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시중은행들은 고객들이 정해진 시간 내에만 이용이 가능하고, 문의사항이나 불편이 생겼을 때도 이용 시간에 여러 제약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카카오은행(이하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고객들은 은행업무를 보다 편리한 시간에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 챗봇을 통해 친구와 채팅을 하듯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아볼 수 있어 그야말로 '금융생활'이 가능해졌다.
카카오뱅크가 지난 6월 중순 출시한 ‘상담챗봇’(기계-고객 채팅 상담)은 소비자들의 금융생활을 더욱 가깝게, 또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도구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톡상담’(사람과 고객 1:1 채팅 상담) 채널과 더불어, 상담챗봇을 도입함으로써 상담원의 업무를 대폭 줄였다. 상담톡 문의 건수가 상담 챗봇을 통해 1차 해소돼 약 49% 경감하는 효과를 봤다.(7월15일 기준)
카카오의 인공지능(AI) 기술이 집약된 ‘카카오i 오픈빌더’ 봇플랫폼에, 카카오의 우수한 자연어이해(Natural Language Understanding) 기술이 더해지고, 카카오뱅크의 잘 정제된 고객 데이터들이 어우러진 상담챗봇의 주역들을 지디넷코리아가 만나봤다.
■ “상담챗봇 덕분에 질 높은 상담 가능해져”
카카오뱅크 이재욱 코어뱅킹 파트 매니저는 “고객들의 다양한 문의를 꼭 사람이 해야되나?”라는 궁금증에 상담챗봇을 기획했다. 카카오i 오픈빌더 봇플랫폼에 카카오 사용자경험(UX)을 녹여 텍스트와 사진, 동영상과 링크 등을 이용해 고객들에게 간략하면서도 직관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담챗봇을 탄생시켰다. 이를 위해 카카오 봇플랫폼 파트, 자연어처리 파트와 손을 잡았다. 시나리오를 설계부터 실제 구동까지 약 9개월이 걸렸는데, 콘텐츠 개발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재욱 매니저는 “카카오톡의 높은 사용성을 기반으로, 고객과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챗봇을 카카오 협업으로 만들게 됐다”며 “현재는 대출 거절 사유 문의, 대출 한도 문의, 체크카드 발급 등 간단한 조회나 안내 업무가 상담챗봇을 통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가 기존 상담톡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수개월 간 쌓인 고객 데이터 경험 때문이다. 상담톡 서비스를 하면서 사람이 해야할 일과, 기계가 해도 되는 일을 구분하고 세분화 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 상담챗봇을 이용하는 사용자 수는 약 3천500명이다. 한 명당 보통 3건의 질문을 챗봇에 던진다. 만약 이 질문을 사람이 소화해야 한다면 업무 과부하가 불가피하다.
이재욱 매니저는 “상담챗봇이 도입돼 톡상담이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지만, 전체적인 대화 시간은 늘어났다”며 “상담챗봇이 기존 직원들의 업무를 줄여줘 고객 문의에 대한 답변이 보다 세밀해지는 효과를 낳았다. 챗봇상담이 사람의 업무를 덜어줘 질 높은 상담이 가능해진 것이다”고 말했다.
■ “복잡한 질문도 카카오 NLU 기술이면 OK”
상담챗봇 이용수가 많다고 해서 이 서비스가 성공적이라는 판단을 하기엔 이르다. 실제로 이용한 고객들이 정확한 답변을 얻어 얼마나 만족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어떤 질문을 던졌을 때 사람 못지않게 깜짝 놀랄만한 답변들이 제시돼야 한다.
이에 신명철 자연어처리 파트 TF장은 “복잡하게 꼬아서 질문을 했는데 내가 원하는 답변이 찍혔을 때 이용자들이 놀라게 된다”면서 “자연어 처리 엔진 성능이 좋을수록 복잡하게 질문을 꼬아도 잘 답을 해주는데, 카카오 챗봇은 이런 부분에서 강점이 있다. 카카오미니 등에서 얻는 경험이 NLU 엔진을 발전시키고 있어 카카오뱅크 상담챗봇 역시 점점 똑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보안 이슈가 해소되면 카카오뱅크 상담챗봇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멜론에서 사용자가 좋아할만한 음악을 추천하듯, 향후에는 사용자에게 맞는 금융 상품을 추천하거나 보다 효율적인 자금 관리에 도움을 주는 기능도 가능해진다.
특히 이 회사는 포털, AI 스피커 등 고객접점이 많은 카카오가 많은 데이터를 수집함으로써 NLU 성능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때문에 더욱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신명철 TF장은 “자연어 처리 수준은 모델 성능도 중요하지만, 학습데이터를 잘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정제된 데이터가 기계학습 모델에 들어가면 더 좋은 모델이 나온다. 검색 축적 기술이 많은 카카오가 이런 기술에서는 확실히 강하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황지수 봇플랫폼 파트장 역시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는 포털과 같은 회사가 챗봇이나 자연어 처리 기술 등에서 유리하다”면서 “카카오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은 카카오톡이 사용자 접점에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은행도 결국 접근성이 좋아야 하는데 카카오뱅크 상담챗봇은 진짜 금융생활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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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카카오i 오픈빌더를 통해 카카오 미니도 만들었고, 챗봇도 만들었다. 카카오의 내부 AI 기술을 서로 이용할 수 있다”며 “연내에는 오픈빌더가 개방돼 더 많은 파트너들과 다양한 분야에서의 챗봇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재욱 매니저는 “카카와의 협업을 통해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며 “각자의 역할이 정확히 구분돼 있고 전문성도 높아 앞으로 카카오뱅크 상담챗봇이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