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기술·사업 일단 하지마? 아니, 우선 해!

[나쁜 규제, 이것만은 꼭 풀자①] 규제샌드박스

방송/통신입력 :2018/07/23 13:43    수정: 2018/07/23 13:45

문재인 정부가 '혁신 성장'을 위해 규제 혁파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규제에 대해 이해관계가 달라 논란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이에따라 혁신성장의 도구이자 핵심인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 12개를 골라 '나쁜 규제, 이것만은 꼭 풀자'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주]

①新기술·사업 일단 하지마? 아니, 우선 해봐!...규제샌드박스

“서둘러도 늦었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두고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규제 샌드박스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처음 내놓은 구체적인 규제완화 계획이다. 기존의 관행을 깬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이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시장에 나오기 힘든 환경이니, 먼저 이를 실증해볼 수 있게 해주자는 게 규제 샌드박스 취지다.

신산업 분야에서 한발이라도 앞서려면 다른 나라가 상용화에 나서기 전에 최소한의 실증을 마쳐야 한다. 블루오션이 자칫 레드오션으로 바뀌는 것은 순간이다. 그래서 상용화 이전에 선도 사업 추진을 위한 실증만이라도 해보자는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 법안은 그러나 국회의 여야 신경전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법을 통한 규제 완화 방법의 정답이 있다면 이를 찾아가는 국회의 논의 과정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규제 혁신은 속도가 생명인 경우가 많다. 세월아 네월아 하고 논의만 하다가 시장에서 실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규제 샌드박스의 경우 합리적 논의보다 속도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 규제 샌드박스가 뭐길래

샌드박스는 말 그대로 모래통이다. 모래가 가득한 곳에서 어린 아이가 다치지 않고 마음껏 놀아보라는 것이다.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 역시 기존 규제 틀에서 벗어나 테스트(실증)를 해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규제 샌드박스란 용어가 만들어졌다.

영국이 지난 2014년 핀테크 산업을 키우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란 말을 처음 꺼냈다.

국내에서는 2016년 핀테크 육성을 위해 금융위원회가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추진했고,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각 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 대비 규제 완화 방안으로 언급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국정운영 과제에 포함됐고 정부와 여당이 올해 초 내놓은 신산업 신기술 분야 규제혁신 추진방안에 구체적인 규제 샌드박스 도입 청사진이 나왔다.

이에 따라 규제 샌드박스 도입 확산을 위한 정보통신융합법,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산업융합촉진법, 지역특구법, 행정규제기본법 등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 어떤 기술도 우선 허용한 뒤 사후규제

규제 샌드박스의 주요 골자는 우선 융합서비스와 같은 신산업을 허용한 뒤 사후에 규제를 한다는 것이다. 신기술·신산업 분야에서 일정기간 기존 규제 적용을 받지 않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에만 사후 규제 원칙을 세우는 식이다.

즉, 현행 법령상으로는 당장 사업시행이 어렵더라도 기간과 장소 등 제한된 조건에서 규제적용 없이 시장 테스트를 허용하는 규제 완화 방식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같은 논리로 규제프리존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우선 ICT 융합 분야에서는 정보통신융합특별법 개정을 통해 신기술이나 새로운 서비스 테스트가 가능하도록 규제 특례를 도입할 수 있다. 임시허가 신청절차를 줄이고 유효기간을 늘리는 식이다. 이 법이 시행될 경우 O2O,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분야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ICT 분야 규제샌드박스 제도 도입으로 기업들의 신기술과 서비스 출시를 촉진할 수 있고 인터넷 산업 규제혁신으로 국내 신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핀테크 분야에서는 혁신금융서비스업으로 지정받은 경우 금융규제 특례 적용이 가능한 내용을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제정안이 담고 있다.

산업융합촉진법 개정안은 융복합 신산업의 실증규제 특례 도입을 담고 있고, 지역특구법은 지역 특구 내에서 규제 제약 없이 신기술 등 사업화 지원이 가능케 하는 내용이다.

■ 일단 하지마? 아니, 우선 해봐!

규제 샌드박스 도입 법안에 따른 규제 특례 유형은 규제 신속확인, 임시허가, 실증을 위한 규제 특례로 이뤄졌다.

규제 신속확인은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어떤 규제가 적용되는지 신속히 파악하게 돕는 제도다. 관련 법령 존재 여부와 법령상 허가가 필요한지 등을 확인해 30일 내 회신토록 했다.

임시허가는 법령이 없거나 불합리할 경우 인허가를 기다리는 신제품의 시장 출시를 우선 허가하는 제도다. 상용화가 늦춰지는걸 막기 위해서다. 허가기간 중 관계기간은 관련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가 도입되면 신사업이 현행 해당법에 맞지 않더라도 예외적으로 시범운행 등을 허용한다. 예컨대 현행법상 금지된 자율주행 버스 운행을 테스트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다.

임시허가실증특례 기간은 2년 이내로 정했다. 추가로 1회(2년 이내) 연장할 수 있다. 다만 국민의 생명이나 안전, 환경을 저해하는 규제특례는 제한키로 했다.

■ 국회 공전에 4차 산업혁명은 STOP

규제 완화를 두고 반대하는 이는 없다. 여야를 불문하고 역대 정부 모두 규제 혁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규제개혁의 최종 관문인 법 개정과 제정을 거쳐야 하는데 국회에 발목을 잡혀있기 일쑤다.

신산업 현장에서는 하반기 국회 원 구성이 마무리된 만큼 규제개혁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 우선 순위 논의 대상이 될 것이란 기대가 적은 게 사실이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 법안은 야당이 집권당 시절 추진했던 규제프리존법과 충돌을 빚었다. 규제프리존법은 특정 지역을 지정해 지역전략산업을 활성화하자는 규제 완화 방식이다.

규제 샌드박스가 업종을 중심으로 규제를 완화한다면 규제프리존법은 업종의 범위를 풀고 지역을 중심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 두 방향의 규제완화를 두고 절충안으로 나온 것이 지역특구법이다.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면서도 규제프리존법 취지를 따른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 세부적 내용을 두고 일부 우려 사항을 고려한 조항이 새롭게 고쳐지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괄적 규제 완화가 아니라 의미가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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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를 외치면서 과정은 늘 정치논리 갈등의 반복이다. 그렇다고 국회 탓만 할 수는 없다. 정부도 적기에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

규제 완화를 기다리는 곳은 정부와 국회가 아닌 산업 현장이다. 현장에서는 수년째 정부와 국회만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