 보존되는 상품만 하면 업체가 성장하긴 어렵고, 그렇다고 손실을 내면 투자자들이 떠난다"며 "이렇지 않은 적정한 대출 상품이 필요한데 말처럼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양 회장은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될 경우 업계의 성장이 점쳐진다고 말했다. 양태영 회장은 "도덕적인 사람들만 창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투자자 보호정책이 정리되고 투자자가 안심하고 들어올 수 있는 유인이 돼 업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제2의 도약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며 "법 시행 전 업체들은 기초체력을 갖추고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법 시행과 맞물려 내년부터 P2P대출 투자자의 세율도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 이 역시 투자자들의 끊어졌던 발길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P2P투자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을 25%에서 14%로 낮추는 안을 2020년 1월 1일 시행하기로 의결했다.
■ 기존 금융사와 경쟁 두렵지 않아
제도에 편입되면서 기존 대형 금융사와의 경쟁도 촉발될 가능성도 높다는 질문에 그는 "물론이다. 대기업이 뛰어들 수 있다"며 "P2P대출업체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예로 들면 금융사는 아주 큰 건만 진행해 우리의 평가모델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년에 수십, 수백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데 여기에 맞는 평가모델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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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재 양분화된 협회도 언젠가는 단일화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양태영 회장은 "법안에 협회가 들어간다. 대부업협회처럼 협회 가입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이라며 "양분화돼 있지만 가입 회원사 수, 인프라 등을 고려했을 때 단일화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작년 렌딧 등 4개사는 별도의 협회를 구성,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산하 디지털금융협의회에 포함돼 있다.
양 회장은 일련의 P2P대출업체의 불법적 행위가 있었지만, 핀테크 업체로 도약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양 회장은 "핀테크 정의는 기술이 기존에 풀지 못한 것을 풀어주는 금융서비스"라며 "P2P대출도 마찬가지다. 돈이 필요한 사람과 돈이 있는 사람을 연결하고, 이 정산시스템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양태영 회장은 "P2P대출은 기존 금융방식과 다른 형태로 사용자들이 과거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준다"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