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레저-이더리움, 기업 블록체인 표준다툼

컴퓨팅입력 :2018/03/30 18:12    수정: 2018/04/01 03:05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두 개의 글로벌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표준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리눅스 재단이 주도하고 있는 '하이퍼레저'와 이더리움을 기업 환경에서 사용하기 위해 모인 '엔터프라이즈이더리움얼라이언스(EEA)'가 그것이다.

모두 오픈소스, 오픈거버넌스 프로젝트로 수백개 기업들이 공동으로 개발, 발전시키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한개 기업이 관리통제하는 방식으론 이들 프로젝트의 혁신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국IBM 기술영업본부 박세열 책임전문위원(실장)은 지난 29일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는 하이퍼레저 프로젝트와 EEA의 양강 구조로 굳혀지고 있다. 금융권에서 많이 사용하는 R3CEV는 골드만삭스 등 대형 금융사 이탈로 다소 추진력을 잃은 상태다.

박세열 실장은 "현재는 하이퍼레저와 EEA가 대표적이라고 보고 있다"며 "향후 미래는 두 기관에서 나오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망에 대한 표준화 싸움이 많이 늘어날 것이다"고 예상했다.

그는 두 프로젝트의 성장 원동력은 '오픈소스·오픈표준·오픈거버넌스'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세열 실장은 "다양한 개발사가 오픈거버넌스 체계 아래서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하나의 기술을 한 개 기업이 발전시키는 경우와 발전 속도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는 비단 블록체인 기술분야만 아니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다른 분야에도 적용되는 패러다임이다.

박 실장은 "혼자만 사용하는 독점적인 기술은 필요 없어지는 시대가 왔다"며 "오픈 거버넌스 기술에 투자하면서 그 기술을 기반으로 각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방식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올랐다"고 강조했다.

하이퍼레저 VS EEA 어떻게 다르나

하이퍼레저는 모든 산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표준화 및 발전을 위한 오픈소스 커뮤니티다. 리눅스 재단 주도로 2015년 12월 시작됐다. 처음 17개 회원사로 시작해 현재 170개 이상의 회원사를 확보했다. 한국 기업 중엔 삼성SDS, 코인플러그,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9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중 5개는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이고 4개는 개발툴이나 모니터링 툴 같은 유틸리티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블록체인 플랫폼 프로젝트 중에선 '패브릭'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59명의 개발자와 28개의 기업에서 패브릭을 지원하고 있다. 1.0 버전은 지난해 7월 나왔는데, 이는 하이퍼레저 프로젝트 중 첫번째다. 하이퍼레저 패블릭 다운로드 수는 1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EEA는 이더리움 기반 허가형 블록체인 컨소시엄으로 회원으로 150개 이상의 기업 및 단체가 가입했다. 한국 기업으론 SK텔레콤, 삼성SDS, 법무법인 세움, 코인플러그, 더루프, 스트리미, 미탭스플러스, 블록뱅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더리움을 기업에서 사용하기 위해선 성능, 데이터 프라이버시 등의 요건을 보강해야 한다. 따라서, 실시간으로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합의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플랫폼 프로젝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JP모건이 주도하는 쿼럼(Quorum)은 트랜잭션 처리 최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초당 8000번 이상의 트랜잭션 처리를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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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낙스 버로우(Monax Burrow)는 EEA와 하이퍼레저에 모두 속해 있는 프로젝트다. 이더리움 기반 비즈니스 로직이 하이퍼레저 프로젝트에서도 작동하게 이기종 프로젝트다. 향후 이더리움 기반과 하이퍼레저 기반 다양한 서비스가 생겼을 때 서로 연동할 필요성이 생길 것으로 보고 개발하고 있다.

박세열 실장은 "현재 하이퍼레저 프로젝트와 EEA가 대표 주자로 경쟁하고 있지만 향후 기업이 가장 많이 쓰는 기술이 산업 표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하이퍼레저 패브릭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고 비즈니스 서비스 안에 암호화폐를 포함시키고 싶은 경우 이더리움에 대한 선호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