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중심의 사업을 벌여온 전통적인 기업용 IT솔루션 회사 다수가 소프트웨어와 서브스크립션 중심으로 변신하고 있다.
서버, 스토리지, 스위치, 라우터 등 인프라 장비는 핵심부품의 성능향상으로 가격 인하 효과를 만들었다. 성능은 증가하는데 가격은 종전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많은 기업고객이 장비를 직접 구축하는 대신 퍼블릭 클라우드 활용으로 IT구매방식을 바꾸면서 장비 위주의 전통적인 IT솔루션 사업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이에 많은 IT회사가 찾은 해법이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로 사업모델을 전환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회사가 이 변환 방향을 따랐는데, 선도적으로 나선 업체들이 초기에 난항을 겪다가 최근 들어 성과를 보이고 있다.
네트워크 거인으로 군림했던 시스코시스템즈는 경쟁업체 가운데 가장 발빠르게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로 사업모델을 바꾼 사례다. 시스코는 하드웨어 사업투자를 유지하면서도 소프트웨어 방식의 사업모델로 전환했다.
가령 네트워크 장비 관리솔루션을 SaaS로 구독해 이용하게 하거나, 보안 솔루션을 서비스 형태로 판매하는 식이다. 머라키 사업은 애초부터 서브스크립션 방식으로 기업 네트워크 인프라를 간편하게 구축하게 하는 서비스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지금은 머라키 방식을 시스코 네트워킹 사업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시스코는 2018년 3분기(2월~4월) 실적발표에서 비일반회계원칙(non-GAAP)으로 32억달러 순이익(주당 66센트), 125억달러 매출을 기록해 전망치를 상회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 증가한 것이다. 월스트리트는 주당이익 65센트, 매출 124억4천만달러를 예상했었다.
전체 매출 가운데 반복발생하는 매출의 비중이 32%로, 전년동기대비 2%포인트 증가했다. 사업분야별로 인프라 플랫폼 매출이 전년보다 2% 성장한 71억6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애플리케이션 매출은 전년대비 19% 성장한 13억달러를 기록했다. 보안 매출은 전년보다 11% 증가한 5억8천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서비스 매출도 3% 성장한 31억6천만달러를 보였다. 기타 매출만 6% 감소한 2억4천9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소프트웨어와 과금형(서브스크립션) 모델 사업이 급성장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척 로빈스 시스코 최고경영자(CEO)는 "시스코는 전례없는 강력함으로 혁신 파이프라인 전략을 잘 실행하고 있다"며 "더욱 더 소프트웨어와 서브스크립션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훌륭히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스코의 텃밭인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크 인프라 시장은 강고하다. 엔터프라이즈 스위치인 카탈리스트9000 시리즈는 지난 분기까지 5천800여 고객을 확보했다. 그 전분기 카탈리스트9000 시리즈의 고객수는 3천100여곳이었다.
시스코는 카탈리스트 사업으로 하드웨어 매출을 거두는데 그치지 않는다. 시스코는 카탈리스트 고객에게 네트워킹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를 서브스크립션 모델로 함께 판매한다. 기존에 장비에 포함시켰던 각종 솔루션을 라이선스 대신 정기구독형태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사업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시스코 ACI 멀티사이트 매니지먼트 같은 사업은 멀티클라우드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워크로드 관리에 해당한다. 이 역시 클라우드 서비스나 서브스크립션 판매를 병행한다. 보안 분야는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술을 결합해 위협탐지와 해결 시간을 감소시키고 있다.
시스코 애플리케이션 사업의 중심은 콜래보레이션 분야다. 시스코 스파크, 웹엑스 플랫폼 등을 포함한다. 과거 화상회의 장비 판매에 집중했다면, SaaS 형태의 협업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어컴퍼니를 2억7천만달러에 인수해 AI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도 많은 매출을 기록해온 IBM도 서브스크립션 중심으로 사업 초점을 이동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IBM 회계연도 2018년 1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IBM은 이 기간동안 Non-GAPP 기준으로 주당이익 2달러45센트, 191억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 늘었다.
IBM은 1분기동안 전략사업분야에서 377억달러 매출을 기록해 전년보다 12%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분석 매출이 전년보다 9% 성장했고, 모바일 매출이 전년보다 19% 성장했다. 보안 매출은 전년대비 65%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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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분야는 대부분 서브스크립션과 SaaS를 핵심으로 한다. 클라우드 서비스 방식의 매출이 연간추정매출 107억달러를 기록하게 됐다.
시스코나 IBM처럼 서브스크립션과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은 지속적 매출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IT회사에 유리하다. 하드웨어 회사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패키지 라이선스 중심의 회사도 동일한 효과를 노리며 사업모델을 바꿨다. 세계 최대 SW 라이선스기업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도 윈도와 오피스를 서브스크립션 모델로 판매한다. 오라클, SAP도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솔루션을 판매하고 있다. 어도비, 오토데스크 등도 일찌감치 서브스크립션 모델로 완전히 전환해 매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