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코인공개상장(ICO·Initial Coin Offering)를 통해 발행하는 암호화폐(가상화폐·가상통화)가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저해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20일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새로운 자금 조달 수단인 암호화폐 적정 가격 산출이 어렵고 여타 금융자산에 비해 가격변동성이 매우 큰 편이지만, 국내 금융사의 익스포저(위험노출) 정도가 미약해 금융시스템 안정을 해칠 확률이 낮다고 봤다.
또 한국은행은 지난 3월 금융안정위원회(FSB) 의장인 마크 커니 역시 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보낸 서한에서도 아직까지 암호화폐에 대한 확산이 금융 안정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ICO 외에 새로운 자금 모집 방식인 P2P대출에 대해서는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P2P금융의 경우 신용대출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담보대출 위주로 취급돼 P2P금융 건전성이 부동산 경기에 크게 좌우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P2P금융 대출 누적액은 1조원을 상회했다.
반면 크라우드펀딩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상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마련돼 P2P금융에 비해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문제가 상대적으로 작다고 분석했다. 크라우드펀딩은 2017년 중 183건이 이뤄졌으며 총 278억원의 자금이 모집됐다. 올해 1~5월 중 펀딩성공률(펀딩 시도 건수 대비 성공 건수)은 73.6%다.
이밖에 한국은행은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 간의 경쟁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일부 잠재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사용 내역과 대출 실적 등 신용정보가 부족한 사회초년생이나 신생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핀테크 기업들의 시장진입이 금융시스템 내 신용리스크를 점차 증가시킨다는 부연이다. 이런 핀테크 회사와 고객층이 겹치는 신용카드회사·저축은행·캐피탈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수익성 및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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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신용평가, 클라우드 컴퓨팅 등으로 사이버 리스크와 제3기관 리스크 등이 점차 증가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비대면 거래가 확산돼 정보통신기술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사이버 공격 발생 시 금융시스템에 더 큰 피해를 촉발시킬 수 있다. 또 금융기관의 제3기관(클라우드 컴퓨팅·개인정보·위치데이터 등을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 등)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제3기관의 운영리스크가 금융기관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보고서에서 국내 핀테크 기업은 2017년 말 기준으로 288개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핀테크 시장은▲지급·결제(55개, 19.1%) ▲P2P금융 (55개, 19.1%) ▲금융플랫폼(42개, 14.6%) ▲보안·인증(32개, 11.1%) ▲로보어드바이저(29개, 10.1%)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20개, 6.9%) ▲크라우드펀딩(14개, 4.9%) ▲해외송금(6개, 2.1%) ▲기타(35개, 12.2%) 등으로 이뤄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