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8에서 정전 사태가 벌어졌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잘 아는대로 CES는 매년초 한해의 글로벌 ICT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첨단 전시회다. 행사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는 세계적인 첨단 전시장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개막 이틀째인 10일(현지시간) 오전 11시 15분께 전기공급이 갑자기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원이 들어와야 쓸 수 있는 가전제품을 전시하는 곳에서 2시간 가량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서 소동이 벌어졌다.
자동차에 IT 기술을 더하기 시작하고, 아마존 알렉사 광풍을 불러왔던 CES가 올해는 크게 새로운 것이 없다는 비아냥 속에 참신한 뉴스거리를 만들었다는 농담도 나온다.
이번 정전 사태는 CES 2018의 주제인 ‘스마트시티의 미래(The Future of Smart Cities)’와 맞물려 묘한 충격을 안겨준다. 스마트시티에서 전기 같은 사회 인프라가 마비된 상황이 떠올라 아찔한 생각마저 들었다.
올해 CES의 기조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의 대표 사례에서도 스마트시티가 꼽혔다. 스마트시티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구호 차원이 아니라 굉장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스마트시티는 첨단 ICT 세상에서 최고 화두인 것은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CES의 정전 사태는 스마트시티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약 두시간 동안 전시장 출입을 폐쇄하는 일이 도시 단위에서 시민들의 일상 생활에서 빚어질 혼란이 될 수도 있는 점을 고민하게 만든 셈이다.
국내에서 스마트시티 논의가 이뤄질 때, 이면에서는 시범 프로젝트를 도입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치열한 눈치싸움과 경쟁으로 불이 붙는다. 지역 발전에 걸린 표심이 달아날 수 있다는 우려에 정치권에서도 조심스러운 태도가 엿보이기도 한다. 대통령도 스마트공장은 2천개가 새로 보급된다고 밝혔지만, 스마트시티는 ‘몇 군데’ 조성할 계획이라고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조만간 몇 군데에 이름을 올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도입 지자체는 명심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내 스마트시티특별위원회도 CES 정전 사태의 교훈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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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네트워크 구축부터 시작해 사물인터넷 센서로 취합한 빅데이터 정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시티는 전력 공급이 끊기는 상황에서 무용지물이다. CES 현장처럼 정전 이후 무선인터넷까지 끊겨버린 일이 도시에서 벌어지면 통신 인프라까지 두절된 상황이 된다.
오히려 도시민의 생활이 마비되는 재난 상황에 가까워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실체에 꼽힌 스마트시티를 재난으로 체험하게 할 수는 없다. 스마트시티 유치 경쟁을 벌이는 지자체와 국민 체감을 이끌어내야 하는 정부는 CES 정전이 시사하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