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사업 중단 검토까지 나오나

업계 "고용량 데이터 요금제 사실상 인상 수준"

방송/통신입력 :2018/01/11 08:55    수정: 2018/01/11 11:06

예상에 못 미치는 도매대가 인하율, 이동통신사의 선택약정할인율 인상, 계속되는 정부·민간의 통신비 인하 압박 등 악재가 줄줄이 겹치는 이동통신재판매(MVNO, 이하 알뜰폰) 사업자들이 실제 폐업을 검토할지에 대해 업계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특히 수익 배분(RS) 도매대가 협상에 있어 약속과 다른 정부의 태도에 큰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가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망을 빌려 쓰는 대신 지불하는 비용이다.

앞서 지난 6월 현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도매대가를 10%p 인하하겠다고 한 것과 달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1월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서 평균 7.2%p 인하한 도매대가 비율을 책정했다.

이는 사실상 전년보다 인상된 도매대가나 다름없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알뜰폰 업체가 이통사에 부과하는 기본료를 합산해 도매대가를 책정하게 되면서 실질적인 비율을 따져보면 작년보다 도매대가 비율이 오른 셈이 됐다"고 말했다.

기본료를 고려하지 않고 정산요금 대비 도매대가를 살펴보면 고가 요금제에서는 이전보다 도매대가 비율이 증가했다.

특히 과거 정부가 망 도매대가를 낮춰 알뜰폰 사업자에게 저렴한 요금제 출시를 유도해 결과적으로 가계통신비를 인하하겠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통신비 부담이 큰 고용량 데이터 이용자에 대한 도매대가 인하 폭이 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전체 요금제 구간에서의 도매대가 인하 비율을 산술적으로 따져 평균 7.2%p 인하했다고 과기정통부는 발표했지만, 35GB 이상 데이터를 사용하는 이용자의 경우 도매대가가 하나도 인하되지 않는 등 고용량 데이터 사용자에게는 실질적으로 도매대가 인하 폭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예상치 못한 추가 적자로 인해 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망 도매대가 협상 결과는 지난 7월부터 소급 적용되기 때문이다. 올해 도매대가가 10% 이상 인하될 것으로 보고 알뜰폰 업계는 그간 가입자 유치를 위해 무제한 요금제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 규모가 작을 수록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며 "알뜰폰 업체 대다수가 적자를 안고 사업해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업 철수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알뜰폰 업체의 시장 철수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나왔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처럼 아직 사업을 접겠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한 업체는 없다"며 "M&A 등의 방법을 동원하지 않는 이상 사업 철수 절차가 복잡해 업체들이 발을 떼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편요금제 준하는 알뜰폰 요금제 활성화해야"

알뜰폰 업계는 정부가 통신비와 관련해 다양한 공약을 추진하면서도 알뜰폰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은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과의 도매대가 협상 결과를 보면, 알뜰폰 사업자는 6.5GB 이상의 고용량 데이터 사용자 시장에 진입할 수 없게 한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2017년 기준 6.5GB 이상 요금제에서의 도매대가는 50% 이상으로 책정됐다. 이동통신사와 똑같은 수익을 배분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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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알뜰폰 업체는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요금제를 갖고 있다"며 "가계통신비를 인하하고자 한다면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하면 되는데 이동통신사업자를 압박해 알뜰폰과 유사한 수준의 요금제를 운영하게 하려 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국내와 달리 일본은 현재 600개 이상의 알뜰폰 사업자가 존재하는 등 알뜰폰 시장이 안정적으로 활성화된 상태다. 국내 상황과 달리 망 도매대가가 극히 낮게 책정됐기 때문이라는 게 알뜰폰 업계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