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한 컨설팅 회사가 최근 발표한 세계 각국 통신비 비교 보고서를 두고 통신업계 내에 논란이 일고 있다.
비교 기준이 명확치 않고 보고서의 분석 결과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리휠(Rewheel)’이란 컨설팅 회사가 지난 1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덟 번째 디지털퓨얼모니터(DFM 8th)는 올해 하반기 유럽연합(EU)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소속 41개 국가의 LTE 요금제 비교 분석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의 가장 큰 논란은 LTE 데이터의 기가바이트(GB) 당 가격이 한국이 가장 높다고 지목한 점이다. 동시에 조사 대상 41개국 가운데 자국인 핀란드는 가장 저렴한 통신비를 제공한다고 자평했다.
■ 자의적인 비교 잣대, 핀란드 자국 통신사 유리한 결론
DFM 보고서가 비교한 수치는 매달 무료 통화가 1천분 이상 제공되는 LTE 스마트폰 요금제에서 데이터 1GB당 매겨진 값이다.
국내 통신비는 LTE 데이터 요금제 가운데 이통 3사 월정액 3만2천890원(부가세 포함 이전시 299 요금제) 요금제로 일원화해 비교했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는 무료, 월 데이터 제공량은 300MB인 요금제다.
그럴 경우 한국의 1GB당 요금은 13.4유로에 달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가격은 핀란드보다 무려 45배나 비싸다. 한국에서 1GB당 데이터 요금이 13.4유로인 핀란드에서는 0.3유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보고서에 담긴 그래프에 포함된 삽화를 보면 일반적인 시장조사업체가 내놓은 자료로는 보기 힘든 부분이 있다.
보고서 1페이지의 그래프 내 삽화에는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은 스마트폰이 화폐를 먹고 있는 그림이 표현돼 있다. 반면 자국 핀란드의 수치 위에는 노란 병아리를 그려놓고 “싸다(cheap)”란 표현을 세 번이나 반복했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각 국가별 통신 요금은 요금제 구간별 데이터 제공량, 요금할인, 약정 등 조건이 상이하기 때문에 리휠이란 생소한 회사의 보고서처럼 단순 비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내의 경우 해당 통계에서 언급된 299 요금제가 한국의 요금수준에서 데이터 제공량을 대표하는 요금제가 절대 아니다”고 반박했다.
월정액 3만2천890원의 299 요금제만 표본으로 잡은 것은 비교 분석의 큰 오류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SK텔레콤의 월정액 3만9천600원 요금제는 매달 데이터 1.2GB를 제공하고, KT의 월정액 3만8천390원 요금제는 매달 데이터 1GB를 제공한다.
두 요금제 모두 환율을 계산앴을 때 30유로 안팎의 요금제지만, 리휠이란 회사가 비교한 요금제 대비 3배 이상 많은 데이터를 제공한다.
즉, 리휠의 보고서가 배제한 요금제로 분석할 경우 국내 LTE 데이터 요금이 3분의 1로 줄어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는 “리휠은 이동통신 재판매(MVNO) 업체를 포함한 보고서라고 밝혔지만 보고서 전체에서 국내 알뜰폰 사업자의 요금제는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고 이통사(MNO) 요금제에서도 특정 요금제만 꼽아 한국 소비자가 이용하는 모든 요금제인 것처럼 분석을 했다”고 꼬집었다.
국가별 통신비 비교 분석 보고서로서의 가치가 낮다는 뜻이다.
■ 보고서 분석 결과 신뢰성 의문 논란
시장 분석 보고서의 가장 큰 원칙은 신뢰도다. 조사 분석 값이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는 점이 보고서의 영향력을 대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리휠의 보고서는 끝없이 물음표가 남는다.
논란이 된 올해 하반기 세계 각국 비교 보고서(DFM 8th)와 지난 상반기 시장을 분석한 보고서(DFM 7th)에서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리휠이라는 회사가 상반기 LTE 데이터 요금을 비교 분석한 보고서 DFM 7th를 보면, 한국에서 매달 무료 통화가 1천분 이상 제공되는 LTE 스마트폰 요금제에서 데이터 1GB당 매겨진 값이 13.4유로로 표기된 값이 없다.
이통 3사의 299 요금제는 KT가 지난 2015년 봄에 선보인 직후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잇따라 선보인 상품이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중심이 아닌 데이터 제공량을 기준으로 모바일 요금제 패러다임 전환을 꾀했던 때다.
299 요금제가 나온 이후 속도제한 데이터 무제한 구간인 599 요금제에서만 이통 3사 간에 가격 경쟁이 일어나 부가세 포함 이전 값으로 5만원대로 떨어졌고 299 요금제의 월정액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리휠의 상반기 보고서와 하반기 보고서는 월정액이 그간 변하지 않은 국내 음성 무료 요금제를 두고 전혀 다른 GB 당 데이터 값을 매겼다. DFM 7th가 표본으로 삼은 때는 올해 4~5월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래프 내 삽화에 표기된 그림을 볼 때 한국의 데이터 요금을 그리스, 캐나다, 독일, 미국, 벨기에 뒤를 잇는 6위권 국가로 표기한 것으로 보이는데, GB 당 데이터 값을 11유로 이하의 값을 매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동일한 요금제를 두고 3유로 가까이 차이를 둔 점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그래프 내에 자국 핀란드가 가장 비싼 벨기에보다 58배 싸다고 표현한 문구도 일반적인 시장 보고서에서 보기 힘든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 불성실한 자료 수집 보고서, 참고 가치는 '글쎄'
리휠의 보고서를 두고 각국 현지에서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니라 구글 번역기에 의존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리휠은 보고서 내에 핀란드어를 비롯해 영어, 스웨덴더, 불어, 독일어, 헝가리어 외에는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밝히고 있다. 말 그대로 세계 각국 통신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요금제를 수집해 대학생 리포트처럼 시장 분석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현재 선택약정할인으로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을 때 25%의 요금할인이 적용되고 있는데 이 부분은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20% 요금할인이 적용됐던 상반기 데이터 요금이 더 싼 것으로 나온 점도 보고서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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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보고서 3페이지에서 41개국 통신사 가운데 GB 당 LTE 요금 순위를 SK텔레콤(5위), LG유플러스(7위), KT(10위)가 서로 다른 순위라고 분석했는데 가격경쟁이 종료되고 동일한 수준으로 수렴돼 암묵적 담합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할 정도의 비슷해진 국내 통신사 요금제의 가격을 서로 다르게 본 점도 의아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OECD 통계도 국가별 통계기관이 제출한 자료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통일된 기준이 없다는 부분이 문제점으로 꼽히는데 같은 기간 안에서 비교 기준 잣대를 국가 별로 상이하게 다룬 점이나 해석의 오남용을 낳을 수 있는 통계는 통신비 정책에 참고할 때 건설적인 논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