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노무현 탓, 이젠 네이버 탓

[이균성 칼럼] 文정부 1년에 부쳐

데스크 칼럼입력 :2018/05/08 16:51    수정: 2018/11/16 11:22

그는 거의 임기 내내 ‘모든 게 노무현 탓’이라는 조롱에 시달렸다. 보수 언론이 분위기를 조장했고, 한때 지지자들마저 눈이 멀어 이에 동조했다. 결국 그는 부엉이 바위 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고, 역사적인 죽음을 선택해야 했다. 그가 죽고 나서야 사람들은 깨달았다. 모든 게 그의 잘못일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라며 용서를 빌었다.

그의 잘못이라면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열정이 지나쳤다는 것뿐이다. 여기서 사람은 주로 약자이거나 ‘정치적 소수자’를 가리키는 것이다. 강자나 정치적 다수자는 이미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기에 그렇지 않은 사람도 좀 더 사람답게 살게 하자는 뜻이었을 게다. 우리 정도 되면 그럴 만한 세상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본 거다. 그것이 죄였다. 강자와 다수자에겐 용서될 수 없는 생각이었다.

그는, 꼭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지만, 살았을 땐, 공맹(孔孟)의 길에 매진했고, 죽기로 작정하면서 노장(老莊)을 선택했을 수 있다, 고 생각한다. 공맹이 끝없이 추구했던 정치가 다가 아닐 수 있음을, 죽자고 마음먹자 떠올랐을 수 있는 거다. 문재인과 안희정한테 정치를 하지마라, 고 말한 대목에서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버림이 꽃이 됐다. 다 버리고 죽자 더 큰 꽃이 돼 폈다.

네이버 분당 사옥.

문재인은 그러므로 결국 그의 유언을 끝내 받지 않은 나쁜 후배이자 친구다. 그러나 그 유언을 받들지 않음으로써 그의 생각을 한 치 어김도 없이 밟아가는 진정한 후계자가 됐다. 그들이 10년 질곡을 뛰어넘어 이어가는 바통에는 삶과 죽음으로 깨우친 만고의 진리가 스며있다. 저들이 뭐라 떠들고 저들이 무슨 짓을 하여도 아직까지 퇴색하지 않는 희나리로 문재인이 서 있는 이유가 그거다.

그들의 피눈물 나는 삶에 네이버와 이해진을 대입하는 건 사실 견강부회다. 논의의 층위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 그 차이는 사실 우주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성’과 ‘이지메’란 두 단어로 제한해 말한다면 그다지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그가 못내 섭섭해 했던 것과 이해진이 다시 태어나도 이해하기 힘든, 대중과 권력자들의 한심한 반응은 그 질량을 따지기 어려울 만큼, 똑같은 쓰레기다.

이해진은 삼성 출신으로 이 땅의 욕먹는 재벌과 다른 기업을 키우고자 했던 사람이다. 어쩔 수 없이 주어지지는 걸 일부러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제 것이 아닌 것을 억지로 탐하거나, 제 살을 더 찌우기 위해 술수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다. 제 역할이 뭔지 진지하게 고민은 할지언정 제 역할 이상의 것을 저보다 잘 난 사람에게 요구하지도 않는다. 역할을 줄여 더 잘 하는 길을 아는 이다.

돈 있으면서 그렇게 사는 사람 많지 않다. 권력자와 대중은 그러나, 끊임없이, 그에게, 그가 질 수 없는 책임을 강요한다. 그 많은 언론 다 내버려두고, 그가 왜 정론직필을 고민해야 하는가. 사람 사는 세상만 고민한 그의 죄가 별로 없듯, 이 뉴스 저 뉴스 간편하게 돈 안 들이고 보게 만든 이해진의 죄 또한 별로 없다. 죄는커녕 권력에 눈이 먼 언론의 힘을 해체한 것만 해도 큰 공로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턱을 한 대 두들겨 맞고 나서까지, 포털에서 동정여론이 일지 않자, 그 당이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한다. 또 네이버까지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한다. 자유한국당은, 그런데, 과연 그걸 알려나. 네이버가 방치했다는 그 많은 뉴스들을 누가 편집했는지? 기계가 편집했다는 사실을 과연 알기나 하고 그런 말들을 하는 걸까. 진짜 웃기지 않나.

5G를 오지로 읽었다고 힐난하며 4차산업혁명의 국내 최고권위자처럼 행동했던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IT는 뭣도 모르는, 자유한국당과 달리, 과연 그 해법을 알고 있는 걸까. AI가 편집한 기사에 대해 기계를 처벌해야 하나, 사주를 처벌해야 하나, 회사를 처벌해야 하나. 과연 네이버에 사주가 있기는 한 것일까. 1대주주 국민연금? 가을 국정감사 때 불러 윽박지르면 답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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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어처구니없는 대입과 비유를 하는 거다. 그것도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에 즈음해서. 제발, 다들 배울 만큼 배웠으니, 조금이라도 생각을 하며 살자고. 뭣 팔리게 살지 말고. 우리 모두 귀가 둘이고 입이 하나인 존재 아닌가. 남의 이야기를 두 번 듣고 한 번 말하는 것이 그야말로 공평한 상도의 아니겠는가. 문재인 쥐어 패도 안 되니 죄 없는 네이버만 쥐어 패는 기막힌 족속들이여.

우리 모두 아들 딸 눈빛을 가만히 오래 들여다 볼 수 있는 존재가 되어보자. 인간으로 태어나 수심(獸心)으로 안 살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