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시대의 LG가 풀어야 할 숙제

[데스크칼럼]새 리더십...위기와 기회 공존

데스크 칼럼입력 :2018/06/29 10:14    수정: 2018/06/29 12:57

LG그룹이 29일 그룹 승계자인 구광모㊵ LG전자 상무(ID 사업부장)를 ㈜LG의 등기이사(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구 상무는 이날 주총에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LG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그룹 총수로서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이에 따라 LG는 고(故)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새로운 리더십을 맞게 됐다.

구광모 시대를 맞이하는 LG그룹은 미래 첨단 융합시대에 신성장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연구개발(R&D) 경영을 통한 B2B 사업 고도화에 더욱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자율주행차 등에서 대규모 인수 합병에도 본격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LG그룹은 전자-화학-통신을 기본 축으로 각 계열사 내에 자동차 전장사업(VC)에너지-OLED 디스플레이-바이오생명-소재부품 등으로 편재되어 있다.

LG전자 여의도 트윈타워 사옥
LG家 4세 구광모 (주)LG 공동 대표이사. (사진=LG)

다가올 미래 첨단산업의 주요 길목을 지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LG가 마음만 먹으면 에너지나, 전기차 완성차 등 새로운 성장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LG는 샷시 프레임을 제외하고 전기모터에서 배터리, 전장부품까지 전기차 양산에 필요한 모든 요소 기술과 부품기술을 갖추고 있다. GS건설을 통해 라인을 짓고 반도체 등 내부 기술 인력을 투입하면 여타 신규 산업 진출도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LG그룹의 책임경영자로서 구광모 회장이 풀어야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미래 그룹을 대표할 캐시카우(수익창출원)가 아직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룹을 대표할 수 있는 사업이 아직 영글지 않았다는 표현이 옳을 지도 모른다. 또 일부 신성장 사업은 사업 고도화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대표적인 분야가 자동차 전장사업(VC)이다.

LG전자는 2013년 V-ENS 사업을 흡수해 일찌감치 VC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2, 3차 하도급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장사업은 외형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다. 수익성에 문제가 있다. 지난해 매출은 3조4천억원, 영업이익은 1천억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 2016년 보다 악화된 실적이다. 지난 1분기에만 170억원 적자다. 최근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 기업인 ZKW를 인수해 글로벌 전장부품 업체로서의 지위를 얻고 수익성도 확보하려는 것도 이같은 시장 지위와 적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으로 풀이된다.

중국발 LCD 패널 물량 공세가 거세지면서 LG디스플레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 983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면서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으로 2분기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력하고 있는 OLED 사업은 아직 캐시카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급속한 LCD 부문의 수익성 악화는 OLED 사업 확장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OLED 사업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발 빠른 공정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미래 모바일 사업이다. 그 중 가장 문제는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는 LG전자 MC사업본부는 현실적 위기다. MC사업본부는 12분기 연속 적자 늪에 빠져있다. 지난해 적자규모는 조(兆) 단위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 1~2년간 MC사업본부의 체질 개선과 제품 라인업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있었지만 뚜렷한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가전 사업의 보조 역할에 머물면서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경고등이 켜져 있다. 1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가전 부문에서 이익을 내 구멍난 스마트폰 부문을 메우고 있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구인회, 구자경, 구본무 회장으로 이어온 범 LG家의 장자(長子) 승계 원칙에 따라 LG그룹이 구본준 ㈜LG 부회장의 계열 분리, 독립 경영으로 한창 성장 엔진을 가동해야 할 시기에 도전의 시대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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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구본무 회장의 셋째 남동생인 구 부회장은 그동안 LG그룹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장 사업 등에 깊숙히 관여해 왔다. 51년생인 구 부회장(67)은 85년 LG반도체 부장으로 입사해 LG반도체 대표이사 부사장, LG필립스 LCD 대표이사 부회장 등 LG가 오늘날 디스플레이와 전자 부품 사업의 기반을 닦고 B2B 사업 네트워크를 고도화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2015년 11월부터는 그룹 신성장사업추진단장 부회장을 맡아왔다. 그러나 구 부회장은 이날부로 LG그룹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연말 임원인사에서 퇴임할 예정이다.

그룹 내 미래 설계 역할을 해오던 구 부회장이 홀로서기에 나서고 그 공백이 커질 경우 LG그룹으로서는 사업 고도화와 신사업 추진에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다. 구광모 회장의 새로운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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