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가 향후 5년 동안의 사업권을 허가받은 가운데,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업계에서는 IPTV 사업자들의 '갑질'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IPTV사업자에 대해 3사 모두 재허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정경쟁, 이용자 보호, 협력업체와의 상생 측면에서 실적이나 계획이 미흡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재허가 조건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조건부이지만 IPTV 재허가 결정이 나오자 PP 업계는 그 동안 있었던 IPTV사업자의 갑질 행위를 거론하면서 이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재허가 조건 부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넷플릭스는 90%, 토종 PP는 15%" IPTV 역차별 비판론 제기돼
IPTV의 갑질로 언급되는 주요 사안이 불공정한 수익 배분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IPTV사업자는 채널수신료 매출의 15%를 일반 PP에게 지급했다. 같은 기간 케이블TV방송사업자(SO)는 채널수신료 매출의 42.5%를 지급했다.
같은 기간 IPTV의 총 매출이 1조 3천627억원으로 SO의 2.3배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많은 수익을 거둠에도 프로그램사용료를 더 적게 지급한 것이다.
SO의 수익 배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것은 정부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 상생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05년 채널수신료 매출의 25% 이상을 PP 몫으로 지급할 것을 사업 허가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그러나 IPTV의 경우 프로그램 사용료 관련 정부 규제가 없었다.
최근 IPTV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IPTV 콘텐츠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PP 업계는 수익 배분 역차별에 대해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통상 9대 1의 수익 배분율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지난 2016년 SO인 딜라이브는 넷플릭스와 제휴하면서 이 수익 배분율을 수용했다.
이와 관련해 PP협회는 지난달 IPTV사업자의 수익배분율 인상을 주장하는 국회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IPTV협회에 참여를 요청했지만 IPTV협회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OBS, 역외 재송신료 협의체 요청..."불합리한 구조로 계약 수정 못해"
일반 PP는 아니지만, 지상파인 OBS도 올해 들어서 IPTV사업자에 정당한 프로그램 재송신료 산정을 요구하고 있다.
OBS는 지난 2012년부터 IPTV 3사에 프로그램을 무료로 재송신하는 계약을 체결, 올해까지 계약 내용이 유지돼왔다. 그러나 이는 IPTV의 우월적 지위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OBS 측은 재송신료를 지금까지 받지 못한 이유가 불합리한 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법에 따르면 OBS가 자사 방송 구역이 아닌 수도권 등 역외로 재송신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유료방송사업자가 과기정통부로부터 재송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즉 OBS가 IPTV 사업자에 종속되는 구조인 것이다.
OBS 관계자는 "IPTV를 통해 수도권으로 채널을 송출하기 위해 계약 초기에는 재송신료를 받지 않는 등 모든 역량을 기울였다"며 "그러나 재정상황이 악화되면서 서면으로 요청한 것은 아니지만 2014년 말부터 실무진 간 교류하며 재송신료 정산을 요청해왔다"라고 주장했다.
IPTV협회는 이에 대해 현재까지 재송신료 정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계약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계약서 중 '계약 만료 30일 전 서면에 의한 해지 또는 수정 의사 표시가 없을 경우 1년 단위로 자동 연장된다'는 조항에 따라 계약 내용이 유지돼왔다는 것.
또 지난 1월 재송신료 협상 공문을 OBS로부터 받고 다음해 계약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OBS는 지난달 방통위에 '지상파방송 재송신협상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지상파방송 재송신 대가검증 협의체'를 요청했다. 방통위와 과기정통부는 이달 중으로 협의체를 개시할 예정이다.
■"이틀 줄테니 내라" 수익 배분 의견 수렴 하는 '척'만 한 IPTV
IPTV의 갑질 문제가 불거지는 가운데 지난달 IPTV 3사가 PP 사업자에게 다음해 채널평가 기준, 채널계약 절차, 프로그램 사용료 기준 등 관련 의견을 2~3일 내로 제출하라고 사실상 '통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PP 업계 관계자는 "PP 사업자의 회신 기일을 촉박하게 잡아 졸속 행정을 밀어붙이는 것"이라며 "진정한 상생을 꾀하려는 의지가 없어보인다"고 비판했다.
IPTV 3사가 PP사업자에게 보낸 공문에는 수백여개 PP 사업자에 대한 각사의 상대평가 내용과 전년 대비 프로그램 사용료 상승율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관계자는 "복잡한 수치 등이 담겨 이틀 안에 회신을 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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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PP 협회는 의견 수렴 기한 연장을 IPTV 측에 요청한 상태다.
PP 업계 관계자는 "채널 평가, 프로그램 사용료 배분 기준 수립 과정에서 서면 의견 수렴, 설명회 등을 거쳤지만 PP 사업자들의 의견 반영은 미비했다"며 "IPTV 3사에 대한 재허가 조건으로 PP와의 상생을 '주문'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다름 없는 처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