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에 대-중기 컨소 의무화... 자가망 통신사가 양보해야"

[스마트시티 전문가를 찾아서⑥] 이정희 국토부 도시경제과장

컴퓨팅입력 :2018/07/25 11:45    수정: 2018/07/25 13:58

“이제 일방적으로 스마트시티를 공급하던 예전 방식에서 탈피하자는데 모두 공감하고 있습니다. 여러 부처와 다양한 민간전문가, 기업, 시민 의견을 초창기부터 활발히 조율하는 지금의 방식은 새로운 방식입니다. 도시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갖고 있는 국토부를 중심으로 새 거버넌스 구축이 잘 이뤄진다면 분명 시너지 효과가 날 거라 생각합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이정희 국토교통부(국토부) 도시경제과장은 스마트시티 사업 추진 방식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스마트시티 사업은 국토부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이 함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토부는 스마트시티 사업 주관 부처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의 스마트시티 특별위원회의 간사 부처를 담당하고 있다.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스마트도시법)’ 개정안도 당정 공동입법으로 추진 중이다. 이 과장에게 스마트시티 사업에서 국토부 역할과 추진 현황을 들어봤다.

국토교통부 이정희 도시경제과장

■ 신규개발 등 3단계로 나눠 스마트시티 국가사업 진행

이 과장은 "국토부는 도시 계획부터 조성, 운영 관리까지 도시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로 도시에 대해 가장 많은 이해와 경험,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다"며 "스마트시티도 결국 도시 정책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국토부가 주관부처로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도시 성장단계를 신규개발, 도시운영, 노후 및 쇠퇴 등 3단계로 나눠 스마트시티 사업을 진행한다.

신규개발 단계로는 세종 5-1생활권과 부산 에코델타시티 2곳을 대상으로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과장은 시범도시 사업은 "백지상태 부지를 선정해 세계적 수준의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디지털 트윈,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자유롭게 실증하는 테스트 베드와 각 부처의 정책사업 및 실증 R&D 실험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도시운영 단계서는 '스마트시티 국가전략 R&D' 사업을 추진한다. 도시 인프라 또는 시민으로부터 수집되는 각종 데이터를 통합 관리해 시민에게 필요한 서비스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

R&D 과제는 크게 데이터 관리 모델 개발 과제, 교통·안전·행정 분야의 도시 문제 해결 실증 과제, 환경·에너지·생활복지 분야의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 실증 과제 등 3개다.

노후·쇠퇴 단계 도시에는 '스마트도시형 도시 재생'을 추진한다. 산업구조의 변화, 인구 유출 등으로 노후된 도시에 스마트솔루션을 접목해 도시 인프라와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인천 부평구, 부산 사하구 등 5개의 시범지구가 선정됐으며, 매년 5개 사업지를 선정해 나갈 계획이다.

■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 육성 위해 '스마트도시법' 개정 추진

이 과장은 스마트시티가 지속 가능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자생적인 민간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할도 "민간이 스마트시티에서 자유롭게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스마트시티에 다양한 신산업 육성을 위한 '스마트도시법' 개정을 추진한다. "법 개정을 통해 자율주행차, 드론, 개인정보 활용 등 신산업 특례를 도입하려 한다"며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를 중심으로 스마트시티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공공 인프라 구축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가 시범도시에서는 자율주행차, 드론 등 신기술을 연구개발하고 테스트 할 수 있다. 일례로 '스마트도시법'개정안에는 운전자 의무조항을 없앴다

. 현행 도로교통법상으로는 운전 중에 휴대전화를 보거나, 네비게이션 장치를 조작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이 과장은 "자율주행차를 연구하는 개발자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한 조항"이라며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는 규제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도시법' 개정안에는 시범도시 내 공공 발주 SW사업에 대한 '소프트웨어진흥법'특례 규정도 반영돼 있다. 소프트웨어 진흥법상으로는 중소기업 보호 차원에서 공공 발주 SW사업에는 대기업이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특례 규정을 통해 시범도시 내에서는 대기업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이 과장은 "시범도시 안에서는 대기업도 투자하고, 이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수출까지 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기업이 독식하면 안 되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윈윈하도록 컨소시엄을 의무화하는 등 상생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1회 국토교통부와 스마트도시협회가 함께 하는 정책간담회가 지난 5월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렸다. (사진제공=스마트도시협회)

■ "스마트시티 핵심은 연결"…지자체 자가망 연계 확대해야

이 과장은 스마트시티의 핵심은 연결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지자체들은 자체 통신망을 이용해 교통, 방재, 방범, 환경 4개 분야를 연계한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할 수 있다. 연계 서비스가 제공되면, 불이 났을 때 화재 규모와 교통 상황, 주변 불법 주정차 여부 등을 파악해 119가 출동할 수 있다.

이 과장은 “스마트 서비스가 총 19종이 있는데, 지자체에서는 연계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교육, 복지 등 모든 스마트 서비스로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독거노인이 냉장고 사용이 없을 때, 이 데이터가 통합센터로 들어가 주변 의료기관과 119, 교통 서비스까지 연계돼 바로 출동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며 “지금은 복지 분야까지 연계가 안 돼 이런 서비스 개발은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도시법’ 개정안에 따라 시범도시 내에서는 모든 분야를 연계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이동통신사는 서비스 모델 축소 등의 문제로 자가망 연계 분야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이 과장은 “소프트웨어 사업에서는 대기업에 규제 완화를 해줬으니, 자가망 분야에서는 대기업인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양보를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범도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들도 연계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전국적으로 자가망 연계 분야가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한국은 IT 기술과 신도시 개발 경험이 강점…데이터 활용, 시민 참여부분은 취약

스마트시티 사업은 한국뿐 아니라 각국에서 진행 중이다. 이 과장은 한국의 스마트시티 구축 사업이 해외랑 비교했을 때 가지는 강점으로 IT 기술과 신도시 개발 경험을 꼽았다. “우리나라가 신도시 만든 경험은 70년이 됐어요. 또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모바일 기술 등과 같은 IT 기술은 세계적 기술이죠. 초고속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깔린 나라도 잘 없어요.”

반면, 시민 참여 부분은 여전히 활성화해야 되는 부분 중 하나다. “해외는 미세먼지나 소음측정 등을 공공자전거에 센싱해서 시민들이 직접 돌아다니는 참여형으로 정보 수집이 많이 된다”며 “그동안 우리나라는 시민 참여 부분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보호나 데이터 활용 부분의 규제도 취약점으로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데이터 개방이 어렵다”며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규제 개혁 방안이 나오고 있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혁신점검 회의를 취소한 것도 “핵심 규제 사안이었던 개인정보 보호 관련 준비가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공공주도 패러다임 OUT…기업·시민 주도형 스마트시티 확산 위해 노력할 것

스마트시티 사업은 많은 부처가 얽혀 같이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부처 간 협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 과장은 이에 대해 “전혀 우려할만한 사항은 아니고, 새로운 방식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설계 때부터 다양한 민간전문가를 활용하고, 전문가를 중심으로한 부처들 의견과 시민들 의견, 기업 의견이 나오고, 이를 마스터플래너(MP)중심으로 검토해 조율하는 부분은 새로운 방식”이라며 “스마트시티는 기존의 공공주도 패러다임이 더 이상 작동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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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제는 기존의 공공사업 시행자들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주도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자는 데 모두 공감을 하고 있다”며 “스마트시티는 다양한 분야가 융복합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한 부처, 하나의 단일 시행자가 모든 서비스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과장은 거버넌스만 잘 구축이 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거라면서 “앞으로 부처 간 협력 관계를 지속하고, 참여 부처와 기관을 차츰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