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과거에 안주하며 변화를 거부했다가 추락했었다.. 지금은 기존 패러다임에 머무르거나 따라가지 않고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조직, 인사시스템, 교육 및 훈련, 문화 등 모두 바꿨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일주일에 두세번 1등과 2등을 오가면서 경쟁하고 있다. 이제 애플보다 혁신적인 회사란 평가를 듣고 있다.”
고순동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는 6일 세종대학교와 세종연구원 공동으로 주최한 세종포럼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고 사장은 “사티아 나델라 회장 취임 후 클라우드에 대대적 투자를 해 주가가 급격히 올랐고, 예전엔 언급도 안되던 제일 일하기 좋은 직장 3위 안에 들어간다”며 “과거부터 누려온 마이크로소프트의 장점과 미래의 인사이트를 합친 미션을 설정하고 조직과 문화에 강력한 변화를 시도해 이룬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트랜스포메이션'를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내부의 혁신 과정을 소개했다.
사티아 나델라는 인도인으로서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엔지니어로 성장해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 회사의 세번째 CEO로 사티아 나델라를 선임한 후 모바일 시장의 부진을 뒤로 하고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MS의 주가는 지난달 30일 전날보다 0.7% 상승한 110.89달러로 마감되면서 시가총액 8천512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애플은 1% 하락하면서 178.58달러로 마감됐다. 덕분에 MS는 애플 시가총액(8천474억 달러)보다 40억 달러 가량 더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사티아 나델라 시대 이전 MS 주가는 1999년말보다 40% 가량 떨어졌다. 윈도 운영체제(OS) 라이선스 판매에 안주하고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하지 않았던 탓이다. 2010년 종가기준 시총 1위를 애플에 내줬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로 임명된 후 사티아 나델라는 취임 일성으로 회사의 미션부터 새로 세웠다. ‘지구 상의 모든 사람, 조직에게 더 많은 성취를 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이었다. ‘모든 가정의 책상에 PC를 두게 하자’던 빌 게이츠 시대의 미션이 완전히 뒤집혔다.
고순동 사장은 “IT업계는 변화를 거부하는 흐름이 20년가까이 있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주력 제품의 매출 하락을 겁내 변화를 거부했었다”며 “사티아 나델라는 남들보다 앞서가야만 한다고 강조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많은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OS로 전세계 PC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었다. 2004년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은 애플의 4배였다. 2011년 안드로이드와 iOS 스마트폰이 급증할 때도 PC를 스마트폰으로 대체하지 못한다는 입장이었다.
고 사장은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갖게 되면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며 “스마트폰에서 뒤처지자 스티브 발머 전 CEO가 했던 선택은 노키아를 인수함으로써 뒤늦게 시장을 따라간 것이었고, 그게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독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티아 나델라는 2014년 취임 후 미션을 새롭게 설정하고, 세계관을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인텔리전트 엣지라 수립했다”며 “앞으로 클라우드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고, 한편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여러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와 연결하면 아마존이나 구글보다 앞서갈 것이라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티아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문제점을 고정관념, 자만심, 도전하지 않는 문화라 진단했다. 주가 하락은 현상일 뿐 진정한 문제는 문화에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조직 디자인, 인사시스템, 교육, 문화 등 네 축에서 변화를 결정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전까지 내부 조직 간 갈등이 첨예하던 회사였다. 협업이나 소통보다 치열한 내부 경쟁으로 회사를 움직였다. 사티아 나델라는 엔지니어링, 영업, 지원부서 등의 협업을 중심으로 조직을 새로 구성했다. 사업부 간 협업도 강조됐다.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했다.
인사시스템, 특히 인센티브 제도를 혁신했다. 그전까지 SW 라이선스를 잘게 쪼개 개인의 매출기록을 급여와 연관되도록 했었는데, 이를 혁파하고 협업과 참여를 인센티브 체계와 인사고과에 녹였다.
내부 교육 시스템도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하도록 끊임없이 채찍질했다. ‘옵세션(obsession)’이라 부르며 직원의 새로운 도전을 담금질했다.
문화 변화는 가장 중점을 둔 영역이었다. 고 사장은 “사티아 나델라 회장은 아무리 전략을 잘 짜고 방향 설정을 잘 해도 결국 사람과 문화를 바꾸는 게 핵심이라며, 스스로의 최우선 업무를 회사 문화의 큐레이션이라 설정했다”며 “뭐든 배울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혁신 사례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클라우드, 데이터 중심의 비즈니스 시대를 맞아 큰 기업도 변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고 사장은 “포춘 500대 기업을 1955년과 2011년을 비교하면 87% 바뀌었고, 2000년 이후 포춘500대 기업의 절반 이상이 바뀌었다”며 “2010년 스마트폰 시장 45%를 점유하던 블랙베리가 지금은 사라졌듯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변화란 1등에서 5~6등 정도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존폐를 가져오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시장 상장 전 10억달러 매출을 기록한 유니콘 기업이 2014년 13개였지만, 지금은 278개에 달한다”며 “그 기업의 면면을 보면 모두 데이터 중심의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라고 덧붙였다.
4차산업혁명은 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 다양한 IT 기술로 주도되고 있다. 데이터 중심의 비즈니스가 클라우드로 시작해 AI로 구현되고 있다.
그는 “4차산업혁명은 디지털 시대이며, 데이터에 의한 혁명”이라며 “정형이든 비정형이든 모든 데이터에서 가치를 끌어내는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몇천만분의1 비용으로 만들 수 있고, 궁극적으로 인공지능(AI)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인 기업도 데이터 중심 비즈니스로 거듭나며 새로운 시대에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며 “세계서 가장 비싼 자동차를 만들면서, 세계 2위 항공기 엔진 제조사인 롤스로이스는 엔진에 수많은 센서를 부착해 데이터를 얻어 분석하고 서비스 매출로 연결시켜 성공했다”고 예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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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도 시작 단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내부에선 향후 5년을 더 중요하게 보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에게 그 이후는 AI, 혼합현실(MR), 퀀텀 컴퓨팅 등 세가지 분야”라며 “4차산업혁명의 여정은 마이크로소프트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산업, 데이터에 관심 가진 모든 사람이 가야할 여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