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카풀 때문에 정부 여당 내에서도 논란이 많다. 카풀을 어디까지 허용해 줄지 논의하기 위해선 과연 카풀이 기존 규제를 깨야 할 정도로 혁신성이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보면 카풀은 혁신성이 없다. 그 동안 존재하던 모델을 스마트폰에서 앱을 통해 조금 편리하게 구현한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혁신을 논의할 때 이제 기술적 혁신성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기술 혁신의 역사다. 기술혁신이 없었다면 자본주의는 오래 전에 붕괴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적 혁신 외에도 사회적 영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자본주의는 신기한 제도이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기업인데 기업은 인건비 등 비용이 계속 상승하기 때문에 매년 더 많이 벌어야 한다. 그렇기 않으면 바로 정리 해고 등 비용 축소에 들어가며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즉, 물건을 매년 더 많이 만들어 팔아야 하고 누군가는 계속 더 많이 사 줘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필요한 제품은 한정되어 있기에 그러기는 불가능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자본주의는 존재하기 불가능한 제도다.
불가능한 제도를 가능하게 한 것은 기술 혁신이었다. 자본주의는 여러 번 붕괴 위기가 있었지만 총 5번의 기술 혁신으로 살아 남았다. 파괴적 매력을 가진 기술을 개발해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판매를 할 수 있었다. 실업을 크게 낮출 정도로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었으며 예상하지 못한 많은 파생 산업을 만들었다. 이런 혁신이 없었다면 깊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해 자본주의는 붕괴되었을 것이다.
1780년~1830년 사이 발생한 1차 혁신의 동력은 증기 기관이었다. 증기를 통해 얻은 동력은 공장을 만들었으며, 석탄 채굴 등 다양한 영역에 활용되었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 가지 않았다. 1837년부터 1843년까지 깊은 불황을 가져오며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론을 만들었다.
2차 기술 혁신은 철강이 이끌었다. 1830년부터 1880년 사이에철도, 중공업 등이 발달하면서 자동차, 기차, 건축 등 다양한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영원 할 수는 없었다. 1873년부터 1879년까지 S&P 500지수가 폭락하며 저성장이 이어갔다. 위기였다.
3차 성장은 전기, 화학이었다. 조명이 개발되면서 사람들이 저녁에도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와 더불어 전자식 텔레비전 발명 덕분에 수 많은 사람들에게 영상 정보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게 됐다. 텔레비전은 광고의 발전을 가져왔으며 자본주의가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오래 가지 못했다. 1929년부터 1939년까지 불황에 빠지게 된다. 이때 다시 자본주의를 살린 것은 새롭게 개발된 석유화학 기술이었다. 1930년부터 1970년까지는 현재 우리가 생활 주변에서 흔히 쓰이는 제품들의 재료가 개발된 시기였다. 석유화학 기술이 급성장하는 시기로 이 때 합성 고무, 나일론으로 대표되는 함성섬유, 플라스틱의 재료가 되는 폴리에틸렌의 개발되면서 산업 발전을 이끌었다. 현재까지도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제품은 이 3가지를 이용해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오래 가지 않았다. 1974년부터 1980년까지 경기 침체가 계속된다. 자본주의는 1970년 다시 돌파구를 찾았다. 2010년까지는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컴퓨터, 스마트폰,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이 경제 발전을 이끌어 갔다. 하지만, 이 효과도 끝나가고 있다.
■ 기술영향평가에 좀 더 공을 들여야
혁신이 필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기술적 혁신은 찾기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4차산업혁명은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전기, 석유, 인터넷, 컴퓨터 등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핵심 제품이 없다. 그 동안 존재하던 여러 제품이 융복합되는 것이 4차산업혁명의 특징이다. 있던 것들이 융복합되면서 자연스럽게 발전하는 것이지 무슨 4차산업혁명이냐고 용어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중요한 것은 기존에 있었던 산업혁명과 다르게 융복합되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은 다양한 요구 사항을 적절하게 반영해 사회를 발전시키고 개인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기존 산업혁명 때와는 기술의 혁신성 위주로 보는 관점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국가적으로 기술을 평가하고 지원 할때 사회적 기여에 대한 가치 인정, 사회적 행복 증진에 대한 더 많은 고려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이미 1972년 기술영향평가법안이 통과되고1974년 기술영향평가국(Office of Technology Assessment)이 설립되면서 오래 전부터 기술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고민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일부 기술에 대해서 미국을 벤치마킹해서 기술영향평가(Technology Assessment)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의미와 파급효과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기는 하지만 형식적이며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1차적 결론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2001년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이라는 곳도 만들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기술 영향평가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뿐 아니라 사회적 관심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활발하게 전개된 환경운동, 시민권 운동, 반전운동을 통해 민간 부분부터 기술 문명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기술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기술은 배고픔에 힘들어하는 국민을 구해 줄 수 있는 ‘좋은 것’으로 포장되어 들어왔고, ICT 산업을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도구로 바라보았고 성과도 만들면서 진지한 성찰을 할 시간 없이 경쟁에서 이기는 도구로만 바라보았다.
미국 외에 기술 환경 평가로 앞서 있는 나라는 네덜란드이다. 이미 1976년 네덜란드 정부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이 우리 사회에 대규모 실업 같은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지 혹은 혹은 새로운 경제적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지 고민을 하다 암스테르담 대학 물리학 교수이자 필립스 물리 연구소 책임자인 라데나우(G.W. Rathenau)를 중심으로 라데나우 학회(Rathenau Institute)를 만들었다.
새롭게 대두되는 기술에 대해서 대중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참여와 토론 중시형 기술평가로 주목 받고 있는 단체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기술 연구가 전문가들이 주도하는데 이 단체는 일반인들 또는 이해당사자들의 선호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기술 연구를 한다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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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 속에서 얻어진 결과물을 통해 과학 기술 정책에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기술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분석한다. 사회적으로 논쟁이 생기는 기술에 대한 방향성을 연구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이해 당사자를 참여시켜 올바른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기술의 혁신성과 함께 기술의 사회적 파급력을 주의 깊게 살펴볼 수 있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나라도 전문기관의 육성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육성이 더 필요하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