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암호화폐 압수, 처분가능할까

[한서희 변호사 칼럼] 형·민사적 접근에 대해

전문가 칼럼입력 :2018/07/20 10:54    수정: 2018/07/20 11:35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최근 암호화폐(가상통화)인 비트코인에 대한 몰수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있은 이래로 암호화폐에 대한 집행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형사 절차상의 몰수가 가능하다면 환가절차는 무엇이 될 것이냐의 문제부터 민사 절차상의 강제집행이나 가압류 등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논의까지, 그 논의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 오늘은 암호화폐의 집행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 국내서 암호화폐 압수와 처분, 가능할까

대법원(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에서는 비트코인의 몰수를 인정하였는데, 몰수 판결을 받기까지의 경위는 앞으로의 집행과 관련하여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해당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비트코인 지갑에 대한 계정 정보를 피고인으로부터 임의 제출 받은 후에 그 계정정보를 이용해 온라인 비트코인 서비스 계정에 접속하여 해당 계정 내의 비트코인을 확인했다. 그리고 수사기관은 비트코인의 특성상 서비스 계정에 대한 접근권한만 있으면 계정에 보관된 비트코인을 어디서나 이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경찰 생성 주소'로 피고인 계정의 비트코인을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비트코인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 사안의 경우에는 피고인이 지갑에 대한 계정정보를 임의 제출하였기 때문에 암호화폐에 대한 압수도 가능했다. 즉, 피고인이 비밀키와 주소정보를 제출하면 압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피고인이 비밀키와 주소정보를 임의 제출하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압수할 수 있을까. 물론 피고인이 수첩 어느 모퉁이나 컴퓨터 부근 어딘가에 비밀키와 주소정보를 기록해 두었을 수도 있지만 해당 기록을 찾기 위해 어느 범위까지 압수수색의 대상으로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또다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왜냐하면 영장주의 원칙상 압수수색의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포괄적 강제처분을 허용하는 일반영장(general warrant)은 금지되고 있으므로 압수수색 영장에 '압수할 물건'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하고 '수색할 장소'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때에 다른 장소와 합리적으로 구별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하는데, 비밀키와 주소정보를 찾기 위한 대상물을 구체적으로 특정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압수된 이후 압수물의 환가처분은 어떤 방법에 의하여 가능할 것인가?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경매와 공매가 있다. 공매는 국세징수법상 절차에 따르고 경매는 민사집행법에 의한다. 이 두 가지 모두 입찰을 전제로 한다.

미국에서는 실크로드 사건과 관련하여 몰수된 비트코인에 대한 공매가 이루어진 사례가 있고 그 밖에도 비트코인에 대한 경매가 이루어진 바도 있다고 한다. 나아가 미국 연방보안관실(US Marshals Service)의 비트코인 공매 공고에 따르면 미국 연방보안관실은 몰수된 비트코인을 공매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구체적으로는, 연방보안관실에서 비트코인 블록을 여러 종류로 나누어 입찰을 실시하고, 매수희망자가 연방보안관실에 입찰을 희망하는 비트코인 블록과 매수희망가를 기재하면서 보증금을 납부한다. 그리고 입찰 결과 최고가를 제시한 사람이 낙찰을 받게 되는데, 매수희망자가 매각대금을 입금하면 비트코인을 해당 매수자에게 이체하는 방법으로 공매가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암호화폐에 대한 공매가 이루어진 사례가 없고 이러한 공매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민사집행법상 경매는 부동산, 자동차, 선박, 유체동산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국세징수법상 공매는 동산·유가증권·부동산·무체재산권·체납자를 대위해 받은 물건을 그 대상으로 한다(국세징수법 제61조).

만일 비트코인의 재산성을 인정한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 취지에 따르면 국세징수법상의 공매 처분은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앞으로 공매 절차에 관하여 구체적인 절차를 규정한다면 앞서 살펴본 미국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 민사상 암호화폐 집행할 수 있나

일본에서는 A라는 채권자가 암호화폐거래소 이용자(채무자)의 암호화폐거래소(제3채무자)에 대한 청구권을 압류의 목적물로 해 채권압류 신청을 한 사안에서 인용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위 압류 사건의 본안 사건은, 암호화폐 구입을 권유 및 판매한 회사가 채권자인 A에게 실제 가격의 약 30배로 암호화폐를 판매하였고 이에 대하여 A가 위 판매회사를 상대로 사기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본안 사건에서 원고인 A의 청구가 대부분 인용이 되었고 본안 사건 진행 중에 A의 신청에 의해 판매회사의 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암호화폐 관리위탁 등에 기한 반환청구권에 대하여 채권 압류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위 사건에서 A는 압류채권의 표시와 관련하여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의 가상통화의 매매 등에 관한 계약에 근거해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 대하여 보유하고 있는 가상통화 등의 반환청구권 중 채권자가 정한 순서에 따라 본 압류 명령이 제3채무자에 송달된 시점에 있어서 제3채무자의 가상통화 시가에 의해 엔화로 환가한 금액 중 청구금액에 이르는 금액'으로 표시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경우에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압류명령이 내려진 경우라면, 민사집행법상 제3채무자인 암호화폐거래소는 채무자에 대한 변제금지의무를 부담한다.

암호화폐 비트코인(이미지=이미지투데이)

우리나라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하여 가지는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자의 청구권에 채권가압류결정을 한 사례가 존재한다.

이처럼 채무자의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청구권이 압류 또는 가압류된 경우에 그러한 압류 또는 가압류를 이유로 암호화폐거래소가 거래소 이용고객인 채무자의 전자지갑 이용서비스를 바로 제한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채무자의 전자지갑 이용서비스를 제한하지 않는다면 채무자의 암호화폐 등의 처분을 막을 수가 없고 이 경우 제3채무자인 암호화폐 거래소는 압류채권자에게 이중지급을 하여야 할 위험을 부담하게 되므로, 일정한 절차를 통해 채무자로 하여금 암호화폐거래소의 전자지갑 이용을 금지해야 할 필요성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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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암호화폐거래소는 이용약관에 암호화폐거래소 이용자의 반환청구권에 대한 채권 압류 또는 가압류가 있는 경우 이용자의 거래 계좌 이용을 정지시킨다는 조항을 넣을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많은 사례가 집적되지는 않았지만 대법원에서 암호화폐의 재산성을 인정한 이상 그에 대한 집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더욱 더 크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모든 재산을 비트코인으로 전환해서 거래소에 예치한 경우, 또는 망인이 모든 재산을 비트코인으로만 가지고 있을 때 채권자의 강제집행 방법 및 암호화폐의 상속 방법 등이 문제될 수 있고, 어떤 사람이 체납처분을 회피하기 위해서 모든 재산을 암호화폐로 가지고 있는 경우 어떤 방법으로 체납처분을 할 것인지도 문제될 수 있다. 이러한 많은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와 관련된 제반 법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2007 : 제49회 사법시험 합격, 2008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010 : 사법연수원 제39기 수료, 2012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경제법),2010 : 대우증권,2011 : 현재 법무법인 '바른' 소속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