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 금지 헌법소원은 신산업 규제에 대한 문제 제기"

[인터뷰]스타트업 프레스토가 헌법소원을 낸 이유

컴퓨팅입력 :2019/01/14 16:46    수정: 2019/01/14 16:47

암호화폐 가격이 곤두박질치자, 암호화폐를 발행해 투자금을 모집하는 ICO도 인기를 잃었다. 2017년 9월 정부가 발표한 ICO 전면 금지 조치를 풀어달라는 목소리도 한풀 기세가 꺾인 게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결과적으로 정부가 암호화폐에 강경 입장을 펼친 것이 잘한 일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ICO 법제화 주장을 펼치기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에,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있다. 지난 12월, ICO 전면 금지 조치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청구한 프레스토가 그 주인공이다. 프레스토는 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모든 형태의 ICO를 전면 금지한 것은 법치주의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프레스토는 ICO의 장점은 취하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는 새로운 투자 플랫폼을 개발하는 업체다. 처음에는 코인 발행 업체가 약속한 개발 로드맵을 지켜야 단계별로 모금한 투자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자동화된 플랫폼을 개발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포기한 상태다. 서비스 자체가 정부 규제에 전면 배치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은 코인 발행업체 관련 코드를 직접 구현해 주는 방향으로 사업을 선회했다. 정부의 ICO 전면 금지 발표 후, 아무런 후속조치 없이 1년 이상이 지나면서 실질적으로 사업 추진에 차질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프레스토가 헌법소원까지 낸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최근 만난 프레스토 강경원 대표와 헌법소원 청구 대리인 박주현 변호사(법무법인 광화)는 "이번 헌법소원은 단지 ICO에 대한 것이 아니라 신산업 분야에서 앞으로 나올 새로운 시도에 대해 '전면 규제'는 더이상 있어선 안된다는 문제 제기"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박주현 법무법인 광화 변호사, 프레스토 강경원 대표, 배규현 커뮤니케이션 이사

ICO 전면 금지 위헌 판결이 나오면, 정부가 제대로된 암호화폐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고 또, 이후 신산업에 대해 이번 같은 무조건적인 규제를 하기 어려워 질 것이란 게 이들의 기대다.

현재 ICO 금지 헌법소원은 지정재판부에서 본안 재판부로 넘어갔다. 각하되지 않고 본안 재판부로 넘어갔다는 것은 한번 따져볼 만한 사건이라는 헌법재판소의 1차 판단이 내려졌다는 의미다. 본안 재판에서 6인 이상의 헌법재판관이 인용하면 위헌 판결이 나게 된다.

박 변호사는 "앞으로 나올 미래 첨단기술에 대해서 전면 금지 정책으로 가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막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정부가 아무런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사법부 결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가장 열려있고 깨어있는 법조인들의 모임으로 대한민국의 오늘 만을 위한 게 아니라 백년지대계를 건설하는 재판관들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신산업 규제에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아래는 강경원 대표 및 박주현 변호사와 일문일답.

Q. 헌법소원을 낸 이유는 뭔가, 괜히 정부에 밉보일 수 있다는 걱정은 하지 않았나?

강경원 대표(이하 강): "ICO전면 금지 발언 이후 후속 정책이 없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제품을 만들고 있으면 정책이 나올 줄 알고 기다렸는데 너무 오래 정책이 안 나오니까 나중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개발하는 입장에서 블록체인 산업이 발전해야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발전 수준의) 차이가 크다고 봤다. 헌법소원 제기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변화를 위해 일조하고 싶었다."

Q 지금 ICO 전면금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보나?

박주현 변호사(이하 박): "완전히 닫힌 정책이라는 점이다. 마약도 의료 약품으로 팔 수 있고 카지노도 외국인 카지노는 허용한다. ICO는 전면금지다.

ICO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 전면허용하자고 절대 주장하지 않는다. 불법적 요인에 대해선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충분히 국부 증진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도 있는데 모든 형태의 ICO가 다 안된다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않은가."

Q. ICO 전면금지 위헌 결정이 나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박: "지금까지 신사업 규제에 대한 헌법소원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이번에 위헌 결정이 나면 향후 블록체인을 비롯해 어떤 신기술이 나와서 산업이 형성됐을 때 이런 식의 규제를 하면 안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결정이 될 것이다.

이건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신사업으로 국부를 창출해 선진국으로 가느냐 후진국으로 가느냐의 문제다. 혜안을 가지고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근시안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걸 바꾸려면 사법부 결정이 한번 나와줘야 한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을 근거로 향후 공무원들이 신산업에 대해 무모한 정책을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

Q. ICO 전면금지에 위헌 결정이 나오면, 정부 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나?

박: "솔직히 큰 변화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지금은 정부가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 않나. 위헌 결정이 나면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정부는 헌재 결정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얼마나 빠른 시간에 헌재 결정을 따를지는 알 수 없다. 그 시간이 1~2년 지나가면 안된다. 과학기술 분야는 매우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정책 결정도 빨리 해줘야 한다."

Q. 혹시라도 ICO전면금지가 합헌이라는 결정이 나면 어떤 상황이 되는 건가?

박: "대한민국은 점점 위축되는 사회가 될 수 밖에 없다. ICT 종사하고 싶은 청년들이 숨을 못쉬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규제 일변도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손을 들어주면, 이 청년들이 할 수 있는 건 다른 나라로 가는 것뿐이다. 국부만 유출되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인재들도 유출되는 것이다."

Q. 결과적으로 암호화폐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에 정부 강경 정책이 잘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강: "정책이 확실하게 나와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아닌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했다면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무조건 안된다고 하지 않았나. 실제 기술개발을 제대로 하려고 해도 다 막혀 있으니까 답답하다"

박: "암호화폐 투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을 다 때려잡은 것은 결코 잘한 일이 아니다. 암호화폐 가격이 떨어지니까 일시적으로는 정부가 잘했다고 자평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거래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거래는 계속 이뤄지고 있지 않았나.정부가 잘했다고 자평하려면 우리나라 국부를 늘리고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을 만들었어야 한다.

Q. ICO 자체가 인기를 잃었다. 지금 ICO 법제화 주장이 힘을 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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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한다고 했기 때문에 이는 상당히 포괄적인 금지 조치다. ICO뿐 아니라 요즘 유행인 IEO(거래소를 통한 암호화폐 공개)나 STO(증권형토큰발행)도 자유롭지 못하다. 모든 형태의 토큰판매에 대한 금지라 블록체인 산업이 발전하려면 반드시 풀어야 하는 문제다."

박: "이번 헌법소원은 ICO에 대한 헌법소원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앞으로 있을 신사업 규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 ICO가 쇠퇴를 하고 IEO, STO로 변형되고 있는데, 결국 어떤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 마다 문제가 될 수 있다. 제2의 전면 금지 조치가 또 나올 수도 있다. 또 블록체인을 넘어 한국 미래 기술 규제에 대한 헌법 소원이라고 봐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