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도 낮은 '리휠' 통신비 비교 보고서 또 논란

조사 기준 의문, 조사 표본 오류도 상당수

방송/통신입력 :2018/05/07 17:53    수정: 2018/05/07 17:53

리휠이란 핀란드 컨설팅 회사의 통신비 비교 보고서가 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비교 기준이 일치하지 않고 분석 결과의 신뢰성이 낮아 참고하기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보고서다. 해외 각국 통신비 비교의 참고 가치도 낮다는 평가는 물론 해석의 오남용만 불러온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일(현지시간) 리휠이 내놓은 디지털퓨얼모니터(DFM 9th)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OECD와 EU에 속한 41개국의 요금제를 자체 조사 방법론에 따라 비교했다.

이 회사는 4월에 조사한 결과를 상반기, 11월에 조사한 결과를 하반기로 매년 두 번씩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올 상반기 보고서는 DFM의 아홉 번째 버전이다.

■ 세 번 연속 알뜰폰 배제 오류 범한 보고서

DFM 보고서는 무료통화 1천분, HD 영상 시청을 위해 3Mbps 속도의 데이터 조건에서 지난달 기준 41개국의 4G LTE 스마트폰 요금제를 비교했다.

이 조건에서 30유로를 기준으로 한국의 데이터 제공량이 가장 적다는 것이 리휠 보고서의 주장이다.

그리스와 몰타의 경우 관련 조건에서 데이터 제공량이 전혀 없다고 표기했다.

리휠은 2017년 상반기 DFM 7th 보고서부터 이와 같은 기준으로 비교를 시작해 이번 2018년 상반기 DFM 9th 보고서까지 세 번째 같은 비교를 내놨다.

세 번의 연속된 동일 기준 비교를 통해 리휠은 똑같은 오류를 일관되게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동통신사(MNO)와 이통사 자회사, 알뜰폰(MVNO)을 포함하고 있다고 적시했지만 국내 알뜰폰 요금제는 전혀 비교되지 않았다고 관련 업계는 설명했다. 약 4만원 가량인 30유로 요금제는 알뜰폰에서 고가 요금제다.

국내 가입자 최다 알뜰폰 회사인 CJ헬로의 최신 요금제를 보면 4만원 안팍의 요금제에서 음성통화 무료에 6GB의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3만원 미만의 요금제에서 음성 100분에 데이터 10GB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DFM 9th 보고서는 한국의 이통사와 알뜰폰은 30유로 요금제에 1GB 데이터를 제공한다고 표기했다.

■ 데이터 조사 신뢰도 바닥

알뜰폰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는지의 여부보다 국내 이통사의 제공량도 적절하게 조사된 것인지 의문을 남긴다.

새롭게 논란이 된 올해 상반기 기준의 DFM 9th 보고서는 30유로 요금제에서 한국의 데이터 제공량은 1GB라고 표시했다.

반면 1년 전에 조사된 DFM 7th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30유로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0.5GB의 포루투칼보다 낮은 편이라고 표시됐다.

지난 1년 동안 국내 이동통신사의 30유로 안팎 요금제에서 무약정 요금제를 제외하고 별도의 요금제 경쟁은 없었다. 하지만 데이터 제공량이 두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 리휠의 보고서 주장이다.

앞서 작년 하반기 조사 시점의 DFM 8th 보고서는 1GB 당 LTE 요금 순위를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 순이라고 지목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사실상 요금제 경쟁이 실종돼 동일한 수준이란 국내 지적과 달리 리휠의 DFM 보고서는 41개 국가 이통사 중에서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통신비 비교에서 초당 데이터 전송 속도를 포함시킨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3Mbps의 속도를 기준으로 삼은 것은 보고서에서 말하듯이 HD 영상의 스트리밍 시청을 위한 최소한의 속도로 이해할 수 있다.

반면 리휠이란 회사가 있는 핀란드의 사정을 따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핀란드는 2Mbps의 인터넷 속도 접근 보장이 보편적 서비스로 규정된 나라다. 국민 누구나 2Mbps 속도 고정형 또는 모바일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가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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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핀란드 통신사가 상업적 목적의 요금제를 내놓으려면 최소한 이보다 빠른 3Mbps가 최저 요금제 구간이 된다. 실제 핀란드 통신사는 데이터 제공량보다 LTE 데이터 속도 제한을 통해 요금제를 나누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가 간 비교는 기준이 중요한데 한국은 알뜰폰도 포함하지 않고 선택약정할인이라는 국내 조건도 제외하면서 비교 기준 자체가 잘못됐다”면서 “이미 지난해 신뢰성에 문제가 있었던 보고서와 동일한 방법론을 따른 결과로 신뢰할 보고서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