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후생+산업발전...두 토끼 잡아야

[문재인 정부 1년 통신정책③]

방송/통신입력 :2018/05/09 09:46    수정: 2018/05/14 14:20

“망구축, 투자비 회수 등이 완료되면 기본료 폐지 또는 단계적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소비자 시민단체)

“기본료는 이동전화 표준요금제에 정의되고 있을 뿐이고 소량 이용자를 위한 요금플랜의 일환이다. 이동통신 산업은 장치산업이므로 특성상 요금수익을 통해 신규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통신사)

“통신비 경감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기본료 폐지 주장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를 위해 보편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정부)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기본료 폐지와 관련해 회의에 참석한 이해관계자들이 주고 받은 논의 내용이다. 1년 전 기본료 폐지 공약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이어진 첨예한 논쟁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통신비에 기본료 포함 여부를 두고 치열한 설전이 오갔다. 기본료 명목의 투자가 완료된 만큼 즉각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재 데이터 요금제에는 기본료 개념이 없다는 반론이 맞섰다.

소득주도성장에 일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통신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뜻에 따라 기본료 폐지 공약이 나왔지만 논쟁만 낳았고 이행도 쉽지 않다는 의견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소비자 시민단체, 통신사, 정부 등이 모인 사회적 논의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는 “보편요금제가 기본료 폐지에 대한 대안적 성격으로 제시된 정책이기 때문에 대승적 입장에서 보편요금제 도입을 대안으로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럼에도 보편요금제 도입은 정책적인 한계와 헌법 위배 소지 등의 다툴 여지가 산적해 있고, 오는 11일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부터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또 기본료 폐지 대안으로 보편요금제 도입에 힘을 실었던 소비자 시민단체는 대법원의 통신비 원가 공개 일부 승소 판결에 따라 다시 기본료 폐지 논의를 수면 위로 올리고 있다.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 정책이 일부 성과를 냈음에도 결국 이해관계자 입장에 따른 도돌이표 논쟁이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 전문가들은 일방적인 통신비 인하 정책에서 벗어나 통신 산업과 소비자 후생을 모두 고려한 균형감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경쟁 정책을 통한 이용자 선택권 확대를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가계통신비

■ ‘이용자 후생’ + ‘산업 발전’ 균형 정책이 우선

통신 산업의 발전과 소비자 후생은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라 둘 다 추구해야 할 가치라는 의견은 눈길을 끈다. 요금 인하 정책은 소비자 편익 증진과 함께 산업 발전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도 함께 추구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국민 복지 향상을 사회문화적 가치로 보고 통신 산업의 발전을 경제적 가치라고 본다면 두 가지 가치의 균형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정책을 입안해 실행하는 것이 앞으로는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요금이 비싸다는 단순 논리로만 접근할 경우 사회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의 균형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장기적으로 이용자 편익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권 센터장은 “가치 균형의 정책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시스템적으로 정책 결정의 선순환을 위한 피드백이 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시행된 정책이나 지난 정책도 환경 영향평가를 하듯이 정책 효과 평가를 통해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은 강화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권 센터장은 지난 1년의 통신비 인하 정책을 두고 단기에 가시적인 결과만 좇는 근시안적인 정책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그는 “통신비 인하라는 정책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100원에서 50원을 깎는 것도 있지만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를 해야 한다”면서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나 알뜰폰 활성화 정책, 제4이통 진입에 대한 고민, 초고속인터넷의 보편적 역무 지정 시도 등으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직접 요금을 깎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환경을 조성하려는 시도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쟁 활성화 정책으로 국민 신뢰 얻어야

통신 정책의 본질은 경쟁 활성화가 답이라는 의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속적인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은 정부의 인위적 개입보다 경쟁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내 방송통신정책을 총괄하는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통신비 인하 논의 중심은 보편요금제 도입 실현 여부에 있지만 별 진전이 없는 상태”라며 “가계통신비 경감을 위한 일회성 방안 제시보다 중기적 계획이 필요하고 지속 가능한 정책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논의 중심에서 서지 못한 경쟁 유도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 수석은 “제4이동통신사 진출을 통한 통신 서비스와 통신 요금 경쟁 유도와 함께 제한적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통한 단말기 가격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4개 사업자가 경쟁하게 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결합상품의 선택의 폭을 넓혀 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후생은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진입장벽의 완화가 현실화 되면 케이블TV방송사 뿐만 아니라 ICT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사업자들이 진출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제한적 단말기완전자급제 도입 법제화를 통해 단말기 가격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이동통신 서비스 요금보다 더 많은 부담이 되고 있는 단말기 대금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즉, 통신 서비스, 통신 요금, 단말기 값 등 통신비 인하 정책은 경쟁 유도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안 수석은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적 통신비 인하 계획만이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비전도 제시했다.

그는 “역대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의 공통된 특징은 일시적이고 즉흥적 효과를 위한 보여주기식 정책이 주를 이뤘다”며 “국내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적 계획을 단 한 번도 제시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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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가계통신비 경감을 위한 방안 제시는 대부분 대선 공약 중심으로 대통령 임기 이내로 한정해 추진됐다”며 “ 때문에 정책의 연속성이 단절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보여주기식 단기 성과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인 경쟁 유도 정책이 국민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