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선제 투자가 반도체코리아 살린다

[위기의 반도체-③] 선제 투자로 초격차 유지해야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08/14 08:28    수정: 2018/08/14 08:41

슈퍼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이 한국 수출 경제를 이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하나에 의존한 우리 수출경제 구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공급 과잉에 따른 고점 논란과 메모리 쏠림 현상, 중국의 반도체 굴기 등 우리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위기 대응과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지디넷코리아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제기되고 있는 현안들을 3회에 거쳐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반도체 하나가 韓수출 20%...불안한 호황

② 위기의 전조…가격↓·메모리 쏠림·中 굴기

③ '초격차' 선제 투자가 반도체코리아 살린다


#지난해 말 "(2017년) 4분기부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며 '반도체 고점론'을 제시한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최근 D램 시장을 겨냥해 "4분기부터 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도체 업황 사이클이 과열 신호를 나타내고 있고, 곧 수요가 감소하면 심각한 재고 조정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다.

#10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D램 시장 총 매출은 올해 1천16억달러(약 114조7천억원)을 기록해 반도체 단일 품목이 처음으로 연 매출 1천억달러 대를 달성할 전망이다. IC인사이츠는 "일부 반도체 가격이 조정되는 모습을 보인다"면서도 "D램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호황을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공급 과잉으로 인해 반도체 업황이 과열됐다는 지적과 동시에 안정적인 반도체 수요 상승이 지속해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 나왔다.

엇갈린 두 전망이 반도체 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각각 다르다. 장밋빛 전망은 메모리 투자에 박차를 가해 '배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충고로 들린다. 반면, 메모리 호황이 저물 것이라는 비관론은 메모리로 편중된 국내 업계가 시스템반도체를 하루빨리 메모리 분야만큼 키워야 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결국 미래 위기 대응을 위한 해답은 기술 개발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귀결된다.

(사진=ZDNet)

국내 메모리반도체 업계는 4차산업혁명의 중심에 있는 메모리의 수요가 아직 끄떡없고, 내년에도 공급 과잉이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데이터 센터와 모바일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제한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긴 쉽지 않으리라는 게 이같은 전망의 배경이다.

그러면서도 정부와 반도체 업계는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상승을 위한 상생 협력에 힘쓰고 있다. 메모리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스템반도체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 곳곳에서 업계를 향해 '메모리에 지나치게 쏠려있다'며 위기론을 쏟아내면서, 비교적 취약한 시스템 분야를 어떻게든 키워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10년간 반도체 산업에 1조5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후속 작업으로 산업부는 바로 다음날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반도체산업협회 건물에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시스템반도체 신생 기업의 기술개발·투자유치·마케팅 등 창업부터 전 과정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다.

지난달 1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발전 대토론회'에 참석한 백운규 산업부 장관. (사진=지디넷코리아)

일단 업계는 정부의 결정에 환영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반도체 업계에 무관심했던 산업부가 이제 조금씩 관련 업계를 돌보고 있다는 인식이다. 산업부는 지난해까지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비를 매년 삭감하는 등 반도체 업계에 유독 인색했다. 정부의 무관심으로 국내 반도체 창업기업 수는 지난 2012년 6개에서 2014년 2개, 올해 1개로 감소했다.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적자난에 허덕이는 국내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업체) 업계 돌보기다. 대기업으로 구성된 메모리 업계와는 다르게, 국내 팹리스 업체들 대부분은 규모가 영세한 편이다.

팹리스 업체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코스닥 상장 15개 기업 중 8곳이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업체의 상반기 실적이 대부분 나오지 않아 파악은 어렵지만, 영업 적자 추세가 그대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스템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산업부가 팹리스 지원 예산으로 올해 53억원을 편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아직도 업계에 이렇다 할 변화는 없다"며 "중국이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가리지 않고 투자하는 것처럼 정부도 업계를 돌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재용 부회장,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 제공=뉴스1)

삼성전자가 지난 8일 발표한 180조원 투자 계획에도 상생 협력 방안이 담겼다. 상생 협력 계획 중 가장 눈에 띄는 방안은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다. 지원 대상은 그동안 삼성과 거래를 해왔던 기업뿐 아니라, 거래가 없었던 중소기업도 포함됐다.

또 삼성전자는 1~2차 협력사 중심으로 운영해 온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을 3차 협력사까지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총 7천억 원 규모의 3차 협력사 전용 펀드(상생 펀드·물대지원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삼성은 이번 투자 과정에서 일자리 4만 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투자가 진행되는 3년간 4만 명을 직접 채용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향후 3년간 고용 규모는 직접 채용 4만 명 외에도 직간접 고용 유발 효과가 7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7월 출범시킨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수탁생산) 회사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를 통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시스템반도체 사업 역량을 높이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미래 반도체 분야로의 영역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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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아이씨는 200mm 파운드리 시장에서 성장성과 연속성 높은 분야를 선택해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단시간에 많은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는 역량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성 산하 투자회사인 우시산업집단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하반기 중에 현지 공장 착공에도 나선다. 공장은 내년 하반기에 완공될 예정이다. 200mm 파운드리 사업의 주요 R&D 기능은 국내에 남겨 고부가·고기술 중심의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