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아오기 직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를 내놨습니다.
우리나라 LTE 무선인터넷 다운로드 품질이 평균 150.68Mbps로 캐나다의 토론토(74.17Mbps), 독일 프랑크푸르트(55.58Mbps), 프랑스 파리(53.89Mbps), 홍콩(42.01Mbps), 미국 라스베이거스(27.15Mbps) 등보다 전반적으로 서비스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해당 도시들을 포함해 종종 출장이나 여행 시 통신서비스 품질을 직접 비교해 본 적이 있는 터라 이 같은 결과가 새롭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품질평가 결과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알뜰폰(MVNO, 이동통신 재판매)의 결과였습니다. 품질평가에서 알뜰폰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188.03Mbps로 이동통신사(MNO)의 190.90Mbps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알뜰폰이 이동통신사의 네트워크를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란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지만, 지난달 영국 런던 출장 시 겪어본 일을 생각하면 ‘우리나라가 저렴하게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 알뜰폰 품질 이통사와 동일해
기자는 수년 째 알뜰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약정도 없는데다 이통사 대비 요금이 저렴해 만족하면서 사용 중입니다. 저의 권유에 알뜰폰을 사용하는 가족들이 3명 더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알뜰폰의 품질을 의심(?)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곤 합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실제 이동통신사와 품질 차이가 거의 없음에도 말이죠.
하나의 사례이긴 하지만 영국에서 겪은 알뜰폰 서비스와 국내 알뜰폰을 비교하면 확연하게 그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기자는 해외 출장 시 이통사의 로밍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와이파이 무선공유기를 임대해 사용합니다. 로밍요금보다 저렴하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어 유용합니다. 나라별로 요금과 데이터 제공양이 다르지만 로밍요금보다는 싸죠. 지난해 일본과 중국, 베트남 등에서 요긴하게 썼습니다. 특히 모바일 인프라가 잘 갖춰진 일본에서는 말이죠.
영국에서도 같은 기대를 품고 공유기를 임대해 사용했는데 통신품질이 정말 낙제 수준이었습니다. 와이파이 사업자가 현지 보다폰과 계약을 맺고 서비스 중이었는데 겨우 카카오톡 메시지를 원활히 보낼 수 있는 수준이었죠.
이후 귀국해서 와이파이 무선공유기 사업자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현지 통신사의 문제이거나 단말 불량일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원인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 영국 알뜰폰, 데이터 속도 최대 6Mbps 불과
바로 근처 매장에 가서 O2 사업자의 망을 사용하는 라이카모바일(Lycamobile)의 선불 데이터 유심을 구매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알뜰폰 사업자인데, 10유로에 1GB의 기본 데이터와 보너스 1GB까지 총 2GB를 30일 이내에 쓸 수 있는 상품이었습니다.
한화로 1만2천원 정도인데 국내 알뜰폰의 1GB 상품이 대략 월 1만원에 음성 50분, 2GB는 월 2만9천원에 유무선 음성과 문자메시지가 무제한 제공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저렴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물론, 구입한 라이카모바일 유심 상품도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등 동유럽 4개국의 국제통화를 1천분까지 쓸 수 있긴 했지만 가장 싼 가격에 많은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상품을 찾다보니 부득이 구입한 유심이었습니다.
단말 인증 과정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사용해 봤습니다. 무선공유기로 와이파이를 사용하면서 벤치비 앱을 이용해 속도측정을 했을 때는 1Mbps도 나오지 않던 속도가 최대 6Mbps까지 올라갔습니다.
무선공유기를 이용할 때는 벤치비 앱을 구동하는 것조차 버거웠는데, 데이터 유심을 사용하니 확실히 속도가 빨라진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섯 번의 측정 결과 평균 5.14Mbps의 속도가 측정됐습니다. 무선공유기 측정 때는 평균 0.25Mbps였습니다.
평균 약 5Mbps로 속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국내 이동통신서비스에 익숙해진 이용자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트북과 연결해 사용할 때는 체감속도가 더 떨어졌죠. 영국의 이동통신 환경을 모두 체험한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국가들보다 확실히 이동통신 품질이 낮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한국 알뜰폰, 데이터 속도 최대 65Mbps
한국에 돌아와 유심을 바꿔 끼우고 기자가 수년 간 사용 중인 알뜰폰 사업자의 속도를 측정해 봤습니다. 똑같이 다섯 차례 측정을 한 결과 최대 속도는 65.1Mbps, 평균 속도는 50.36Mbps를 기록했습니다. 단순 수치 비교만으로도 10배의 차이였는데 체감 속도는 더 컸습니다.
과기정통부의 품질평가에서 알뜰폰 전송속도는 188Mbps로 조사됐지만 이는 통신사 기지국에 있는 여유용량을 측정한 것으로 실제 이용자가 사용하는 품질이 아니기 때문에 결과의 간극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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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에서 이용자가 직접 측정한 LTE 속도가 단말 성능에 따라 최소 25.87Mbps에서 145.37Mbps로 차이가 존재한다고 함께 밝힌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기자가 측정에 이용한 단말이 출시된 지 좀 지난 갤럭시S7이었기 때문에 다소 속도가 낮게 측정됐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내 이통사 서비스 품질과 그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 역시 다른 나라들보다 확실히 품질에서 앞선다는 사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