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부터 '마이크로소프트365'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기업고객에게 윈도10, 오피스365, 다이나믹스 등을 묶어 정기구독 서비스로 판매한다는 개념이다.
마이크로소프트365는 앞으로 이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가를 보여준다. 기존 소프트웨어 패키지 라이선스 판매에서 탈피해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독형 모델로 전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365는 윈도나 오피스365에 비해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라이선스 구매에 익숙한 한국에선 더욱 마이크로소프트365 콘셉트가 생소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달 개최한 연례 개발자행사 '빌드2018'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365를 주제로 많은 소식을 내놨다. '오피스 그래프'란 비즈니스 앱 API 세트는 '마이크로소프트 그래프'로 외연을 넓혔다. 마이크로소프트 그래프는 오피스뿐 아니라 윈도10과 다이나믹스,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소프트웨어의 데이터와 기능을 API로 제공한다. 개발자는 마이크로소프트 그래프를 통해 다양한 마이크로소프트 앱의 기능과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나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365의 뜻
일단 마이크로소프트365는 윈도10, 오피스365,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인튠 디바이스 관리, 시큐리티 분석, 애저 액티브디렉토리 등을 모두 합친 번들 상품이다. 정기 구독 형태로 마이크로소프트365를 이용하며, 기존의 '시큐어 프로덕티브 엔터프라이즈 E3, E5' 번들을 혁신한 것이다.
첫선은 작년 7월 마이크로소프트 파트너 컨퍼런스 때였다. 비즈니스와 엔터프라이즈 등 두 종류의 에디션이 공개됐고 작년 8월초 판매를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윈도10 조직과 오피스 조직을 합쳐 마이크로소프트365 조직으로 만들었다. 브래드 앤더슨 기업부사장(CVP)이 마이크로소프트365를 총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365는 어떤 에디션으로 나뉘나
마이크로소프트365 번들은 사용자 유형과 규모로 에디션을 구분한다.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F1, 에듀케이션, 비영리(nonprofit), 정부(Government) 등이 있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은 300명 이상 사용자 규모에 판매된다. 윈도10 엔터프라이즈(E3나 E5)를 기본으로 오피스365와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및 시큐리티(EMS) 등을 추가할 수 있다.
비즈니스 에디션은 중견중소기업(SMB)에 판매된다. 윈도10 프로, 오피스365, EMS 등을 포함한다.
마이크로소프트365 F1은 고객서비스와 고객지원 종사자에 특화된 에디션이다. 윈도10 엔터프라이즈, 오피스365 F1(기존 오피스365 엔터프라이즈 K1), EMS 등으로 구성된다.
에듀케이션 에디션은 교육기관, 학교, 학원 등에 판매된다. A1, AE, A5 등 3종류의 옵션에서 선택할 수 있다.
비영리 단체를 위한 에디션은 마이크로소프트365 비즈니스 에디션을 더 저렴한 금액으로 이용가능하다.
정부기관용 에디션은 미국 정부기관과 정부와 계약된 민간조직을 대상으로 판매된다.
아직 소비자용 마이크로소프트365는 없다. 전문가들은 곧 개인용과 가정용 에디션도 나올 것으로 전망하는데 아직까지 관련 조짐은 드러나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365는 어떻게 마케팅되나
마이크로소프트365 구성요소 중 일부만 구매하는 것도 가능할까.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10 E3/E5, 윈도10 프로, 오피스365, EMS 등을 개별로 계속 판매중이다. 번들로만 판매할 계획은 없다고 회사측은 밝히고 있다.
에디션 설명에 윈도10 비즈니스란 생소한 용어가 등장한다. 윈도10 비즈니스는 윈도10의 공식 에디션은 아니다. 오직 마이크로소프트365 비즈니스 에디션을 위해 만들어진 버전이다. 윈도10프로, 윈도디펜더시큐리티컨트롤, 윈도 오토파일럿 등을 모두 포함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365 기반 디바이스(Microsoft 365-powered device)'란 마케팅 용어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이용자나 조직이 하드웨어를 구매할 때 마이크로소프트365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를 구매하게 된다는 의미다. 윈도10 기기에서 마이크로소프트365 번들을 이용하라는 의도로 쓰는 용어다.
가장 대표적인 마이크로소프트365 기반 디바이스는 각종 '서피스' 제품이다. HP는 엘리트북 X360, 엘리트 X2 등의 제품을 '마이크로소프트365 기반'이란 용어와 함께 내세운다.
작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 PC제조 파트너는 윈도10S 기기를 판매할 때 마이크로소프트365 F1 에디션을 옵션으로 제시할 수 있다. 기업 내 고객센터나 기술지원서비스 조직의 업무용 PC는 기능을 최소화하고 관리하기 용이해야 한다. 애플리케이션 활용을 제한하고 기기관리 편의성을 제공하는 윈도10S와 마이크로소프트365 F1이 이 부분을 노렸다.
슬슬 '마이크로소프트365 기반'이란 마케팅 용어는 덜 쓰이는 추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용어를 '마이크로소프트365 기반의 현대적 데스크톱 경험'이란 표현으로 바꾸고 있다.
분기마다 발표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보고서는 '마이크로소프트365'를 어느 항목으로 표현하고 있을까. 구독형 모델이란 점을 고려하면 오피스365 기업용 부문을 포함하는 '커머셜 클라우드' 항목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식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365를 커머셜클라우드 카테고리로 분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365도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그래프'
올해 빌드2018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365 플랫폼'이란 개념을 강조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요 개발 플랫폼은 애저, 마이크로소프트365, 다이나믹스365, 게임 등이다.
최근 5년 사이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 플랫폼을 설명할 때 크로스플랫폼을 강조해온 만큼 마이크로소프트365 플랫폼도 맥락을 같이 한다.
빌드2018에서 소개된 마이크로소프트 그래프는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기기, 앱, 서비스 등을 넘나들며 연결하는 걸 핵심 개념으로 한다. 윈도10 최신 업데이트에서 소개된 윈도10 타임라인 기능은 사용자의 과거 사용내역을 한눈에 보여주는 기능인데, 안드로이드 기기의 사용내역까지 확인할 수 있다. 또 윈도10의 AI비서인 코타나는 아마존 알렉사와 상호 소통할 수 있다.
■'구독+번들' 결합상품 실험의 노림수
마이크로소프트가 회사 조직명에서 윈도를 뺄 정도로 마이크로소프트365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창사 이래 가장 강도높은 공격적 행보를 보인다.
최근 수년사이 마이크로소프트 사업 가운데 가장 큰 성공을 보인 오피스365의 성공방정식을 윈도를 비롯한 모든 기업용 솔루션에 적용하고 있다. 제품의 번들링과 구독형 모델로 전보다 몇배의 성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이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제품 번들을 실험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회계연도 2019년까지 오피스 사용자 3분의2가 클라우드 및 구독 서비스 기반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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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365 사업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지속적인 매출을 준다. SW 라이선스 판매란 단발성 수입에 익숙했던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매달말 들어오는 고정수입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구독 모델로 가입한 소프트웨어는 잡지와 달라서 구독을 끊는 게 쉽지 않다. 일정 기간동안 안정적일 뿐 아니라 가입자수 증가에 따라 고정수익이 가파르게 증가한다.
마이크로소프트365는 윈도10의 라이선스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찾은 해법이다. 주식회사가 가장 무서워하는 주주에게도 이득이란 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구독모델 기반의 제품 번들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