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정치권 또 포털 길들이기 Ctrl+C·V法

댓글조작 이슈 계기로 과거 폐기법들 총동원돼

인터넷입력 :2018/05/02 16:23    수정: 2018/05/02 17:20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포털 '재갈 물리기 법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중요한 선거가 있을 때마다 반복되는 행태다.

특히 그 법안들은 대부분 새로울 게 없다.

케케묵은 데다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과거에도 성문(成文)되지 못하고 폐기된 것들이다. 그런 것들을 다시 또 꺼내든 셈이다.

■ 아웃링크 의무화·랭킹뉴스 폐지 등 법안 발의

여의도 국회의사당(이미지=지디넷코리아)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은 지난 달 30일 포털이 뉴스를 매개할 때 아웃링크(언론사 홈페이지로 직접 연결)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신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포털이 기사 제공 또는 매개할 경우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되도록 하고, 포털이 댓글창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위반 시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신 의원은 익명으로 댓글을 작성할 수 있어 일부 이용자가 편향적인 댓글을 작성하거나 조작해 여론을 주도한다고 외치고 있다.

같은 당 박대출 의원은 포털의 랭킹뉴스를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네이버의 ‘랭킹뉴스’ 등 포털의 기사 또는 댓글을 이용한 순위, 등급 등을 부여하는 서비스를 금지시키는 내용이 핵심이다. 위반 시 2천만원 이상 과태료가 부과된다.

포털의 랭킹뉴스가 과도한 기사경쟁 유발과 댓글공작, 여론조작의 창구로 변질시켰다는 게 법안 발의 취지다. 이에 포털의 랭킹뉴스가 폐지되면 여론조작과 공작의 대상이 미연에 방지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달에도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여론조작 등 부정한 목적으로 게시판에 댓글 등 정보를 게재 또는 입력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아울러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포털 첫 화면에 지역언론 기사를 게재하는 법안을,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은 포털이 검색순위, 노출빈도 등에 관해 차별적 대우를 하지 않도록 규정하는 일명 댓글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상태다.

이 밖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지난 2월 매크로 프로그램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댓글작업을 하거나 추천(공감)수 조작을 통해 여론 조작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차재필 정책실장은 “선거 앞두고 정치인들이 과도한 입법안을 내놓는 것 같다”면서 “드루킹처럼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 쓰는 범죄자들을 처벌하는 게 우선이지, 이 때문에 댓글을 없애자는 정책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 선거철마다 되풀이 돼온 포털 압박

이들은 하나같이 국내 언론 생태계를 위하고 인위적인 여론 조작을 개선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실상은 선거 판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특히 정치권은 큰 선거를 앞두고 규제 법안 발의뿐 아니라, 국정감사장에서는 포털사업자 대표나 의장 등을 불러 ‘윽박지르기 진수'를 보여줬다.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은 지난 2015년 9월 당 부설 연구기관인 여의도연구원을 통해 포털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으로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주요 포털을 공격했다. 2016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이들은 “언론학계 최고 권위자 주도로 조사한 결과, 포털 사이트에 정부 여당에 대한 부정적 기사가 야당보다 약 10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포털의 중립성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연구를 주도한 교수는 언론학이 아닌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였다.

또 부정적인 보도가 많다는 정부여당에는 자유한국당과 청와대, 정부부처, 산하기관 모두를 포함시킨 반면, 야당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한 곳만 두고 비교해 공정성 논란을 일으켰다.

나아가 연구책임자가 “정부가 집행기관이기 때문에 비판 보도가 많고 클릭 유도를 위해 제목을 자극적으로 쓰기 때문이지 의도성은 없어보인다. 자율규제로 해결해야 한다”고 결론내렸지만, 자유한국당은 “포털사에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또 국회는 2014년 6월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2013년 10월 정무위 국정감사 때 포털의 독과점 문제를 제기, 당시 김상헌 네이버 대표와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2012년 12월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도 같은해 10월 포털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적, 두 포털 대표에게 증인 출석 요구를 했다. 2010년 6월2일 지방선거 전인 2009년 10월 국감에서는 포털의 독과점과 중소기업과의 상생 문제 등을 비판했다.

이 밖에 2007년 12월 17대 대선 전인 그해 10월에도 포털의 정치적 중립성 이슈가 일었고, 네이버 카카오 임원들이 국정감사 증인 출석 요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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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윤성옥 교수는 “포털들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공론의 장 역할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건 맞지만, 정치권에서 거듭 포털 규제 법률안을 만드는 건 기본적으로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포털에 대한 정치적 외압 여부를 떠나, 결과적으로 포털들이 자꾸 정치권 눈치를 보고 정치적인 정책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근본적으로 이용자 보호 정책이 소외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