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0월부터 해외 불법 음란 사이트에 대해 DNS(Domain Name system) 차단을 시작했다. DNS 차단이란 강수를 꺼내든 건 많은 사이트들이 HTTP에서 HTTPS로 전환하면서 특정 콘텐츠만 차단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워진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다양한 비판에 직면했다. 성인 사이트를 성인이 이용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이 맞느냐부터, 콘텐츠 검열, 보안 위험 등 다양한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국 정부는 그 어떤 나라보다 인터넷 정보 차단에 적극적이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이 대중화되기도 이전인 1996년 11월 지오시티(Geocities) 사이트 전체를 차단한 적 있다.
지오시티는 누구나 쉽게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게 해 주는 사이트였다. 차단 당할 당시 해당 분야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그런데 지오시티 차단 사건은 사실 좀 황당한 부분이 있었다. 호주에 사는 한 네티즌이 영어로 북한 관련 글을 올렸다는 게 차단 이유였다. 지금과 비교하면 네이버 블로그에 누군가 북한 관련 글을 올렸다고 네이버 전체를 차단한 것과 비슷하다. 정치적인 이유로 사이트 전체를 차단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었다.
이 선도적인 사건은 전 세계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거리가 됐다. 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논란부터, 현실적인 이유로 차단할 수밖에 없다면 과연 어떤 기준으로 어디까지 차단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논쟁을 만들어냈다.
■ 성인물 사이트, 무조건 차단보다 성인인증 등 실제적인 대응 필요
인터넷에서 정보를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반복되고 있는데 성공 사례는 찾기 힘들다. 예를 들어, 메르스가 처음 알려졌을 때 국민의 두려움과 관심은 상당했다. 국민은 모든 감각 기관을 열어 놓고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정보를 탐색할 정도로 높아져 있는데 정부는 발생 병원과 지역에 대해서 비공개 원칙을 내세웠다. 유언비어에 대해서는 엄벌하겠다는 엄포까지 했다.
하지만, 오래 시간 지내지 않아 정부 발표 없이도 상당수 국민들은 해당 정보를 모두 알게 됐다. 결국 국민들이 집단지성을 이용해 메르스 지도(mersmap.com)를 만들자 정부가 뒤늦게 위치와 병원명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2011년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 선관위는 ‘선거관련 트위터 이용 가능 범위 제시’라는 제목으로 보도 자료를 돌렸다. 선거 운동을 위한 내용이거나 비방, 허위사실 유포 등은 처벌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서울시 선관위는 트위터에 @nec3939라는 계정을 만들어 가이드를 지키지 않는 트위터 회원들에게 경고 멘션과 쪽지를 마구 보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서울시 선관위 계정은 트위터 본사로부터 차단 당하며 망신만 당했다. 선관위로부터 경고성 멘션을 받은 트위터 이용자들이 스팸 계정으로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제하려고 하는 시도는 기술적 시도뿐만 아니라 법적 시도도 많았다. 셧다운제, 인터넷 실명제, 좀비PC차단법 등 많은 법들이 있었지만 무리한 인터넷 통제법 확산은 사이버 망명만 만들어 효과도 없었고 산업발전을 어렵게 해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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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DNS차단도 기술적 효과는 거의 없다. 이미 포털에서 너무나 쉽게 DNS를 변경해 피해가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문제는 인터넷에 떠 돌고 있는 DNS의 상당수가 검증되지 않은 기관의 DNS라는 것이다. 잘못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접속 기록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어떻게 악용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과 나라 정책은 피해가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퍼질 수 있어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성인이 성인 사이트 접속을 왜 못하게 하느냐는 반발이 큰 상태에서 무리한 법 적용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나쁜 경우가 많다. 성인 사이트 접속 시 성인인증 등 현실적이면서 부작용이 적은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