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지원을 받는 기술 스타트업들이 최신 연구 성과를 공개하는 자리인 ‘D2 스타트업 팩토리 데모데이’가 개최돼 이목이 집중됐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최신 기술을 공개할 때마다 참관석에서는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인공지능 기술에 쓰이는 데이터를 가공하는 스타트업부터, 태아 초음파 사진을 실제 아기 얼굴로 바꿔주는 스타트업까지 신기하고 뛰어난 여러 기술들이 소개됐다.
네이버는 24일 서울 강남구 메리츠타워에 위치한 D2 스타트업 팩토리 사무실에서 제3회 데모데이를 개최했다. 이날 소개된 D2의 스타트업은 크라우드웍스·넥스프레스·알레시오· 레티널 등 총 4곳이다.
D2 스타트업 팩토리(이하 D2)는 네이버가 국내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시작한 지원 프로젝트다. 지난 2015년 첫 투자를 진행한 이래 현재까지 총 20개 기술 스타트업에 금전적 투자가 이뤄졌다. 또 공간·기술 자문 등을 지원했다.
행사에서 송창현 네이버랩스 대표(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는 “지난 3년간 2천300개의 스타트업을 검토했고 작년에만 10개의 스타트업과 함께하게 됐다”며 “이미 올해 6개 스타트업에 투자가 확정돼 적극 투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 기존 기업들과 협력이 필수적인데, 20개 팀 중 절반 이상이 기업들과 협력 중”이라며 “스타트업들이 기존 기업들과 협력의 길을 뚫는 게 D2의 역할이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작년 6월 D2가 발굴해 투자한 스타트업 '컴퍼니 AI'는 네이버에 인수됐다. 스타트업 12개 팀이 네이버·라인과 협업을 진행, 10개 팀이 후속투자 유치, 1개팀이 네이버 및 클로바와 M&A를 진행했다.
■좋은 인공지능을 위한 전처리 전문 ‘크라우드웍스’
크라우드웍스는 머신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에 쓰일 양질의 데이터를 가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박민우 크라우드웍스 대표는 “좋은 데이터를 입력하면 좋은 인공지능 결과물이 나온다”며 “아무 처리도 가하지 않은 날 것의 데이터를 딥러닝 될 수 있는 학습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인공지능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든다”고 소개했다.
크라우드웍스는 현재까지 비정형 데이터 540만 건을 처리했다. 특히 크라우드웍스는 전처리 작업 후 모든 데이터를 검수하기 때문에 양질의 학습 데이터를 가공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박 대표는 “아마존에도 우리와 같은 기술이 있지만 품질은 우리의 70% 수준”이라며 “향후 블랙박스, CCTV 등에 이용될 비디오 자료에 대한 머신러닝 시대가 열리면 처리해야 할 데이터는 수백 배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크라우드웍스는 데이터를 가공하는 업체라는 점에서 인공지능 산업의 길목을 지키는 업체로 평가받는다. 길목을 지키다보면 누구보다 트렌드를 잘 읽게 되고, 따라서 더 많은 사업기회가 생길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에 박 대표는 “우리 회사의 공지사항만 잘 읽어도 인공지능 업계가 무얼 하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회사가 처리한 데이터를 쇼핑몰처럼 카테고리화 해 판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넥스프레스, 휘어지는 홈뷰티 기기로 여심 공략
국내 홈 뷰티 기기 시장 규모가 2013년 8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4천700억원으로 불어난 가운데, 넥스프레스는 휘어지는 뷰티 디바이스를 제작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피부에 LED를 쪼여 진피층 콜라겐과 엘라스틱파이버의 생성을 촉진시키고, 피부 주름을 개선할 수 있는 미용 기기들이 인기가 높다.
이때 넥스프레스의 휘어지는 패치형 디바이스는 딱딱한 마스크 형태의 기기보다 높은 관리 효과를 보여준다. 얼굴에 쓰는 방식의 딱딱한 마스크 기기는 사람마다 얼굴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최적화된 LED 광선을 발산하지 못한다. 또한 얼굴 부위별로 쪼여야 하는 LED 세기가 다른데, 마스크는 일괄적으로 같은 세기로 LED를 발산한다.
발표에서 넥스프레스의 피부과 분야 자문을 맡고 있는 서울의료원 김현정 피부과 교수는 넥스프레스의 기기를 사용한 소감을 밝혔다. 김 교수는 “마스크를 쓸 때는 눈이 너무 부셔서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는데, 이 패치를 붙이고서는 설거지도 할 수 있겠다”며 “붙이고 있어도 전혀 뜨겁지 않다”고 말했다. 해당 기기는 온도가 38도 정도로 유지되도록 설계됐다.
김 교수는 넥스프레스가 뷰티 기기 개발에서 시작했지만 향후 헬스케어 기기로도 충분히 도약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리 만나보는 아기 모습 '알레시오'
고모가 임신했을 때 태아 초음파 사진을 보고 징그러운 모습에 충격을 받아 실제 아기와 같은 모습으로 구현하기로 결심한 스타트업 대표가 있다.
알레시오는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기술의 한 종류인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기술을 이용해 초음파 사진 속 삐뚤거리는 태아의 형상을 실제 아기의 모습으로 변환해주는 스타트업이다. 때문에 미리 세상에 나오지 않은 아기의 얼굴을 더욱 생생하게 미리 만나볼 수 있다. 실제 태어난 아기와도 거의 비슷하게 구현한다.
알레시오 김다운 대표는 “망원경이 발명돼 우주를 보고, 현미경으로 작은 세포를 볼 수 있게 됐다”며 “인공지능 기술이 나오면서 이제는 실제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설명했다.
알레시오의 독자적인 초음파 변환 알고리즘(GET-GAN)을 이용하면 태반이나 아기의 손이 가려져도 태아의 완전한 얼굴로 복원할 수 있다. 발표된 사례에 따르면 태아의 초음파 사진이 알레시오 플랫폼을 거쳐 실제처럼 구현됐을 때, 나중에 태어난 아기와 크게 다른 점이 없는 모습이었다.
알레시오는 대형 산부인과 병원과 서비스 계약을 진행 중에 있으며, 인스타그램 입소문 마케팅으로 서비스를 홍보할 예정이다.
■레티널, 여타 업체보다 또렷한 AR 구현
시중에 나온 증강현실(AR) 관련 업체들이 웨어러블 AR 기기를 홍보하면서 CG를 동원해 엄청난 현실감을 강조하나, 실제로는 덧입혀진 영상들이 또렷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에 레티널은 또렷한 상을 맺히는 자연현상에 영감을 받아 AR 기술을 개발했다.
레티널은 ‘핀홀효과’에 착안해 또렷한 AR 상을 맺도록 한 기술을 고안했다. 핀홀 효과는 어떤 물체가 작은 구멍을 통과하면서 건너편 벽면에 상이 맺히는 효과다. 레티널은 작은 구멍이 아닌 작은 거울을 통과시켜도 또렷한 상을 전달할 수 있는 ‘핀홀 미러’ 기술로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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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훈 최고기술책임자는 “개기 일식이 일어났을 때 가려진 태양의 모습이 우거진 나뭇잎 사이 구멍을 통과해 바닥에 용비늘처럼 여러 개 모양으로 펼쳐진 장면을 본 적 있다”며 “실제 사물과 가상 사물의 초점이 맞지 않거나 선명하지 못한 현재 AR 기술의 한계를 넘을 수 있을 거라 본다”고 설명했다.
레티널은 핀홀미러 기술을 탑재한 기기를 제작해 대형 IT 회사들에 납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레티널은 올해 CES와 MWC에서 핀홀미러 기술을 공개해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레티널은 공정 역량이 확보하고 내년 중순 경 핀홀미러 기기 샘플을 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