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자문서 시스템 구축 초점은 먼저 사용한 종이의 데이터를 추출해 쓰는 시스템을 잘 만드는 거였다. 이제 처음부터 종이 없이 작성된 전자문서를 활용하는 형태로 바뀌는 추세다. 여기에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을 얹어 더 가치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박미경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장이 전자문서 시스템과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가 단기간내 확산할 거란 관측을 내놨다. 종이문서의 디지털 버전쯤으로 여겼졌던 전자문서가 디지털 데이터 활용의 주요 기반으로 자리잡고 있어, 곧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고 봤다.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는 지난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페이퍼리스2.0컨퍼런스'를 열고 전자문서 기술과 산업동향을 공유했다.
박 협회장은 행사 인사말 중 "전자문서는 기업과 개인의 데이터 활용과 분석 측면에 중요하며 블록체인,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며 "서면(종이문서)과 전자문서 효력을 동등하게 인정하는 전자문서(및 전자거래)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어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전자문서 활용이 더 확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장에서 박 협회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전자문서 기술 특성상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 접목 시도는 당연하고 필요한 방향의 변화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이런 시도로 전자문서가 시장과 산업이 발전하도록 돕는 업계 제도개선과 애로사항 해소를 돕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박 협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행사명의 키워드가 'U-페이퍼리스'였는데 작년부터 '페이퍼리스2.0'이 됐다
"그새 전자문서기술이 발전했다는 걸 나타내고자 했다. 기존 이름은 페이퍼리스1.0이었다는 의미다. 이건 단순히 오피스 프로그램 문서를 작성하거나 종이문서를 스캔해 데이터를 추출하고 뒷단에서 활용하는 환경을 뜻했다. 이젠 기술적으로 아예 종이를 사용하지 않고 바로 전자문서를 만들어 쓰고 뒷단에도 신기술을 접목해 더 나은 가치를 만든다. 작년부터 우리 사회에 나타난 이 흐름을 페이퍼리스2.0으로 구분했다. 이름을 바꿨다기보단 버전을 올렸다고 보면 된다.
페이퍼리스라는 트렌드에 세계적으로 관심도가 높다. 각국에서 '종이 없는 사회' 구현을 얘기한다. 다만 응용은 우리나라가 약간 빠른 측면이 있다. 금융 업종에서 구축하는 전자청약 등 시스템의 수준은 상대적으로 진행이 앞서 있다. 전자정부도 해외서 우리를 높이 평가하는 분야지만, 한단계 나아가야 할 기로에 있다고 본다. 다만 협회와 컨퍼런스가 있은지 10여년이 됐고 페이퍼리스보다 새로운 키워드가 필요할 시점이란 생각도 든다."
-컨퍼런스 인사말에 블록체인을 전자문서 관련 주요 신기술로 언급했는데
"전자문서 자체가 그걸 유통하고 저장하는 방식에서 블록체인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금융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1차적으로는 전자문서시스템 구축 분야가 있겠지만, 2차로 다른 시스템이나 응용방식과 연계할 가능성도 많다. 전자문서와 블록체인 기술의 접목은 당연한 시도라 생각한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다.
다만 기업마다 업무 영역에 따라, 전자문서가 업무에 관여하는 방식에 따라, 어떻게 접목할지는 달라질 거다. '프라이빗'하게 할지, '퍼블릭'하게 할지. 회원사도 우리 회사(포시에스)도 그런 고민들을 많이 하고 있다. 암호화폐공개(ICO)같은 프로젝트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회원사 중) 아직 그 단계까지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논의하는 곳은 없다."
(편집자주: 협회 회장사 포시에스는 작년 7월 블록체인 전문업체 '블로코'와 전자문서 보안 강화에 초점을 둔 블록체인 연계 기술 개발, 공동 사업기회 발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포시에스 전자문서솔루션 '오즈이폼(OZ e-Form)'과 블로코의 블록체인 솔루션을 접목하는 시도다. 블로코는 기업들에게 전자문서 시점확인, 진위여부, 원본여부, 존재여부, 본인확인 기능을 제공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코인스택'을 공급하고 있다. 양사는 롯데카드 블록체인기반 모바일 회원가입시스템을 함께 구축했고 현대기아차 블록체인기반 서약서 관리시스템 구축사업도 수행 중이다.)
-페이퍼리스2.0 시대에 협회와 회원사는 어떤 역할을 하려고 하는지
"협회에 전자문서 관련 솔루션, 서비스 제공 역량 보유한 기업들이 모여 있다. 전자문서시장 활성화에 우리가 정부와 함께 할 부분이 있다. 전자문서 활성화는 국가경쟁력과 기업이 글로벌시장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거다.
협회 차원에선 회원사가 느끼는 시장규제, 애로사항을 발굴해 정부 건의하는 역할도 해 왔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이다. 문서는 민간과 공공 어디든 오간다. 공공 영역 안에선 행정안전부 '전자문서기본법'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비교적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다. 반면 '전자거래기본법'을 따르는 민간 영역이나, 민간과 공공간 영역에서는 (전자문서를 활용하더라도) 각종 정부 제도와 법규, 절차상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없어야 한다. 다양한 기술과 방법을 활용해 (전자문서로도) 문서를 생성, 유통, 보관, 폐기하는 과정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열고 이용하도록 변화하는 흐름의 중심에 협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
-작년 2월 협회장 맡은 뒤 소회와 올하반기 이후 계획을 들려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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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에 들어와 활동한 게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처음에 협회장 맡았을 때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간 잘 활동해 온 전 협회장, 현 임원분들이 워낙 많고, 그 역사가 길다. 이분들이 많이 도와 준 덕분에 아직까지 큰 어려움 없이 하고 있다고 본다. 오랫동안 (전자문서 관련 규제개선, 법 개정 등) 법적인 부분도 오랜 기간 얘기해 왔다. 그런 내용도 진전이 되고 있어서 그런 부분도(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정부에서도 '종이 없는 사회' 등 정책 추진하는 등 자체 노력을 많이 하는 만큼, 점점 더 시장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회원사들이 지난달 열린 간담회 자리에 모였을 때 든 생각이 있다. 애로사항과 같은 걸 각자 갖고 있지만 체계적으로 개선방향을 제안하거나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간담회 자리에서 갑자기 얘기하려니 의미있게 (결과를) 남기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걸 정부에 전달하려면 우선 체계화가 돼야 한다. 그게 전달되면 정책담당자는 세부사항을 요구한다. 협회 차원에서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찾고 제안하는 과정을 상시적으로 해야겠다. 그간 임원들의 의견은 많이 모았고 이런 작업으로 개선이 많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