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USB-C 단자와 케이블이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올 상반기 출시된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태블릿과 노트북, 보조배터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서 USB-C 단자를 볼 수 있다.
이렇게 확산되는 USB-C 규격을 못 따라가는 케이블이 많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드물다. 기준 미달 케이블을 쓸 경우 데이터 전송 속도나 충전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물론 화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저가·저품질 USB-C 케이블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유명 글로벌 브랜드 제품으로 눈을 돌린다. 그러나 국내에도 글로벌 제조사 못지 않게 뛰어나고 튼튼한 케이블을 만드는 회사, 나우인터내셔널이 있다.
■ 이음매 없는 USB-C 하우징 생산에 성공
나우인터내셔널의 모체는 과거 LG전자 금형사업부가 분사해 2000년 설립한 엠에스텍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구미 공장에서 스마트폰 하우징과 안테나, 카메라 모듈 케이스 등을 만들어왔다.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글로벌 기업의 각종 제품도 이 회사 손을 거쳤다.
이 회사가 USB-C 케이블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2004년 애플의 의뢰를 받으면서부터다. 케이블 단자를 둘러싸는 부품인 하우징을 이음매 없이 매끈하게 만들어 달라는 의뢰에 일본을 포함한 전세계 유명 금형 회사가 관심을 보였지만 어떤 회사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엠에스텍은 2년 이상 제품 개발에 매진한 끝에 애플이 요구한 하우징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고강도 스테인리스 소재를 특수 기법을 이용해 일체형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를 통해 케이블의 잡음은 물론 전력 손실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엠에스텍은 이렇게 개발한 USB-C 케이블 하우징을 이용해 독자 브랜드로 액세서리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자회사인 나우인터내셔널을 통해 지난해부터 '나우' 브랜드로 고급형 USB-C 케이블을 출시한 것이다.
■ 기업 시장이 먼저 탐낸 고품질 케이블
그러나 제품이 시장에 안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우인터내셔널 심현우 이사는 "USB-C 케이블의 차별화된 장점을 알리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알리바바나 타오바오 등 중국 오픈마켓 뿐만 아니라 옥션, 지마켓 등 국내 오픈마켓에서도 저렴한 가격의 USB-C 케이블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일부 제품은 3-4천원에 구입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 열배인 3만원이 넘는 USB-C 케이블이 굳이 필요한지 의문을 가질 만 하다.
심 이사는 "나우 USB-C 케이블은 최적의 전송속도와 전류량을 위해 1미터 길이를 고집했다. 일체형 하우징으로 파손되기 쉬운 단자를 견고하게 만들었고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금속 소재를 이용해 차폐 처리도 거쳤다. 단자 부분의 마감 처리는 모두 수작업으로 처리한다. 자연히 원가가 비싸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나우 USB-C 케이블의 가치를 먼저 알아차린 이들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기업 고객이었다. 여러 기업들이 국내외에 유통되는 저가 케이블을 썼다가 낭패를 봤다. 충전에 문제가 생기거나 데이터가 간헐적으로 끊기는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던 기업들이 이 회사 제품을 쓰자 문제가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여기에 유튜버나 유명 블로거가 나우 USB-C 케이블과 저가 케이블을 비교한 동영상을 자발적으로 올리며 뜻하지 않은 홍보 효과를 봤다. 심 이사는 "현재는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도 '고품질 케이블'로 자리잡았다"고 자평했다.
■ 금형 기술력과 철저한 품질 관리가 강점
나우인터내셔널이 갖춘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정상급 금형 기술력이다. 짧게는 20년, 길게는 30년 이상 금형 분야에 몸담은 기술진들이 견고한 단자와 하우징, 커넥터를 만들어낸다.
단순해 보이는 일체형 USB-C 하우징에도 기술 특허 6개와 디자인 특허 1개가 숨어 있다. 중국이나 베트남은 물론 일부 글로벌 제조사도 모방에 실패했다. 이런 기술력을 탐낸 일부 기업들이 스카우트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심현우 이사는 그 원인을 '팀워크'로 꼽았다.
케이블의 품질에 직결되는 마무리 공정에도 타협이 없다. 하우징과 케이블 단자를 견고하게 마감처리하는 공정에는 여지 없이 숙련공이 투입된다. 단 인건비 문제로 생산 과정은 중국 현지 공장에 하청을 준다. 핵심 부품인 하우징과 각종 부품은 엠에스텍이 생산하고, 이를 중국에서 조립한 후 다시 국내로 들여온다.
심현우 이사는 "국내에는 USB-C 케이블의 핵심인 와이어를 생산하는 기업이 없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조립 과정의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 단 기술 유출이나 가품 생산, 부품 유출 등을 막기 위해 빈번히 중국 현지 공장을 찾아 생산 과정을 감독하고 전수조사한다"고 설명했다.
■ "USB-IF 인증 획득으로 품질 보증 받겠다"
나우인터내셔널의 주력 제품은 USB 3.1 Gen.2 케이블 단 하나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는 보다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판매처도 확대할 계획이다. 올 연말 출시를 목표로 신제품도 개발중이다.
심현우 이사는 "그동안 기술력 노출을 우려해 조심스럽게 움직였지만 앞으로는 국내 총판을 확보하고 해외에도 적극적으로 납품할 계획이다. 앞으로 나우인터내셔널은 판매 대신 제품 개발에 전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에 출시될 제품 역시 USB-C 케이블이다. 그러나 USB-C 규격을 제정하는 업계 표준 단체인 USB-IF(시행자 포럼) 인증을 받는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심현우 이사는 "USB-IF 인증은 단순히 제품 뿐만 아니라 제품을 구성하는 소재와 공정까지 엄격한 평가 과정을 거친다. 절차도 까다롭고 비용도 수 천만원 이상 들지만 이 인증을 받는 순간 가장 확실한 품질 보증서를 받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USB-C 케이블 이외에 각종 액세서리 충전을 위한 케이블과 애플 아이폰·아이패드용 라이트닝 케이블도 시장에 나온다. 특히 라이트닝 케이블은 애플 MFi 인증을 받아 기기간의 호환성 문제를 완전 차단할 계획이다. 보조배터리 등 충전 관련 상품 제조사와 결합상품도 검토중이다.
■ "일류 액세서리 기업, 국내에도 하나쯤 있어야"
엠에스텍과 나우인터내셔널은 USB-C 관련 액세서리 시장 확대에 따라 내부 구조도 개편하고 있다. 엠에스텍은 케이블의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나우인터내셔널은 이를 공급받아 케이블을 만든다. 자회사가 아닌 수평적인 구조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각종 제품의 매출도 온전히 나우인터내셔널의 몫이 된다.
나우인터내셔널은 올해 내부 개편을 거쳐 내년부터는 각종 신제품을 통해 연간 50억원의 매출을 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전 세계 시장에도 국산 제품을 수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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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우 이사는 "기업 시장에서 특수 케이블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길이를 늘려 달라는 주문이 많다. 지금까지는 길이 1미터를 고집해 왔지만 앞으로는 길이를 연장한 케이블도 생산해 B2B 시장에 대량 납품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또 "'나우 브랜드로 나오는 제품은 믿을 수 있다'는 믿음을 소비자에게 심어주고 싶다. 국내에도 독자 기술력을 갖추고 고품질 액세서리를 만드는 기업인 나우인터내셔널, 나아가 엠에스텍이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