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포르쉐 시승이 잡혔다. 그 주인공은 포르쉐 신형 파나메라 4S다.
설레기도 했지만, 두렵기도 했다. 평소에 겁이 많은 성격이라 고성능 차량을 과연 직접 운전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
하지만 신형 파나메라 4S는 스포츠 세단 운전 경험이 없어도 편안한 도로 주행을 할 수 있는 ‘첨단 스포츠 세단’이었다. 스포티한 주행성능과 럭셔리 세단의 안락함을 동시에 제공하려는 포르쉐의 의도가 많이 반영된 차량 중 하나였다.
25일부터 26일 이틀간 진행된 포르쉐 신형 파나메라 4S 시승 코스는 서울 포르쉐센터 용산부터 경기도 가평 아난티하우스까지 왕복 130여km 구간으로 구성됐다. 일반 도심 주행과 고속도로 주행을 짧은 시간에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짧은 시간 때문에 차량의 외관과 내관을 자세히 살피기엔 한계가 있었다. 대신 운전을 하면서 신형 파나메라의 주행성능,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 첨단 사양을 파악이 가능했다. 이번 시승기에는 이 3가지 키워드를 주제로 다뤄보고, 추후 차량을 받을 때 디자인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조용하고 경쾌하다’ 파나메라 4S가 가진 두 가지 성격
신형 파나메라 4S는 한마디로 다중인격자나 다름없다. 일상 도로 주행에서는 정숙함을 유지하는 한편, 고속 주행에서는 스트레스가 확 풀릴 정도의 묵직한 배기음을 낸다.
26일 시승 때 올림픽대로 교통상황이 좋지 못했다. 시속 20km/h 내외로 거북이 주행을 하는 차량이 많았다. 이 때문에 80km/h 정도의 일상 주행을 즐기기엔 한계가 있었다.
정체구간을 지나가면서 놀란 것은 신형 파나메라 4S의 엔진 아이들링이다. 아이들링은 엔진에 특별한 무리를 가하지 않고 정차 이전 단계 저속 단계에서의 안정된 상태를 이야기 하는데, 운전자는 시트 또는 대시보드 진동 상태에 따라 아이들링 품질을 느낄 수 있다.
신형 파나메라 4S는 저속 주행 구간에서 마치 고급 럭셔리 세단을 모는 듯한 정숙성을 갖췄다. 아이들링도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실내 소음 관리에 신경을 쓴 모습이 보인다. 이 차가 강한 고성능을 내는 차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체가 풀리자, 가속페달을 살며시 밟고 포르쉐 신형 파나메라 4S의 진정한 주행성능을 체험해봤다.
신형 파나메라 4S의 제로백(시속 0에서 100km/h까지 도달 시 걸리는 시간)은 4.2초다. 차량 크기가 전장 5050mm, 전폭 1935mm, 전고 1425mm, 휠베이스 2950mm며 공차 중량이 2060kg에 이르지만 차량 엔진은 최고출력 440마력 최대토크 56.1kg.m(1750~5500RPM)의 힘을 발휘한다. 이전 세대에 비해 무려 20마력 높아진 힘이다.
고속 주행시 신형 파나메라 4S에서 들리는 배기음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적응할 정도다. 고막을 찌르거나 거북한 느낌이 아니다. 좀 더 달리고자 하는 스포츠 세단 마니아들의 욕심을 충족시킬 정도로 부드럽게 나아간다. 8단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 변속기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아쉬운 것은 신형 파나메라 4S의 드라이브 모드 버튼 위치다.
신형 파나메라 4S에서 드라이브 모드를 변경하려면 스티어링 휠 오른편 아래에 원형 다이얼을 돌려야 한다. 아니면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변경이 가능하다. 드라이브 모드는 총 4가지며 노멀(일반 주행),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인디비주얼(개인별 설정)로 나눠진다.
원형 다이얼에는 각 주행모드를 상징하는 영문 알파벳이 하나만 적혀있다. 게다가 글씨의 크기도 작아서 어두운 도로를 주행할 때 잘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변속기 주변 버튼에 이 다이얼을 위치했으면 좋다는 생각이다. 스티어링 휠 아랫편 원형 다이얼은 인체공학적이지 못하고, 스포티한 운전에 방해 요소로 자리잡을 수 있다.
■차선유지보조장치에 나이트 비전 어시스트까지...첨단 기술의 향연
포르쉐는 앞으로 전기차 시대를 실현하기 위한 여러 준비를 진행중이다. 현재 콘셉트카 단계인 '미션-E 프로젝트'가 포르쉐 전기차 시대의 상징적인 존재나 다름없다. 포르쉐 코리아도 독일 포르쉐 본사의 방침에 따르기 위해 'E-모빌리티' 시대를 이끌겠다는 선언을 했다.
E-모빌리티 시대를 이끌기 위해서는 운전자의 시각과 쉬운 운전을 유도할 수 있는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구현이 필수다.
신형 파나메라 4S는 포르쉐의 미래 자동차 산업 전략을 알리기 위한 전략 세단으로 활용된 듯 하다. 12.3인치 크기의 와이드한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차선유지보조장치, 나이트 비전 어시스트 등의 신기술이 적용됐기 때문.
12.3인치 크기의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는 마치 애플 카플레이를 보는 듯한 느낌의 한글 폰트가 적용됐다. 이 한글 폰트는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며 깨짐 현상도 없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신형 파나메라 4S는 해외 판매 모델과 달리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차선유지보조장치가 탑재됐다. 포르쉐 코리아는 이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차선유지보조장치의 성능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부재를 만회할 정도로 정교했다. 윈드쉴드에 부착한 차선 인식용 카메라는 흐릿한 올림픽대로 실선과 점선을 제대로 인식했다. 이 시스템은 시속 60km/h 이상 주행시 작동 가능하다.
직접 두 손을 놓고 신형 파나메라 4S의 차선유지보조장치를 써봤다. 파나메라 4S는 약 15초간 스티어링 휠을 자동 조향한 후, 경고음과 함께 계기반에 스티어링 휠 소지 경고 문구를 보냈다. 이 때 '인계 필수'라는 애매한 용어가 등장하는 점은 옥에 티다.
만일 이 경고를 운전자가 놓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파나메라 4S는 다른 브랜드 차선유지보조장치와 다르게 여러 차례 경고를 내보내지 않고 단 한 번 경고를 보낸다.
운전자가 이 경고를 무시하면 약 5초 이후 스스로 차선유지보조장치를 일시적으로 해제시켜버린다. 이 때 운전자가 다시 스티어링 휠을 잡으면 차선유지보조장치는 재작동된다. 신형 파나메라 4S의 차선유지보조장치는 이 영상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영상=포르쉐 신형 파나메라 4S에 탑재된 차선유지보조장치, 어떻게 작동되나?
스티어링 휠 오른편 미니 다이얼을 여러 차례 돌려보니 나이트 비전 어시스트 화면이 등장했다.
포르쉐에 따르면 이 기능은 어두운 밤길 사람이나 몸집이 큰 동물을 감지할 수 있다. 84개의 이미지 포인트가 달린 신형 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 덕분이다.
나이트 비전 어시스트가 정말 동물과 사람등을 감지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시승코스에 야생 동물을 만날 수 있는 체험 구간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상적인 것은 주간에도 이 기능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차량 후드 아래쪽까지 이 카메라 화면이 비추기 때문에 골목길 주행시 사각지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운전이 서투른 경우 나이트 비전 어시스트를 꼭 쓰길 바란다.
관련기사
- [시승기] 도로 정체 스트레스 덜어주는 '볼보 XC60'2017.10.27
- [시승기] 티볼리 오너, 티볼리 아머를 타다2017.10.27
- [시승기] 첨단 자율주행 세단 '제네시스 G70'2017.10.27
- [시승기] “넓고 조용하다” 르노삼성 QM6 가솔린2017.10.27
신형 파나메라 4S의 가격은 1억7천370만원이다. 약 20가지 정도의 옵션 사양을 추가할 경우 판매가는 2억원이 훌쩍 넘는다. 이날 시승한 차량의 판매가는 2억2천130만원이었다.
포르쉐코리아는 앞으로 파나메라 4S 외에도 파나메라 터보,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 신형 카이엔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자체 E-모빌리티 전략 실행을 위해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도 도입해 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