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2018년 상반기의 가장 큰 화두는 '신뢰'였다. 작년 9월 우리은행에서부터 출발한 채용비리와 삼성증권의 '유령 매매' 주식 사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정 회계 처리 의혹, 은행권의 부당 대출 금리 산정 등은 모두 금융업의 근간인 믿음을 흔드는 이슈였다. 또 암호화폐(가상화폐·가상통화) 논란 역시 빠질 수 없는 사안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올해 상반기 금융권 '민낯'을 드러낸 다양한 사건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채용비리, 연이은 금감원장 낙마
지난해 9월 우리은행에서부터 촉발된 은행권 채용비리는 상반기 내내 은행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사퇴하면서 채용비리는 작년 잠잠해질 것으로 보였으나,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채용 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되면서 전 은행권이 피해갈 수 없는 사안이 됐다. 최흥식 전 원장이 과거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하나은행(현 KEB하나은행)의 채용 비리를 저질렀다는 보도를 시작으로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부산은행 등 국내 은행권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 기각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현재 검찰은 신한금융지주 및 계열사에 대한 채용 비리 조사를 진행 중이며, 일부 은행에 대해 업무 방해 혐의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최흥식 전 원장의 낙마 이후 금감원은 진열을 정비하는 데 시간이 꽤 소요됐다. 최흥식 전 원장 이후 선임된 김기식 전 금감원장 임명 2주 만에 자진사퇴해 '최단명 금감원장'이라는 불명예 꼬리표가 따라다니게 됐다. 김기식 전 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임기 막판인 2016년 5월 정치후원금에서 5천만원을 연구 기금 명목으로 민주당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에 기부한 행위가 문제가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 이런 셀프 후원 논란에 문제 소지가 있다고 결정, 김기식 전 원장도 금감원을 떠나게 됐다.
■암호화폐 거래소 실명확인 계좌 도입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 시세가 해외 시세보다 높은 '김치 프리미엄'이 지속되면서 정부도 본격적으로 대응해 나갔다. 지난 1월 30일부터는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거래를 위해서는 암화화폐 거래소와 이용자 간의 입출금 은행이 같아야 하는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시작했다. 은행이 동일해야 본인 확인을 통해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준수하는지, 이용자를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법적 규제가 없는 거래소의 자금 흐름을 은행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셈법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거래소와 은행 간 계약을 맺어 발급되는 가상계좌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가 진행돼 왔다. 결국 실명확인 계좌 도입으로 인해 몇몇 거래소는 가상계좌 계약 종료 동시에 신규 계좌 발급이 중단됐으며, 해당 거래소 이용자들은 원화로 신규 암호화폐를 살 수 없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은행 대출금리 산정 체계 점검 …3개 은행 환급 계획 발표
지난 26일 은행 대출 금리를 부당하게 산출해, 과도한 이자를 챙긴 3개 은행(KEB하나은행·한국씨티은행·경남은행)이 환급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5년 간 세 은행은 부당 대출 건수가 총 1만2천279건, 과도하게 받은 이자액 규모는 26억7천900만원이라고 발표했다.
이중 경남은행은 차주에 대한 연소득 입력 오류로 인해 가계자금대출의 약 1만2천건의 이자가 과도하게 산정됐으며, 이자액은 최대 25억원 안팎이라고 밝혔다. KEB하나은행은 2012년부터 2018년 5월까지 약 690만건의 대출 취급 건수 중 일부 영업점에서 최고금리 적용에 오류가 있었다고 밝혔다. 총 252건의 부당 대출 금리 산정 케이스가 나왔으며 이중 가계 대출은 34건, 기업대출은 18건, 개인사업자 대출은 200건으로 조사됐다. 환급 이자액은 약 1억5천800만원이다.
한국씨티은행은 2013년 4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취급한 대출 중 일부 담보부 중소기업대출에 대해 금리가 과도 청구됐다고 말했다. 경기 변동에 따른 신용 스프레드를 재산정해 금리를 도출해야 하지만, 고정값으로 신용 스프레드를 적용 과도한 이자가 생겼다는 부연이다. 과도 청구 건수는 27건이며 부당 이자액은 1천100만원이다.
■'유령주식' 매매된 삼성증권,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논란
지난 4월 5일 삼성증권에서 있지도 않은 주식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유령주식' 매매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사주 조합원 2천18명에게 현금 배당 28억1천만원을 지급해야 하는데 직원 실수로 주식 28억1천만주를 배당했다. 착오 입력 후 1영업일이 지난 4월 6일 일부 직원은 삼성증권 주식을 내다팔면서 피해 규모가 더 커졌다. 삼성증권의 발행주식은 8천900만주인데 이번 착오 입력으로 약 31배가 많은 28억1천만주의 주식 물량이 입고됐다.
추후 금감원은 착오 입력된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판 삼성증권에 대해 영업정지와 일부 임원에게 해임권고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또 삼성증권에 대해 신규 투자자에 대한 지분증권 투자중개업에 대한 6개월 영업정지와 과태료를 부과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현재진행형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정 회계 처리 의혹 역시 상반기 동안 금융투자업계의 핵심사안으로 꼽힌다. 금감원은 삼상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사가 아닌 관계사로 변경,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분식회계 의혹을 내놨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이 사안을 심의 중에 있으며 7월 중순께까지 입장을 내놓을 계획이다.
■ 은행街 휩쓴 아이돌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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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이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광고모델로 낙점한데 이어 신한은행도 아이돌 그룹 워너원을 홍보모델로 기용하면서 은행가를 아이돌 마케팅이 휩쓸고 있다. 두 은행에 이어 KEB하나은행도 케이블 방송프로그램인 '고등래퍼2' 우승자인 김하온과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모델의 얼굴이 그려진 통장과 체크카드를 출시해 팬심을 사로잡으며 '유스 마케팅(Youth Marketing)'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신한은행은 워너원 체크카드는 약 10만좌가 새로 발급됐으며 워너원 입출금통장 및 정기성통장은 3만5천좌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