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코리아 "원인불명 화재도 보상"

BMW 코리아가 당초 원인을 알 수 없는 차량 화재 사고도 직접 보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획안은 6일 진행된 긴급 기자회견에 앞서 사전 예상 질문 리스트에 준비되어 있었지만, 해당 내용이 기자회견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못했다.

김효준 BMW 코리아 회장은 6일 오후 4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화재 사태에 대해 고개를 숙인 뒤, 별도로 마련된 좌석에 앉았다.

김 회장은 이 때 요한 에벤비클러 BMW 그룹 품질 관리부문 수석 부사장이 이번 차량 화재와 관련 기술적인 설명을 하는 동안 예상 질문 리스트를 수시로 살펴봤다. 질문 수는 무려 수십개에 이를 정도다.

지디넷코리아가 직접 확인한 이 질의 답변서에는 ▲보상 방안 ▲EGR 쿨러 국산 제품 사용 여부 ▲고온으로 인한 화재 발생 가능성 여부 등 이번 사태의 핵심 대책에 대한 자세한 예상 답변이 언급됐다.

굳은 얼굴로 긴급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보였던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사진=지디넷코리아)

김효준 회장은 엔진 결함 기술 설명 시간 동안 긴급 기자회견 예상질문 리스트를 보는 등 긴장한 모습이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우선 BMW 코리아는 3년 전 화재 사고 보상방안과 현재 보상방안이 똑같다는 입장을 준비했다. 차량 사고 원인이 EGR 쿨러 문제로 확인된 경우, 모든 고객에게 보상한다는 것이다.

BMW 코리아는 “(차량의 완전 전소 등)화재 원인을 알 수 없는 차량의 경우 BMW 공식 서비스센터에 정기적 점검을 받은 고객 대상으로 보상한다”며 “차량 화재 전 시세에 맞춰 보상할 것”이라는 답변을 준비했다.

다만 화재 사고 차량이 한 차례 이상 외부 사설업체 수리 경력이 있다면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와 관련 BMW 코리아 관계자는 “원인불명 화재 보상 계획은 지난 2016년부터 세워졌으며, 현재 화재 사고가 난 차량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해당 보상 내용은 지난 2년간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BMW 코리아도 지난 몇 차례 화재 관련 리콜 및 보상 방안에서 해당 내용을 언급하지 않아 고객의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다.

지난 3일 네이버 카페 ‘클럽 BMW'에 올라온 화재 피해 차량 차주의 글을 보면 “사설 정비 업체에서 수리 이력이 있어 (BMW 측에서) 한 푼도 보상해줄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만일 BMW 코리아가 이같은 입장을 고수할 경우, 피해 차량 오너들과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BMW 코리아는 EGR 쿨러 제조사 관련 예상 질문도 만들었다. 국내 제조사가 만든 EGR 쿨러가 화재 사고의 원인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BMW 코리아는 이에 대해 유럽 판매 차량과 국내 판매 차량에 동일한 EGR 쿨러 제품이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제조사에 어떤 곳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밝힐 수 없다”는 답변도 준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열린 BMW 긴급 기자회견에서 화재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한 김효준 BMW 코리아 회장 (사진=지디넷코리아)

요한 에벤비클러 BMW 그룹 품질 관리 부문 수석 부사장은 긴급 회견장에서 “EGR 쿨러의 냉각수 유수가 화재의 근본 원인이다”라며 밝혔다. 주차나 정차된 차량이 화재가 날 수는 없고, 장시간 주행한 차나 주행거리가 높은 차에서 쉽게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지속되는 폭염이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BMW 코리아는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운전 환경 또는 기상상태에 따라 화재가 발생하는 특이점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짧은 답변을 만들었다.

김효준 회장의 손에 있던 예상 질문 리스트와 답변 내용은 긴급기자회견에서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질문 내용의 대다수가 피터 네피셔 BMW 그룹 디젤 엔진 개발 총괄 책임자에게 쏠리면서, 김효준 회장은 단 한 개의 질문에만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김 회장은 ‘BMW 차량 출입 금지’ 문구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