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개의 모니터가 한쪽 벽면에 가득하다. 블록버스터 영화에 나오는 상황실의 그것처럼 암호같은 색색의 그래프가 번쩍거린다.
KT 과천관제센터. 이곳은 휴가철이 더 바쁘다. 인구 대이동이 시작되면서 전국의 통신 네트워크 이용 상태가 크게 바뀌기 때문이다.
안병관 KT 네트워크관제센터 팀장은 KT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한 번도 가족들과 오붓하게 새해를 보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매년 12월 31일, 일명 '땡 데이'에는 네트워크 트래픽이 급증해 특별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휴가철·이벤트마다 네트워크 집중 관리
여름 휴가철을 앞둔 관제센터는 연말연시만큼이나 바쁘다. 평상시에는 사람이 몰리지 않는 계곡이나 해수욕장이 인파로 북적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트래픽도 증가한다. 원활한 통신을 위해서는 관제센터에서 네트워크 품질을 점검하고 기지국 데이터 처리 용량을 조정해야 한다.
"대천해수욕장 같은 경우 지난해 트래픽이 9배 늘었습니다. 일반적인 휴가철 해수욕장 인파는 평소보다 5배 정도 느는데, 지난해에는 보령 머드축제가 열려서 지역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로 더 늘었죠."
관제센터에서는 휴가철 2~3주 전부터 주요 휴양지의 전년도 트래픽을 분석한다. 보통 7월 말에서 8월 초가 가장 높다. 휴가철뿐만 아니라 불꽃축제, 월드컵, 촛불시위 등 인파가 집중적으로 몰리는 이벤트 전에도 운집 인파를 추정한다. 추정하는 방식은 해당 장소 면적에 사람 수를 곱하는 식이다. 앉으면 평당 4명, 서 있으면 평당 7명으로 계산한다.
일반적인 행사는 사전에 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하기 때문에 사람 수를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계곡이나 해수욕장의 경우는 예측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트래픽을 바탕으로 추정해 기지국을 증설하고 예방조치를 취한다.
■ 자연재해·통신장애·요금제 출시 때마다 늘 비상사태
꼭 휴가철이 아니더라도 관제센터는 1년 365일 긴장 상태다. 혹시나 모를 자연재해나 네트워크 장애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가 일반적으로 오는 정도는 문제가 없지만 대형 태풍이 왔을 때 기지국은 장애가 날 수 있어요. 하지만 태풍으로 침수되는 것보다 더 자주 일어나는 사고는 정전입니다. 기지국에 전기를 공급해야 하는데 정전이 되면 문제가 생기죠. 그럴 경우 비상 발전기를 투입시켜 최대한 빨리 조치를 취합니다. 한전과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신규 요금제가 출시됐을 때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요금제 출시와 네트워크 트래픽은 서로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이 출시되면 데이터량이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KT는 최근 출시한 데이터ON 요금제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 철저한 검증을 거쳤다고 했다.
"요금제가 출시되기 전에 네트워크 용량에 관한 이슈가 없을지 검토하고 어느 정도의 가입자가 데이터요금을 쓸 건지 계산했습니다. 또 부하가 걸릴 수 있는 시설을 사전에 분석해서 조치를 취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규 요금제가 나오기 전에는 항상 이런 과정을 거칩니다. 새로운 요금제가 나올 때마다 비상사태라고 보시면 돼요."
■ 시스템이 모르도록 휴가도 몰래 갔다와야… 쉴 틈 없는 관제센터
안병관 팀장에게 네트워크 관제센터에서 일하면서 힘든 점에 대해 물어봤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벚꽃놀이나 여의도 불꽃축제를 한 번도 보러 간 적이 없어요. 저희는 항상 비상근무를 해야 하니까요. 명절에도 자리를 며칠 연속해서 비울 수가 없어요. 관제센터는 24시간 돌아가야 하거든요."
휴가도 마찬가지다. "지나가면서 하는 농담이 있어요. 관제나 운용 팀장들이 자리를 비우면 시스템이 알아차리고 꼭 장애가 발생한다고. 그래서 휴가를 가려면 시스템도 모르게 몰래 갔다오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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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제일 바쁘고 힘들 때는 대형 장애가 발생했을 때다.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하면 짧은 시간 안에 원인을 찾아서 대응하는 것이 관제센터의 역할이다.
"KT는 항상 내부적으로 안정적 운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휴가철이나 축제 시즌에 네트워크 특별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그 일환이고요. 네트워크 관제센터는 365일 24시간 안정운용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