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완전자급제는 30일 국회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서도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이통사의 단말기 판매를 법으로 막는 일종의 시장 진입금지 규제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로 잠시 논의된 적은 있지만 전례가 없는 제도라 도입 시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나 연구는 실제로 부족한 편이다.
20대 국회에선 국정감사 직전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의 박홍근 의원이 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또 여당에서 신경민 의원과 김성수 의원도 법안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현재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두고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국회에선 사실상 통신비 부담 절감이 가능한 유일한 방법으로 보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국회는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라고 몰아갔다. 반면 정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되풀이했다.
양측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완전자급제를 둘러싼 논란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국회는 완전자급제 강공, 정부는 신중론 유지
더불어민주당의 김성수 의원은 이날 오전 질의에서 “정부가 지난주 여야 의원실을 찾아 실무자의 단말기 완전자급제 검토 보고를 해주셨다”며 “(보고서의) 결론만 보면 완전자급제 도입을 통한 부작용은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급격히 악화된 국민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소비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식이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서 내용이 그대로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데 정부가 외부에 문건을 공개한 것이냐”며 “정부는 개선할 고민을 하지 않고 반대논리 개발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몰아 부쳤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보고서 내용이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며 “지난 번에도 말했듯이 원론적인 점은 동의하지만 제조사, 이통사, 대리점, 유통, 특히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정밀하게 검토하고 국회와 논의할 예정이다”고 답했다.
김성수 의원이 밝힌 보고 내용은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될 경우 단말기 가격 인하 요인은 적고 소비자 구입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주된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와 애플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제조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95%나 되는데 한국만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완전자급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국내에서만 판매가를 인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외산폰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국내 시장에서 완전자급제가 도입된다고 글로벌 중저가 단말기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비현실적이란 내용을 담고 있다.
단말기 유통법으로 도입돼 있는 25% 선택약정할인 제도가 없어져 통신비 부담이 늘 수도 있고, 이통사 간 요금 경쟁을 무조건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포함됐다. 특히 통신 서비스 비용 인하에 대해서는 정부의 규제 권한이 사라져 이통사가 요금을 올려도 막을 길이 없다는 점도 거론됐다.
■ 정부 공식입장, 완전자급제는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유 장관은 또 “(보고서의 일부 표현은) 지나치다고 인정하지만 외부 공개 문건이 아니라 내부 실무진의 검토 사안일 뿐”이라며 “여러 의원실에 차관과 실무자가 찾아간 것은 지난 감사에서 지적된 사안 중에 확인감사 이전에 미리 설명을 하겠다는 것인데 다소 마치 공식적인 입장인 듯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의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공식 입장은 향후 출범할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장관이 부처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같은 질의는 이어졌다.
자유한국당의 김정재 의원은 “완전자급제 제도에 국회가 심도있는 논의를 하고 있는데 정부가 의원실에 보고서 자료를 제출한 것은 (완전자급제로) 이용자 부담이 증가하고 사업자의 영업익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 공식입장인가”라고 물었다.
유 장관은 “확인감사에서 시간적인 답변 여유가 없으니 지난 국감에서 지적된 사항을 의원실 찾아다니면서 설명드리는 것 중 하나였을 뿐이다”며 “통신비 부담 경감 측면에서 그동안 통신서비스 비용에 맞춰져 있던 것이 단말기 쪽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단말기 완전자급제도 정밀하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 완전자급제가 새 정부 국정철학?
더불어민주당의 변재일 의원은 주무부처의 단말기 완전자급제 반대 의견은 국정철학에 반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변 의원은 “새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에서 주택비, 교육비,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자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국회가 통신서비스 이용자 입장에서 보자고 방향성이 정립된 것인데 정 반대로 보고를 하고 다닌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통신비는 소비자 입장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 국정과제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며 “가계통신비 절감을 통신 비용 측면에서만 봤는데 단말에 대한 심각성 문제가 커져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실무진의 설명을 드렸는데 반대하는 인상을 드린 것 같은데 이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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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의원은 또 “반대를 하는 인상 준 부분을 송구하게 생각하냐”고 재차 묻자 유 장관은 “송구하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과기정통부 종합감사에서 단말기 유통법에 관련한 질의는 나오지 않았다. 시행 4년차를 맞은 단말기 유통법은 20대 국회에서만 20건의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과방위는 소관위 접수만 했을 뿐 단 한번도 심도있는 논의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