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SK텔레콤이 정보보호·보안관제 전문회사 SK인포섹 인수를 검토 중이다. 이달초 선언한 신기술 융합 보안사업 강화 전략의 밑그림을 물리보안에서 사이버보안으로 확장하려는 모양새다.
SK텔레콤 측은 5일 물리보안과 사이버보안 사업간 시너지 확보 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SK인포섹 인수를 검토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구체적인 인수 방식과 일정은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SK텔레콤이 SK주식회사로부터 SK인포섹 지분 100%를 넘겨받고, 그에 상응하는 회사 주식을 주는 방안까지 논의했다는 증권가 소문의 진위에 대해 회사측은 “답할 수 없다”고 했다.
SK인포섹 관계자 역시 “인수합병 논의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거래방식이나 인수 후 조직의 통합 형태와 같은 세부적인 변화 방향 문의에는 “결정된 바 없다”고 답했다.
■ ADT캡스 인수 후 ICT 신기술 융합보안 강화 지속 행보
SK텔레콤의 SK인포섹 인수 검토는 앞서 추진해 온 융합보안 강화 행보의 연장으로 해석된다.
SK텔레콤은 회사가 개발 중이거나 보유한 ICT신기술과 회사가 최근 인수를 마무리한 물리보안업체 ADT캡스의 역량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융합보안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의 ICT신기술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5G, 생체 및 영상 분석기술 등을 포함한다. ADT캡스의 물리보안 역량은 통합관제인프라, 출동보안인프라, 가정·사무실·공장 보안솔루션을 의미한다.
SK텔레콤은 지난 1일 ADT캡스 인수 완료를 발표하며 ICT신기술 도입으로 시너지를 얻고, 연내 또다른 물리보안업체인 계열사 NSOK를 ADT캡스와 합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DT캡스는 가입자 57만명을 보유해 물리보안 매출기준 국내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고 있는 2위 업체다. NSOK는 가입자 12만명을 보유해 물리보안 매출기준 국내 시장 점유율 4%를 차지하고 있는 4위 업체다.
SK인포섹은 정보보호분야에서 침해사고대응, 보안관제서비스, 관제솔루션 사업을 수행해 왔고 최근 관제 역량 강화를 위한 AI 기술 개발, IoT 기기 보호를 위한 오픈소스 보안 연구 등에 집중하고 있다. SK텔레콤이 SK인포섹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 회사의 사이버보안 역량을 ADT캡스 및 NSOK의 물리보안 역량과 결합해 시너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측은 “5G 통신 서비스 시대는 무궁무진한 데이터가 발생하고 처리되는 상황이 되고 이를 안전하게 다루고 이용하려면 그만큼 보안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정보보안, 데이터보호, 사이버보안 분야 역량을 갖춘 SK인포섹의 전문분야와 사업간 시너지 확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3사 연매출은 ADT캡스 7천217억원, NSOK 934억원, SK인포섹 2천127억원으로, 모두 더했을 때 1조원 이상이 된다. SK텔레콤이 3사 편입 이후 기존 매출 규모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1조원 이상의 보안사업 조직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 물리보안-사이버보안 계열법인간 시너지 추구할 듯…합병설은 일축
ADT캡스와 NSOK 합병조직에 SK인포섹까지 통합될 수 있다는 설도 나오고 있지만, 이같은 방향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SK인포섹 인수에 더해 계열 법인간) 합병은 검토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피인수 기업인 SK인포섹 내부 분위기에서도 계열법인간 합병 가능성에 따른 불안감은 읽히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문화적으로 같은 그룹내 계열간의 (지배구조) 변화라는 점에서, 아예 배경이 다른 조직에 매각되는 것에 비해 대대적인 변화를 예상하고 우려할만한 일은 아니라 본다”며 “모기업이 (SK주식회사보다) 더 큰 회사로 바뀌면 더 좋아질 거라 기대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SK인포섹 인수 후 법인별로 조직 개편이나 사업 구조조정, 시너지 창출이 어떻게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이달 초 SK텔레콤이 ADT캡스 인수 완료 소식과 NSOK 합병 추진 방침을 발표한 내용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는 있다.
당시 SK텔레콤 측은 ADT캡스와 SK텔레콤의 IoT 기술을 더한 시설보안 신규서비스 출시와 글로벌 시장 진출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 기대했다.
SK인포섹은 이런 물리보안 수요에 보안관제 개념을 접목한 융합보안서비스를 내놓고 이를 이미 진행 중인 글로벌 진출 시나리오에도 보탤 수 있다. SK인포섹은 앞서 IoT 인프라 개념으로 운영되는 물리보안 및 제조설비 영역의 관제를 수행하는 '시큐디움IoT'를 출시하기도 했다.
물론 이는 SK텔레콤이 SK인포섹을 인수하되 물리보안과 사이버보안 법인의 합병까지는 단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서다. 합병에 따른 대대적인 조직변경시 SK인포섹의 기존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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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수가 계열간 일감몰아주기 부담 해소차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SK인포섹이 SK주식회사와 내부거래 비중이 큰 회사라는 점, 정부가 이를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입법을 추진중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런 지적에 SK텔레콤 측은 “SK인포섹과의 거래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규제대상이 아니다”라며 “그런 목적때문이 아니라 과거부터 추진해 온 계열간 시너지 창출을 추구하는 그림”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