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혁신 성장'을 위해 규제 혁파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규제에 대해 이해관계가 달라 논란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이에따라 혁신성장의 도구이자 핵심인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 12개를 골라 '나쁜 규제, 이것만은 꼭 풀자'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주]
⑧소비자도 울고 제조사도 울고...복잡한 드론 규제
2~3년 전만 해도 일반 소비자와 산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드론 산업이 복잡한 규제 속에 산업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농약 살포, 식품 배달, 택배 등 실생활을 드론 산업에 접목시키는 실용화 단계에 들어선 반면, 국내 업체들은 여전히 불합리한 인증 제도에 발목이 잡혀 있다.
지난 4월 정부는 드론 인증과 비행 승인, 항공촬영 규제를 완화하고 9월까지 기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규제 완화는 빨라야 내년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드론 산업 종사자들은 규제 완화 내용은 물론 속도에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이원화된 드론 비행 승인 절차
호기심으로, 혹은 업무 활용을 위해 드론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복잡하게 얽힌 비행 영역과 이를 위한 인허가 과정과 절차이다.
서울 시내에서는 가양대교 북단, 신정교, 광나루, 별내 나들목 등에서 허가 없이 드론을 날릴 수 있으며 이외 지역에서는 무조건 항공정보시스템에 접속해 비행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드론으로 각종 영상을 촬영하려면 국방부의 항공사진 촬영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여의도 등 서울 도심 내 일부 지역에서는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기무부대 요원이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참관한다. 사실상의 '감시'와 다름 없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 해외 인증 부품 써도 "처음부터 다시 인증"
국내 드론 제조사는 현실과 동떨어진 전파인증 제도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제조사가 만든 드론 중 '전파성 적합인증'을 받은 제품은 거의 없다"고 털어 놓았다.
와이파이나 LTE 등 통신 모듈을 내장한 드론이 국내 전파인증을 거치려면 각종 부품의 회로도와 설계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관련 부품 중 상당수는 외산 제품이며 이들 부품의 설계도를 제공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심지어 해외에서 인증을 거친 부품도 다시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 제조사들은 대부분 드론을 제조하고도 '전파성 적합인증'이 아닌 '전파성 적합등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모 제조업체 관계자는 "전파성 적합인증을 받지 못한 드론은 조달 등록시 가점을 받지 못해 우수 제품 등록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 늦어지는 규제 완화 "빨라야 내년 초...기약 없어"
제한속도가 정해진 일반도로나 고속도로에서도 경찰차나 구급차가 속도 제한을 받지 않는 것처럼, 국내 드론 산업계는 '경쟁 속도 향상'을 근거로 일관되게 규제 완화를 요구해 왔다.
또 다른 제조사 관계자는 "현행 드론 관련 각종 규제는 비용보다 이에 필요한 서류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러나 여기에 시간을 뺏기면 드론 강대국, 특히 중국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도 드론을 둘러싼 각종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드론 산업 종사자들은 규제 완화 내용은 물론 속도에도 불만이다.
지난 4월 정부는 드론 인증과 비행 승인, 항공촬영 규제를 완화하고 9월까지 기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해양부 산하 기관인 항공안전기술원이 규제 완화 기준을 탐색할 샌드박스 시범 사업자를 선정한 것은 지난 6월 중순이다.
이 사업에 이달부터 참여한 한 국내 업체 관계자는 "시범 사업 선정 후 자금 지원을 받아 어떤 규제를 풀어야 할지 탐색하고 있는 과정이다. 규제 완화 관련 윤곽이 나오는 것은 빨라야 올해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 로드맵보다도 최소 3개월 이상 늦어진 것이다.
■ 규제 완화 화룡점정 '입법'...국회는 공전
설령 정부가 내년 초 드론 규제 완화 기준안을 확정해도 이는 방향성 제시에 그친다. 일선 주무관들이 완화된 기준에 따라 인·허가 등 업무 처리를 하려면 명문화된 법령이나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
업체 관계자는 "일선 주무관들은 임의로 업무를 처리했다가 문제가 생길 경우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선뜻 나서기 힘들다. 입법이나 시행령 등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규제 완화는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0대 국회, 나아가 드론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국토교통위원회는 이같은 활동에 소극적이다. 지난 6월 말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을 비롯해 여·야 의원 16명이 '드론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20대 국회에서 여전히 계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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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안은 국내 드론 업계가 요구했던 인증 기준 완화와 드론 비행 허가 간소화, 드론 관련 강소기업 지원, 드론산업진흥원(가칭) 설립 등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국내 드론 산업 관계자들은 "이미 수 차례 제시됐던 거대 담론만 존재할 뿐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로드맵, 타임라인이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