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 의하면 지난 19일 기준으로 총 암호화폐(가상통화·가상화폐) 수는 약 1천627개이고 시가총액은 316조 5천468억원을 웃돈다. 코인 형태가 832개, 토큰 형태가 795개이다.
우리나라에서 코인공개상장(ICO)의 대표적 성공사례는 글로스퍼의 하이콘이다. 2017년에 ICO를 통해 총 500억 원 정도를 모금했고, 현재 메인넷을 런칭한 상태이다.
이처럼 ICO에 성공하는 기업은 어마어마한 자금을 유치할 수 있게 되므로, 현재 ICO는 벤처캐피털을 능가하는 자금조달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고 이제 ICO의 결과물이 하나둘씩 기술로 실현되고 있다.
■ IPO는 투자자에게 배당·이자 지급, ICO는 디지털토큰 발행
ICO는 '새로운 가상통화를 개발하면 이를 분배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자금을 끌어 모으는 크라우드펀딩방식(한경경제용어사전)'으로 설명된다. 금융위원회에서는 '가상통화 제공과 관련하여 금전, 기타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 또는 기타 다른 가상통화를 조달하는 행위'를 ICO라고 기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ICO란 단어를 문언 그대로 해석하면 'Initial Coin Offering', 즉 '최초 코인 공개'가 될 것이다.
ICO는 자금조달방식이 전통적인 IPO(기업공개상장·Initial Public Offering)보다는 집단지성을 이용하는 크라우드 펀딩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ICO 크라우드펀딩'이라고도 불린다.
ICO는 현금으로 모집하는 IPO나 크라우드펀딩과는 달리, 통상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유통되고 있는 기존 가상통화와 교환되는 형태로 모집된다.
회사는 ICO를 통해 독자적으로 발행된 디지털 토큰(digital token)을 증권회사 등의 중개인 없이 온라인상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직접 판매한다. 이를 위해서 회사는 우선 법인을 설립하고 비공개 ICO와 프리 세일(Pre Sale)이라고 하는 선판매 이후에 크라우드 세일(Crowd Sale)을 해 발행을 완료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 때 ICO 발기인은 자본시장법에서와 같은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를 교부하지는 않고 백서(White paper)라고 하는 것을 발행한다.
회사는 투자자에게 배당이나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대신 투자자들은 제공받는 디지털 토큰을 장래 발행회사가 개발하여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토큰을 보유한 투자자는 발행회사에 대한 지분이 없고, 제품이나 서비스 확대에 따른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 작년 ICO 금지한 한국, 새로운 공식 입장은 전무
우리나라 정부는 2017년 9월 4일 가상통화 대응방안을 발표하면서 증권 형태의 ICO발행을 자본시장법위반으로 처벌하겠다고 밝혔고, 2017년 9월 29일 가상통화관계기관 합동 TF를 통하여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2017년 12월 4일에는 정부가 가상통화의 가치 적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발표를, 2017년 12월 28일에는 가상통화 투기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통하여 가상통화거래소 폐쇄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이런 발표 이후 정부는 지금까지 ICO 금지 법안을 제정하지 않았고 새로운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도 없다. 정부에서 ICO를 언제부터 금지할 것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금지 근거가 무엇인지, 국내 투자자가 ICO에 참여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인지, 그리고 금지의 효과나 위반 시 제재가 무엇인지 등에 대하여도 발표한 것은 전혀 없다.
반면, 미국의 뉴욕주에서는 2015년 6월에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등의 가상통화 거래업체의 인가를 포함한 규제법규를 제정하고 시행하였는데, 이에 따라 가상통화의 거래, 발행, 관리 등 업무를 하기 위해서 주에서 정한 감독규정에 맞는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므로 ICO를 위해서도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ICO에 대하여 "사실관계와 환경에 따라서 ICO는 증권의 모집이나 매출에 해당할 수 있고, 크라우드펀딩계약으로 표현되는 경우에도 관련 규제를 준수하지 않고 모집과 매출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실제 DAO 토큰을 증권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2017년 7월에 발표한 조사보고서에서는 "그 증권을 발행하는 사람은 증권의 제공 및 판매 등록을 할 의무가 있고, 등록하지 않은 제공에 참여한 사람들은 증권법 위반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스위스 금융감독당국은 첫째 상환의무가 없고, 둘째 지급증서가 발행되지 않으며, 셋째 유통시장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해당 ICO에 대하여 감독관청이 규제를 하지 아니한다고 밝히고 있다. [FINMA Guidelines for enquiries regarding the regulatory FRAMEwork for initial coin offerings (ICOs) Published 16 February 2018]
싱가포르 역시도 ICO가 증권선물법상 자본시장상품에 해당할 경우에는 자본시장 규제를 적용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고 홍콩 금융감독원은 증권발행 형식의 ICO에 대한 증권법에 따른 규제 방침을 발표했다. 태국 정부는 2018년 5월 14일 암호통화의 거래 및 암호통화를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ICO)에 대한 디지털 자산거래 규제 법안을 공표하면서 가상통화를 '디지털 자산 및 디지털 토큰'으로 정의하고, 태국 내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실시되는 ICO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우리나라와 중국을 제외한 다른 주변국가들, 특히 미국이나 스위스, 일본 등 세계 주요국들은 기본적으로 ICO를 허용하되 현재 존재하는 규제의 틀에서 문제되는 업체만 걸러내고 있다.
■ 암호화폐 인센티브없이 블록체인 기술 발전? 의문
정부는 ICO나 가상통화와 관련하여 현재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상태인 것 같다. 그리고 블록체인과 가상통화의 발전은 전혀 별개라고 하면서 ICO 금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말로 그러한가?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중 퍼블릭 블록체인은 많은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발전한다. 그래서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그 인센티브 제공 수단이 바로 가상통화이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든다. '토큰을 발행하는 ICO를 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물론 인센티브가 반드시 가상통화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인센티브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상통화라는 인센티브 없이, 참여자들이 퍼블릭 블록체인에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들만한 대안은 과연 무엇인지 아무도 답을 하지 못한다. ICO를 반대하는, 그리고 블록체인과 ICO는 전혀 관련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현재 상태에서 가상통화라는 인센티브 없이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ICO를 허용하지 않고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 역시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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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와 블록체인 기술이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누구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이기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과 기대가 혼재된 상태이다. 하지만 두려워만 할 것도, 장밋빛 미래에 대한 환상을 갖고 기대만 할 것도 아니다. 그것은 개인도, 사업가도,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완전한 금지도, 무제한적인 허용도 적절하지 않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미국·일본·스위스 등 여러 나라에서 전면적인 금지보다는 제도화를 통한 적절한 규제를 채택하고 있다.
적절한 규제가 쉬운 일은 아니다. 앞으로 가상통화나 ICO와 관련된 새로운 문제점들도 나타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나 사업가, 투자자의 수준은 절대 일본이나 미국, 스위스의 그것보다 못하지 않다. 그런데 왜 두려워만하고 금지만 하는 것일까. 우리가 ICO를 금지하는 사이에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 것일까. 많은 반대론자들에게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볼 때라고 말하고 싶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