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이 국내 이용자에 피해를 입힐 경우 국내법에 따라 규제하고, 불응할 경우 서비스가 차단되는 법안이 발의됐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거나 개인정보를 소홀히 다룰 경우 국내 서비스 제공을 제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지난 12일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국내 수익은 챙기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에 대한 규제가 주요 내용이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의 국외 행위라도 국내 이용자 등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에게 이용자 보호 등에 필요한 기술적 조치 의무 부과 ▲사업자가 기술적 조치 의무를 불이행할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해당 사업자의 인터넷 서비스 등 전기통신 역무 제공 행위를 중지하거나 전기통신 설비의 철거를 명할 수 있도록 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역시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의 국외 행위라도 국내 이용자 등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 정보통신망법을 적용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가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가 해당 사업자의 통신망 접속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해 서비스 제공행위를 중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은 국내 시장을 교란하거나 개인정보 유출, 불법 위치 추적 등의 피해를 야기해도 제대로 된 피해 보상이나 정부 제재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는 현행법 상 인터넷 관련 기업의 경우 서버 소재지가 법 적용 기준이 되는 맹점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의도적으로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내법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본사가 외국에 있는 글로벌 기업이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우리 정부의 실태 조사가 어렵고, 제재를 내리더라도 강제 집행이 쉽지 않았다.
해외에서도 글로벌 기업에 대한 규제 정책이 도입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과 관련해 유럽연합(EU)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이용한 구글의 반독점 행위에 대해 올해 7월 5조 7천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또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미국 기업에 대해 연간 약 6조 6천억원의 디지털 세금을 징수하는 방안을 현재 추진 중이다.
러시아는 지난 2016년 8월 구글의 스마트폰 선탑재 앱을 불공정 행위로 보아 약 74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인도는 올 2월 구글 검색 서비스 제공의 편향성을 문제 삼아 23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독일은 다음해 SNS 가짜뉴스 등 불법 콘텐츠를 강제 삭제하는 네트워크시행법, 일명 '페이스북 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글로벌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EU는 올 5월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제정하며 개인정보 주체인 사용자에게 고지 및 활용 여부 결정,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을 부여해 글로벌 기업의 개인정보 유용과 침해 행위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영국은 지난 7월 초 개인정보 8700만건을 유출한 페이스북에 벌금 7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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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의원은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의 규제 역차별은 사업자 간 불공정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주권의 실추, 포기에 해당한다"며 “글로벌 기업에게도 국내법을 적용해 공정한 시장 경쟁 체제를 회복하고, 글로벌 기업이 국내 이용자 보호 등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서비스 제공을 차단하는 강력한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규제 집행력을 확보하는데 법안의 취지가 있지만, 갑작스러운 서비스 정지 등으로 인해 개인 이용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시행령 마련 시 위반 정도에 따라 신규 가입 중지나 광고 게재 중지 등의 단계적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