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와 함께 1년 전 출범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가장 큰 성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는 데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던 정부 R&D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권한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혁신성장 동력 정책을 추진하는데 보다 속도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특히, 'SW 아직도 왜? TF', '어떡할래 TF' 등을 통해 관성적으로 운영해오던 정부정책을 민간시장의 현실에 맞게 제도개선을 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반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i-KOREA 4.0을 수립하는 등 추진체계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모호한 구호에 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향후 구체적 성과로 풀어내야 할 과제다.
또, 지난 1년 동안 통신비 인하라는 규제에 묶여 진흥정책 부처로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부분도 돌이켜봐야 할 지점이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5G의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해 주파수 경매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필수설비 공동 활용 등을 이끌어 낸 부분은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 4차 산업혁명 대응 ICT 기반 밑그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주관하는 부처로 지난해 7월 출범했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더한 3차관 체재로 거듭나면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의 융합이라는 목표를 명확히 제시했다.
또 과기정통부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4차 산업의 핵심 자원인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AI) 역량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종적인 목표는 일자리 창출, 생활안전 고도화, 국민건강 개선 등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다. i-KOREA 4.0의 밑그림이다.
과기정통부는 출범 이후 1년간 ICT 분야에서 기술 혁신 기반을 마련하면서 국정과제 수행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먼저 4차 산업혁명 대응 차원에서 지난해 10월 신설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4차 산업혁명 대응 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4차위의 해커톤을 통해 개인정보를 연구계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명정보와 개인정보보호법 적용에서 제외되는 익명정보 등으로 구분하는 등 법제 개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
개인정보 규제 개선 작업과 함께 네트워크 측면에서는 5G 상용화 시점을 세계 최초인 3월로 잡고 조기 상용화를 위해 속도를 냈다. 지난달 5G 주파수 첫 경매로 전파자원을 공급했고, 필수설비 공동활용과 같은 제도를 개선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5G 시범서비스를 통해 UHD,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AI 등 5대 ICT 서비스를 통한 볼거리와 체험 콘텐츠를 제공했다.
AI 연구개발(R&D) 투자도 대폭 늘렸다. 2016년 기준 1천300억원에서 지난해 2천300억원으로 75% 확대했다.
공인인증서 제도 폐지도 추진했다. 공인인증서의 법적 지위와 사설인증서와의 구분을 폐지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블록체인, 생체인증 등 신기술 전자서명 인증 수단이 확산되고, 관련 비즈니스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소프트웨어(SW) 시장 혁신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전문 TF를 운영하고 공공SW 사업 혁신방안을 수립하는 등 공공 SW 발주제도 혁신을 위한 제도를 개선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민간 시장 침해 방지를 위한 SW 사업영향평가를 의무화하고, 원격지 개발 활성화와 SW 산출물의 기업활용을 촉진하도록 법과 고시를 개정했다.
미디어 콘텐츠 측면에서는 유료방송 이용요금 신고제 도입을 추진하고, 이용약관 신고제와 방송채널사업자 등록신고제를 간소화했다. 또 방송 콘텐츠 제작 지원을 208억원으로 확대하고 200억원 가량의 VR AR 전문펀드를 조성했다. 5개 지역에 제작지원센터 구축도 추진하고 , ICT-문화융합센터도 지난 4월 판교에 개설했다.
통신비 부담 절감 차원에서는 선택약정할인율을 20%에서 25%로 상향하고, 저소득층 1만1천원 추가 감면을 시행했다. 올 하반기에는 만 65세 이상인 기초연금수급자 대상으로 월 최대 1만1천원 감면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월 2만원에 데이터 1GB 가량을 기본량으로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도입 법안도 국회 제출을 마쳤다.
■ R&D 제도 대대적 개선, 연구 질 높였다
R&D 분야에서는 연구자 중심의 창의적, 도전적 연구 지원을 강화했다. 연구자 주도 자유 공모 기초연구를 지난해 1조2천600억원 수준에서 올해 1조4천200억원으로 확대했다. 신진 연구자의 조기 정착을 위해 연구시설이나 장비 등의 구축을 지원하는 ‘최초혁신실험실 구축 연구비’가 신설됐다. 해당 연구비는 올해 기준 350개 과제에 총 525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또 프로세스 혁신 차원에서 R&D 제안요청서를 간소화하고, 기초연구 성공실패 판정과 연차평가를 폐지했다. 재난 안전, 생활 환경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문제 관련 R&D를 위한 ‘국민생활연구’ 선도 사업도 착수했다. 그 일환으로 기술 개발이나 인증, 제도 개선이나 성과 적용 종합기획 등에 국민 참여가 확대된 문제해결형 R&D 체계를 마련했다.
국민생활연구 관련 문제에 대한 국민 소통 강화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을 구성해 ‘지진경보 시스템 고도화’, ‘활성단층 지도작성’, ‘한국형 재활용 시스템 구축’ 등을 주제로 포럼도 운영하고 있다.
국가 대형 R&D 사업 비전도 제시했다. 우주개발의 경우 향후 5년간 정책 방향과 2040년까지의 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중이온, 중입자 가속기 사업도 추진 방향을 확정하고 사업을 정상화했다.
바이오경제, 기후기술, 나노 소재, 무인이동체 등 유망 분야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국가연구데이터플랫폼 구축을 통해 개방형 혁신을 꾀했다. 강소특구, 신기술 테스트베드 등 지역별 혁신 역량도 강화했다.
이밖에 정부출연연구기관 비정규직 업무의 정규직 전환을 시도했고, R&D 예비타당성 조사 소요 기간을 1년 이상에서 6개월로 단축했다.
■ 아이코리아4.0, 실행이 답이다
과기정통부의 1년 행보는 각종 계획 수립과 청사진 제시로 요약된다. 세부 성과는 모두 초연결 지능화 인프라 구축, 국가 R&D 혁신을 통한 국민 삶의 문제 해결에 포함되는 내용이다. 아이코리아4.0 실행을 위한 예열 단계가 지난 1년이란 평가다.
아이코리아4.0이 담고 있는 거대 담론은 범 국가적인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내용이 주요 골자다. 국가적인 계획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계획에 따라 실행에 나서야 한다.
이를테면 ▲의료와 도시 문제 등 12대 영역의 산업 생산성을 높이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연구자 중심의 R&D 전환으로 기술력 확보 ▲5G 상용화와 규제 해소를 통한 산업 인프라 생태계 구축 ▲일자리 변화를 살피고 사이버 안전망을 강화하는 미래사회 변화 대응 등은 머무르지 않고 서둘러야 한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과기정통부를 두고 온갖 계획만 쏟아낸다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1년 동안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임무도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결과도 함께 내놔야 한다는 시각이다.
과기정통부 역시 이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유영민 장관은 출입기자단 워크숍 자리에서 “이제는 새로운 것을 자꾸 만들어내는 것보다 결국 실행력이 중요하다”며 “실행력에 방점을 두고 조직의 변화를 통해 더욱 힘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선도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아이코리아4.0 계획의 실행 외에 국정과제에서 비롯된 업무의 실행도 되살펴 볼 때다.
특히 통신비 절감 대책 등은 실행 결과보다 실행 과정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국정과제라는 이름으로 목표만 쫓다보면 아이코리아4.0 중심이라 일컫는 초연결 지능화 네트워크(DNA) 구축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규제 혁신도 구호에 그쳐선 안된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혁신성장동력을 육성하겠다며, 이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 개선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예컨대 규제샌드박스 도입, 개인정보 규제 개선, 인터넷 산업 규제혁신, 바이오 규제혁신 등 부처 내 자체적 성과지표로 삼는 규제 개선도 제대로 안되고 있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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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중심의 R&D 패러다임 전환도 단순 발표 이후 지속적으로 살펴볼 부분이다. R&D는 다른 정책보다 장기적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연구 결과가 혁신성장으로 이어지기까지 단기적 성과를 노리기 어렵다. 때문에 현장 중심의 연구로 돌아갔는지 계획을 발표한 정부가 끝까지 책임질 부분이다.
결국은 국민 체감의 문제다. 미래 사회를 대비해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정부 정책 방향은 결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부분에서 평가를 받는다. 통신비를 줄였다고 해도 체감하지 못하면 실패한 정책이다. 미래 기술을 도입해도 삶의 질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시간을 낭비한 정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