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미국)=이은정 기자] 프리미엄 TV 주도권을 두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자존심 경쟁이 또 다시 재현되는 양상이다. 두 업체는 올해 마이크로 LED TV, 8K OLED TV,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승부수로 내세웠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오는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 CES 2018 개막에 앞서 올해 출시할 TV 신제품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과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두 회사는 지난해 CES 2017에서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퀀텀닷(양자점)을 적용한 QLED TV 기술을 놓고 대립한 바 있다. 논란은 TV 명칭에서 불거졌다.
QLED는 업계에서 퀀텀닷 소자가 적용된 자발광 디스플레이로 여겨져 왔지만, 기존처럼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과 백라이트 중간에 퀀텀닷 필름을 붙이는 방식을 적용했다. 이에 자발광 소자가 적용된 OLED TV 진영에서 반발하고 나선 것.
이에 삼성전자는 올해 QLED TV보다 진화된 기술을 적용한 최상위 프리미엄 라인업인 마이크로 LED TV '더 월'을 올해 CES에서 최초로 들고 나왔다. 이 제품이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초소형 LED를 적용해 백라이트는 물론 컬러필터까지 없애 LED 자체가 광원이 되는 '진정한 자발광 TV'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는 밝기·명암비·색재현력·블랙 표현 등 화질과 발광효율·광원수명·소비전력 등 내구성·효율성 측면에서 뛰어나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이 기술을 적용한 TV는 초소형 LED를 전사한 기판을 이어붙여 제작하는 방식으로 플렉시블(휘어질 수 있는), 스트레처블(늘릴 수 있는) 등 기판 종류에 따라 디자인 자유도도 높다.
삼성의 TV 제품 공개 이후 열린 LG진영의 기자간담회에서 반박이 이어졌다. LG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 LED의 생산 수율과 제작 비용에 대한 문제에 대해 꼬집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마이크로 LED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현 수준의 기술로 출시하기엔 시장성 측면에서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LCD가 못 하는 150인치, 185인치, 200인치 등 큰 사이즈를 능가하는 측면에서는 마이크로 LED가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대형화 장점으로 꾸준히 개발하겠다"면서도 "(현 기술 수준으로는) 이론적으로는 안 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는 초소형 칩을 전사한 기판들을 모듈 방식으로 이어붙이면 돼 크기 제한없이 소비자 기호에 따라 스크린 사이즈와 형태를 원하는 대로 조립할 수 있다. 생산기술이 안정화되면 고해상도 대화면을 제작할 경우 타 제품보다 단가를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부회장은 "마이크로 LED를 개발하고 있지만 상용화 시기를 말하기엔 어렵다"며 "개인적으로 볼 때에는 생산성과 비용 문제가 있는데, 마이크로 LED가 최근 TV 트렌드인 대형화에 유리한 만큼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면 리치마켓이 있을 것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또 마이크로 LED의 생산성에 대해 "마이크로 LED는 LED 칩을 기판에 전사하는 방식으로 제작되는데 제작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이론적으로는 안 되는 게 맞지만 열심히 기술 개발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이해를 하는 게 맞을 것이고, 현재는 기술적 허들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비용 측면에서는 "UHD 해상도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려면 LED 칩을 2천500만개를 박아야 하는데, 예컨대 8K를 구현할 경우 더 많아진다"며 "LED 하나가 1원이라면 UHD는 이미 2천500만원을 뛰어넘어 일반적인 TV 구매자는 상상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사장)은 "마이크로 LED TV는 크기에 제약이 없는 만큼 처음에 20인치로 샀다가 여유가 있으면 60인치, 120인치까지 만드는 게 가능해지지 않겠냐"며 "이러한 통상적인 화질과는 전혀 다른 기술이 앞으로 나와야 한다고 보고 이 측면에서 삼성이 앞서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 마이크로 LED가 무기물로 만들어진 만큼 장기간을 사용하더라도 잔상(번인) 현상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LG 진영의 OLED TV의 번인 현상을 두고 "TV에 적합하지 않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 삼성 측은 "OLED TV에는 유기물이 사용되는데 이는 빛과 열에 약해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밝기와 색 재현력이 떨어진다"며 "장시간 특정 색을 고정적으로 보여주면 사용된 픽셀의 수명이 줄어드는데 이 때 화면이 얼룩진 것처럼 보이기 시작하고 잔상으로 남게 된다"고 했다.
이날 OLED TV의 번인 현상에 대해 한상범 부회장은 "번인은 OLED뿐 아니라 LCD도 장시간을 사용하다보면 모두 발생하는 문제이고 알고리즘으로 보완할 수 있는 문제"라며 "스마트폰은 2~3년마다 교체하고 TV는 7~9년 사용해야 하는데 이는 소프트웨어 기술로 해결 가능하다. 앞으로 번인에 대해서는 가정에서 시청하는 데 충분히 문제없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롤러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65인치 UHD급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 제품은 화면을 말면 이동·설치가 용이해지고 소비자의 사용 목적에 따라 최적화된 화면 크기와 비율로 조정할 수 있어 장소 제약없이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관련기사
- 삼성엔 중요했던 CES무대…"특별했다"2018.01.10
- 삼성SDS-하만, CES서 글로벌 車업체 대상 공동 마케팅2018.01.10
- 삼성·LG, CES 2018서 車 기술 대결2018.01.10
- [CES 현장] 삼성이 내놓은 '차세대 TV' 한 자리에2018.01.10
이에 한종희 삼성전자 VD사업부장 사장은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삼성 DMC 연구소에서 2년 전에 개발해 시연까지 했다"며 "하지만 TV 사용 측면에서 집 안에서 안 보이게 하는 것보다 새로운 부분을 찾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개발만 하고 출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간담회에 앞서 삼성전자는 CES 전 TV 신제품이 공개되는 '삼성 퍼스트 룩 2018(Samsung First Look 2018)' 행사에서는 올해 출시할 2018년형 4K QLED TV와 LG전자의 가장 최근 출시된 2017년 OLED TV의 비교 시연도 진행했다. 현장에서 삼성 측은 "QLED TV의 약점으로 꼽혀왔던 블랙 색상 표현력을 높였으며,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OLED TV보다 색이 뭉개지지 않고 선명하게 표현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