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지난 1월 ‘암호화폐 광고 전면금지’를 선언했다. 그무렵 비트코인 가격이 2만 달러에 육박하면서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흘러간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당시 페이스북은 “사람들을 현혹시키거나, 기만적인 광고 집행을 통해 금융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암호화폐 광고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명분론은 6개월 만에 현실론으로 바뀌었다. 페이스북은 26일(현지시간) 암호화폐 광고 금지 조치를 사실상 해제했다. ‘사전 승인된 광고주에 한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연초의 기세에 비하면 다소 누그러진 셈이다.
■ '소비자 보호' 명분론→ '우량 광고주는 허용' 현실론으로
페이스북은 왜 암호화폐 광고 금지 조치를 해제했을까?
물론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소 달라지긴 했다.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관련 광고 금지 선언을 하던 무렵 비트코인 시세는 2만 달러에 육박했다. 암호화폐 시장에 엄청난 노다지가 숨겨져 있다는 환상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 비트코인 가격은 6천 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불과 6개월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무분별한 투기 열풍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페이스북의 이번 조치가 ‘시장 상황 변화’ 때문이라고 보긴 힘들다. 그랬다면 암호화폐 광고 금지 조치를 도입할 때 그런 부분까지 명기했을 터이기 때문이다.
결국 페이스북이 6개월 만에 암호화폐 광고 금지 조치를 해제한 것은 ‘현실론’을 반영한 것으로 불 수밖에 없다.
상황에 따라 부침은 있지만 암호화폐 관련 사업의 잠재력은 엄청나다. 특히 암호화폐의 기반이 된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에 버금가는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런만큼 광고주라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다. 페이스북 역시 이런 부분을 감안해 ‘사전 승인’ 조건으로 광고금지 조치를 해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절대 명분론에서 ‘소비자들이 현혹되지 않도록 보호조치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현실론으로 돌아선 것으로 볼 수 있단 얘기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페이스북은 암호화폐 광고를 사실상 허용한다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사전 승인’을 강조했다.
페이스북에서 암호화폐 관련 광고를 하려면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 페이스북 암호화폐 광고 승인절차 바로가기)
■ 바이너리 옵션-ICO 광고는 계속 금지
승인 과정엔 해당 기업이 어떤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지, 상장 회사인지 등과 같은 정보를 제출하도록 했다. 페이스북은 또 관련 사업에 대한 배경 정보도 상세하게 서술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페이스북이 이런 승인 절차를 통해 ‘엉터리 광고’나 ‘사기성 광고’를 얼마나 잘 가려낼 수 있을 것이냐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페이스북은 “이번 정책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지켜봐달라”면서 이용자들도 그 때 그 때 피드백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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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ICO)이나 바이너리 옵션 관련 광고는 계속 금지하기로 했다. 바이너리 옵션이란 주가나 환율이 오를지 내릴지를 선택해 베팅하는 거래 구조를 의미한다.
사행성이 짙은 일부 영역 광고는 계속 규제하되 나머지는 해당 광고주의 성실성을 판단하는 선에서 허용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