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선도로 갈 수 없는 車가 과연 車인가

[나쁜 규제, 이것만은 꼭 풀자⑩] 초소형 전기차

카테크입력 :2018/07/26 09:02    수정: 2018/07/27 11:28

문재인 정부가 '혁신 성장'을 위해 규제 혁파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규제에 대해 이해관계가 달라 논란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이에따라 혁신성장의 도구이자 핵심인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 12개를 골라 '나쁜 규제, 이것만은 꼭 풀자'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주]

⑩초소형 전기차 자동차전용도로 출입 통제

“대한민국에서는 올림픽대로 등 간선도로에 전기차가 출입할 수 없다는 정보를 친구로부터 접수받았는데, 이게 사실인가요?”

우리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는 한 외국인이 한 때 트위터로 이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어 첨부파일로 관련 도로 이정표를 첨부했다. 우리나라 스스로 전기차의 발전 가능성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심정도 전했다.

그가 직접 첨부한 도로 이정표는 ‘저속 전기차 출입금지’를 뜻한다. 르노삼성차 트위지 등 초소형 전기차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의미다.

쉐보레 볼트 EV,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기아차 니로 EV, 르노삼성 SM3 Z.E.,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등 주요 전기차들의 간선도로 출입은 가능하다.

서울 올림픽대로 진입 램프 부근에 설치된 도로 이정표. 초소형 전기차 진입 금지를 뜻하지만, 이 이정표는 외국인들의 큰 오해를 사고 있다는 지적이 빈번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결론적으로 이 이정표는 우리나라 전기차 정책에 대한 외국인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초소형 전기차의 간선도로 출입금지에 대한 국내 정책의 허점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최근 해당 이정표를 철거하고 ‘초소형전기차 출입금지’ 이정표로 대체했다. 하지만 초소형 전기차가 국내에 도입된지 3년이 지난만큼, 해당 법과 규제에 대한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간선도로 출입 통제 규제에 사업 전환하기도

초소형 전기차 산업은 지난 2015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28회 세계전기차학술대회 개최 이후 활성화됐다. 당시 르노가 별도 부스를 만들어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전시했고, 킨텍스 주변 간이도로에 트위지 시승 체험 공간도 마련했다. 작고 귀여운 외모 때문에 트위지 시승 예약이 최소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후 국내 초소형 전기차 산업은 2년동안 정체기를 맞았다. 초소형 전기차에 대한 차종 분류 고민 때문이다. 이 때문에 르노삼성차는 2015년 킨텍스 행사 후 2년여만에 트위지 일반 판매를 시작하는 진통을 겪었다. 르노삼성차가 트위지 판매를 시작하면서 쎄미시스코, 캠시스, 대창모터스 등의 중소업체들도 초소형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초소형 전기차가 국내에서 소개된 지 무려 3년이 지났지만, 간선도로 출입 통제에 대한 규제는 아직까지 변동되거나 폐기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트위지의 최고 주행 가능 속도는 시속 80km/h로 웬만한 일반도로나 간선도로에서 충분히 달릴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며 “하지만 간선도로 운행 금지 규제 때문에, 트위지 스스로 도로에서 제 역량이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서울 동작구의 한 일반도로에서 주행중인 르노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사진=지디넷코리아)

하지만 르노삼성차 입장에서는 규제 때문에 트위지 판매를 중단할 수 없다. 우선 배달용 시장 등 B2B(기업과 기업 간) 시장을 노려 규제에 대한 판매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016년 3월 “소형 전기차 R&D 전문기업이 되겠다”라는 포부를 밝힌 국내 중소기업 새안은 올해 5월 초소형 전기차 사업을 포기하고, 소형 전기차 사업에 전념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새안 관계자는 “국내 마이크로카(초소형 전기차) 관련 법안이 3년이 넘도록 맴돌고 있다”며 “과감히 마이크로카 사업을 포기하고 소형 전기차로 전면 전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정용 새안 대표는 초소형 전기차 개발비나 소형 전기차 개발비가 큰 차이가 없다고 내다봤다. 소형 전기차는 고속도로 주행 등 제약이 없는데다 4인승이라 오히려 시장에서 더 큰 환영을 받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2016년 3월 당시 초소형 전기차로 소개됐던 ‘위드(WID)'는 새안의 사업 전환으로 인해 소형 전기차로 재판매된다. 한 번 충전에 350km까지 주행 가능하고, 2천만원대 중반대를 목표로 개발될 예정이다. 초소형 전기차 발전 가능성을 믿고 사전계약했던 기존 고객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국내 자동차 전장부품 기업으로 알려진 캠시스는 10월 초소형 전기차 브랜드 ‘쎄보(CEVO)'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 업체 역시 초소형 전기차의 간선도로 출입 통제에 대한 애로사항이 있다.

박영태 캠시스 대표이사는 초소형 전기차 간선도로 진입 통제가 빨리 사라져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초소형 전기차도 안전기준이 강화된다면, 큰 차를 좋아하는 대중의 선호도가 변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중 선호도 상승이 규제를 없앨 수 있는 중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캠시스 인천 송도 사옥 1층에 자리잡은 전기 푸드트럭 콘셉트카 'TX500e' (사진=지디넷코리아)

■여전히 규제 완화에 소극적인 정부

정부는 초소형 전기차 발전을 위한 자체 정책을 여러 차례 제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 등은 지난 2월 19일 친환경 배달장비 보급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로 인해 올해부터 3년간 우편 배달용 이륜차 1만대가 모두 초소형 전기차로 전환되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쎄미시스코의 경우 지난 23일 초소형 전기차 D2 20대를 우정사업본부에 추가 공급하는 결과를 얻게 됐다.

지난 5월 3일 발행된 ‘문재인정부 1년 국민께 보고드립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륜전기차 등 초소형 전기차 출시가 용이해진 점이 정책 성과 중 하나로 평가됐다.

서울 강남우체국에 투입된 쎄미시스코 초소형 전기차 D2 (사진=쎄미시스코)

이전 정부부터 초소형 전기차에 대한 차종 분류가 진행되지 않아 실제 차량 출고가 어려웠지만, 문재인 정부 이후부터 차종 분류 문제가 해결되면서, 초소형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는 내용이 담겨졌다.

실제로 초소형 전기차는 스타필드 고양, 이마트 등의 할인마트와 쇼핑몰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일반 고객 접근성이 좋아졌다. 충전 문제와 초소형 전기차 내 내비게이션 활성화 문제도 점차적으로 해결되면서 안정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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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간선도로 출입 통제 규제에 대한 업계 의견 수렴 과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안전에 대한 문제로 규제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게 정부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