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스마트폰 시장…그래도 혁신이 답이었다

신제품 상향 평준화…기업간 경쟁 더 치열해져

홈&모바일입력 :2017/12/20 16:04    수정: 2017/12/20 16:04

2017년은 스마트폰 업계에 있어서 '혁신'의 한 해였다. 글로벌 제조사들은 다양한 혁신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잇따라 출시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한편 소비자들의 소구 포인트를 자극하며 교체 수요를 확대,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을 이뤄냈다.

이에 올해 스마트폰 신제품들의 성능도 상향평준화되면서 프리미엄 요소를 탑재한 중저가 제품들도 대거 출시됐으며, 출고가가 100만 원을 훌쩍 넘기며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했다. 중국 제조사들도 혁신 기능들을 선(先)탑재하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선두인 삼성전자와 애플을 무섭게 추격했다.

지난 1년 간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통해 등장한 혁신 요소들은 테두리가 거의 없는 베젤리스 화면, 한층 똑똑해진 듀얼 카메라,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진화된 생체인식 기능, AI 솔루션 등을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이 같은 프리미엄 요소들을 대거 탑재한 갤럭시S8을 선보이며 지난해 갤럭시노트7의 발화와 단종으로 하락했던 브랜드 신뢰도를 회복했다. 지난해 4분기 애플에 빼앗겼던 1위 자리를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량을 늘리며 한 분기 만에 탈환한 데 이어 갤럭시S8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갤럭시S8은 화면 베젤을 최소화한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물리적 홈버튼 제거, 지능형 인터페이스 '빅스비', 지문 홍채 얼굴 생체 인식 등이 적용됐다. 이어 하반기 출시된 갤럭시노트8은 삼성 스마트폰 최초 듀얼 카메라와 6.3인치 대화면, 노트와 S펜의 새로운 사용자 경험(UX)으로 예약판매 최고 실적 등을 갈아치우며 선방했다. 두 제품은 모두 엣지(곡면) 디자인 화면을 채택하며 다른 제조사들과 차별화를 이뤘다.

왼쪽부터 갤럭시노트8, V30, 아이폰X.(사진=각 사)

제품의 혁신은 판매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7천910만대, 2분기 7천940만대, 3분기 8천340만대의 스마트폰 판매량을 기록하며 20%대 점유율을 유지하며 왕좌를 수성했다. 이는 지난해 악재를 훌훌 털어버리고 앞으로의 스마트폰 혁신과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삼성전자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애플도 순탄치만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애플은 올해 아이폰 출시 10주년 기념작인 아이폰X과 함께 이례적으로 전작을 업그레이드한 아이폰8 시리즈를 함께 출시했다. 우선 제품 혁신에는 성공했다는 평이다. 주력 플래그십 모델인 아이폰X은 아이폰6와 아이폰7 등 전작과는 달리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과 성능을 탑재했다.

아이폰X은 애플 스마트폰 처음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적용한 베젤리스(테두리가 없는) 화면를 적용했으며 지문인식을 대체하는 안면인식 기능 '페이스ID', 트루뎁스 카메라 시스템, 듀얼 카메라, 얼굴표정을 감지해 3D 이모티콘으로 만들어주는 '애니모지' 기능 등 증강현실(AR) 서비스들로 무장했다.

애플은 아이폰X에 이 같은 혁신 기능들을 탑재하면서 초반에는 공급 부족 문제를 겪었다. 또 아이폰8과 아이폰X 일부 제품에서 배터리 스웰링 현상, 저온도 먹통 현상, 화면 번인(burn-in), 디스플레이 세로 녹색선 현상 등 제품 결함 문제를 겪기도 했지만, 이내 잠잠해지며 우려를 덜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중국 업체들은 최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고성능 제품을 쏟아내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중국 상위 4개 제조사는 스마트폰 출하량 기준으로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한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약진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 3위인 화웨이는 지난 6월과 7월, 애플의 시장 점유율을 꺾고 2위 자리에 올라서기도 했다. 위천둥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말 2년 내 애플을 뛰어넘고 2021년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제치고 1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다.

화웨이는 상반기 1천200만·2천만 화소 듀얼 카메라를 탑재한 8가지 색상의 플래그십 모델 P10 시리즈를 선보인 데 이어 하반기에는 AI 프로세서를 첫 탑재한 메이트10 시리즈를 출시하며 기술 경쟁력을 과시했다. 아너(Honor)와 노바(nova) 등 중가 라인업 신제품도 대거 출시하며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내년에는 최대 프리미엄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선언하면서 삼성전자, 애플과의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가 지난 11월 28일 공개한 '아너V10'.(사진=화웨이)

LG전자는 G5에 적용했던 모듈형 디자인을 버리고 올해 완성도를 높인 플래그십 모델을 선보이며 안정화를 꾀했다. 회사는 상반기 전면부를 꽉 채우는 대화면 풀비전 디스플레이와 전후면 광각 카메라 등을 탑재한 G6와 하반기 프리미엄 멀티미디어 기능들을 탑재하면서도 가벼운 무게를 구현한 V30 등 플래그십 모델을 선보였다.

시장에서는 제품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10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1조2천591억원의 적자를 기록, 올해 들어 지난 3분기까지 누적적자 규모를 5천억원대까지 줄였다. 적자를 최소화하고 스마트폰 사업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제품의 혁신과 함께 브랜드 이미지 강화가 필요할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회사는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시그니처'를 적용한 200만원대의 초고가 한정판 'LG 시그니처 에디션'을 국내에 출시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 단행된 LG전자 인사에서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수장을 조준호 사장에서 황정환 부사장으로 교체하면서 쇄신을 꾀하고 있다. OLED TV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인물인 만큼 내년에는 '성공 DNA'를 모바일 사업에도 끌어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마트폰의 혁신은 내년에도 시장 성장을 이끌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2018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올해보다 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간 기술 경쟁이 지속되며 교체 수요를 늘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SA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15억4천30만대를 기록하며 내년에는 16억2천85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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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도 대화면, 베젤리스 디자인, 듀얼 카메라 등 트렌드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2인자 애플의 가세로 OLED 스마트폰의 보급화도 빠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의 심장부인 고성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소프트웨어 기술로 한층 진화된 AI, 증강현실(AR) 솔루션이 적용된 제품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내수 시장에서 쌓은 수익과 정부 지원금을 기반으로 연구개발(R&D)에 대폭 투자하며 기술 선점에 나서면서 앞으로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과 애플을 위협할 것"이라며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는 AI 솔루션이나 새로운 디스플레이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기술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