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발달로 정보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은행권에서도 평판 위험(Reputation risk)관리에 나서고 있다.
평판 위험이란 기업 외부의 부정적 여론 때문에 시장에서 신뢰를 잃어 발생하는 위험을 뜻한다. '신뢰'가 생명인 금융업의 특성상 평판 위험 관리는 디지털 시대에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상태다. 최근 불거진 은행권 채용 비리에 비난 여론이 확산되면서 각 은행들은 전담팀이나 부서를 꾸려 SNS 모니터링을 지속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SNS 모니터링만이 평판을 관리하는 최선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4일 국내 시중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KEB하나은행·우리은행)은 모두 전담 부나 팀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을 지휘하고 감독하고 있다.
이들은 평판이나 브랜드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하면 SNS 모니터링을 통해 부정적 평판을 조기에 진화하는 것과 더불어 상품·서비스를 소개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일을 수행한다.
신한은행이 가장 먼저 치고 나갔다. 은행권 SNS 전체 팬 수 1위를 자랑하는 신한은행은 지난 2017년 7월부터 브랜드전략부 조직 안에 SNS운영을 위한 별도 조직인 SNS랩(Lab)을 꾸렸다. 1~2명이 관리하던 SNS업무를 4명으로 확대하고, 랩이란 별도 조직으로 운영해 자유롭고 창의적인 콘텐츠로 고객과 만나고 있다고 회사 측은 말했다.
KB국민은행은 디지털마케팅 내에 있는 팀에서 SNS관리를 도맡고 있지만, 팀 정비를 꾀하고 있다. SNS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전문성 강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KEB하나은행은 디지털마케팅부에서 담당 중이다. 해당 부서 관계자는 "페이스북에서 상품 정보를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와 결합해 소비자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브랜드 인지도 향상 증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홍보부 내 SNS홍보팀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전담해 관리하고 있다. 고객 문의에 대한 답글 달기와 콘텐츠 전략, 브랜드 마케팅을 한다.
일각에서는 SNS의 글을 관리하고 대응하는 것이 평판 관리를 위한 근본적 해결방안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개인적으로는 SNS 관리가 회의적이라고 본다. 평판 관리의 핵심은 애초에 평판을 떨어뜨릴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소비자의 이해는 별로 생각하지 않고 경영자 입장에서 많이 파는 것만 신경쓴다. 금융 상품을 필요로 하는지 등을 먼저 따져보고 사후 관리를 해주는 평판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작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서 국내 8개 주요 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KEB하나은행·우리은행·SC제일은행·IBK기업은행·NH농협·DGB대구은행)을 대상을 직원의 인센티브를 결정하는 KPI(Key Performance Index·핵심성과지표)를 조사한 결과 은행 당 42~97개 세부 평가 지표가 있었는데, 그중 소비자 보호 등 고객과 관련된 사항은 2.7%에 불과했다. 반면, 신규 상품 판매 관련 항목은 62.6%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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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연구위원은 ▲내부통제 시스템 선진화 ▲부적절한 관행을 발굴해 선제적 개선 ▲금융소비자 보호 시스템 구축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에서는 은행의 평판 위험에 따라 추가 자기자본을 적립할 수 있는 사안이다. 2009년 바젤위원회는 바젤2 규제를 보완하기 위한 과제에서 평판 위험을 필라2 평가 항목에 포함했다. 감독당국은 경영실태평가를 통해 평판 위험을 포함한 각종 위험 관리 체계의 적정성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필요 시 자기자본을 추가적으로 적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