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관련 진보단체인 오픈넷은 3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계기로 잇따라 발의되고 있는 각종 국회 법안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
이 단체는 오히려 정치권과 일부 언론들이 스스로의 이익을 위한 주장을 마치 이용자들의 요구인 것처럼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며 쓴 소리를 냈다.
오픈넷은 “최근 드루킹 사태로 여야 모두 포털 뉴스 댓글 규제가 필요하다며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금지나 댓글 실명제 강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선거관리위원회도 소위 '드루킹 방지법'을 추진하려 한다”며 “하지만 표현의 방법을 제한하려는 시도는 온라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귀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31일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매크로 등을 이용해 댓글을 다는 행위를 처벌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또 최근 한 주 동안에만 자유한국당 박대출, 박완수, 김성태, 송희경 의원, 바른미래당 오세정 의원이 다양한 방식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의 사용을 금지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드루킹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이유다. 각 법안의 내용에 차이가 있긴 하나 크게 보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끼칠 목적의 매크로 사용 금지를 개정이유로 들고 있다.
이에 오픈넷은 형사처벌이 필요할 만큼의 중대한 여론조작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의문이란 입장이다.
또 익명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국가에서 시민의 의사표현 하나하나가 모여 여론을 형성하는데, 한 사람이 마치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열심히 대자보를 붙이고 다니거나 포털에 댓글을 쓴다고 여론조작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개정안들 중 어느 안도 ‘여론조작’에 대한 정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을 가리켜, 해당 용어가 불명확하고 모호한 것에 대한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오픈넷은 “인터넷에서의 여론은 바로 드루킹의 사례에서 보듯 포털 이용자들이 주도적으로 바꿔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픈넷은 인터넷 댓글 실명제가 드루킹 사태 방지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 이뤄지는 익명표현은 인터넷이 갖는 정보전달의 신속성 및 상호성과 결합해 현실 공간에서의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구조를 극복해 계층·지위·나이·성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해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한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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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오픈넷은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을 한 헌법재판소의 말을 빌어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표현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에 비춰 강하게 보호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정치권에서 드루킹 처벌법 또는 방지법이라는 미명 아래 실명제의 강제나 서비스 내용의 강제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입법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며 “정치인들과 언론이야말로 철저히 스스로의 이익을 위한 주장을 마치 이용자들의 요구인 것처럼 여론을 오도하고 조작하기를 그만 두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