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의 최신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중 하나인 ‘파일럿 어시스트 2’는 그동안 국내에서 출시된 볼보 XC90, S90, V90 크로스 컨트리 등에 기본 사양으로 탑재됐다. 시속 15km/h 이상 주행시 사용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시속 15km/h 이상에서 해당 기능을 쓸 수 있다는 점은 정체 구간을 자주 접해야 하는 국내 운전자들에게 희소식이나 다름없다. 현대기아차 등 그동안 국내에서 출시되는 차량의 차선유지보조장치(LKAS)는 시속 60km/h 이상에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HDA(고속도로주행보조시스템)은 시속 0~150km/h 이내에서 쓸 수 있지만, 고속도로 진입시에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볼보 ‘파일럿 어시스트 2’는 일반 도로, 도시고속도로(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등), 고속도로 등에서 제한 없이 쓸 수 있다.
그동안 기자는 정체구간에서 볼보 ‘파일럿 어시스트 2’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XC60 미디어 시승회를 계기로 정체가 심했던 올림픽대로 구간에 ‘파일럿 어시스트 2’ 기능을 사용해볼 수 있게 됐다.
■정체로 인한 스트레스 해결해준 ‘파일럿 어시스트 2’
볼보 XC60 미디어 시승회 코스는 기존 미디어 시승회와 비교해봤을 때 긴 편이었다. 서울, 경기도 양평, 강원도 홍천 등을 오고가는 코스로 총 237km 거리다. 일반적으로 미디어 시승회 코스 길이는 평균 80km~100km 정도다.
볼보차코리아 측은 이번 시승회에 두 종류의 XC60 차량을 준비했다. 하나는 가솔린 T6 AWD, 또다른 하나는 디젤 D4 AWD다.
서울에서 중간 목적지인 경기도 양평까지 가솔린 T6 차량을 이용했다. 트림은 최고급 ‘R-디자인’에서 한단계 아랫 등급인 ‘인스크립션’이다. XC60 디젤 D4에서는 ‘R-디자인’ 트림이 없다.
경기도 양평까지 이동하는 길에는 정체 구간인 올림픽대로 구간을 거쳐야 했다. 해당 도로는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보통 미디어 시승회에서 정체구간을 만나면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체력 저하 뿐만 아니라, 시간 지체로 인한 업무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압박감과 여러번 브레이크 페달을 건드리다 보면 몸의 피로는 두 배 이상 쌓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XC60 전 트림 기본 사양인 ‘파일럿 어시스트 2’ 덕분에 정체구간으로 인한 육체 및 정신적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 덜게 됐다.
‘파일럿 어시스트 2’는 일반적으로 작동되는 ‘LKA(Lane Keeping Aid)’ 기능보다 차선 중앙 유지 능력이 뛰어나다. 차선 내에서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개념이 아니다.
그 이유는 스티어링 휠에 가해지는 토크의 세기다. 해당 기능을 실행시키면 스티어링 휠에 강한 토크를 넣어 어떠한 상황에서 차선 중앙 유지 능력과 곡선 주로 능력을 원활하게 해준다.
‘파일럿 어시스트 2’ 실행시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약 10초 이내에 ‘조향하십시오’라는 문구를 계기반 클러스터와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띄운다. 만일 운전자가 이 경고를 무시할 경우, ‘조향하십시오’ 경고 문구는 별도 경고음과 함께 재등장한다. 이 경고도 무시할 경우, ‘취소됨’ 문구가 등장하고 차량 스스로 자동 감속을 진행한다.
‘파일럿 어시스트 2’는 완전 자율주행 단계로 가는 과도기적 역할을 해주고 있다. 국내외 법이 완전 자율주행을 허용한다면, 수많은 운전자들의 운전 피로를 덜게 해주는 기능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기능은 운전자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다. 차선 자체를 카메라로 읽기 때문에, 공사구간이나 임시포장 도로를 지날 경우, 일시적으로 해제될 수 있다. 이 차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라면, 너무 이 기능에 큰 믿음을 주면 안된다.
*영상 = [볼보 XC60 시승] 막히는 도로에서도 효과 있는 ‘파일럿 어시스트 2’ 반자율주행 기능
■넘치는 힘, 고속주행시 엔진 소음 아쉬워
볼보 XC60의 특징은 가솔린 가격이 디젤 가격보다 비싼 점이다. 디젤 인스크립션 모델 기본 판매가는 6천740만원이며, 가솔린 T6 기본 판매가는 7천540만원이다. 무려 800만원이나 차이난다.
가격이 이렇게 차이나는 이유는 바로 엔진의 출력 차이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가솔린 모델에는 1천969CC 직렬 4기통 엔진이 탑재됐는데, 최고출력은 5천700RPM 도달시 320마력이다. 디젤의 경우 배기량은 같지만 최고출력은 4천250RPM 도달시 190마력이다. 가솔린 모델에 수퍼차저와 터보차저가 동시에 적용됐기 때문이다.
두 엔진의 최대 토크는 40.8kg.m로 같다. 다만 가솔린의 경우 2천200RPM~5천400RPM시 이같은 최대 토크가 나며, 디젤은 1천750RPM~2천500 RPM시 이 최대 토크까지 올라간다.
실제 주행은 어떨까? 가솔린 모델이 디젤 모델보다 힘 면에서 앞선 느낌은 분명히 난다. 올림픽대로에서 벗어나 고속도로 주행시, 추월 가속으로 인한 쾌감이 생각했던 것에 비해 높다. 하지만 고속 주행으로 인한 엔진 소음은 어느 정도 실내에 많이 유입되는 편이다.
디젤 차량으로 바꿔탄 후, 똑같이 급가속을 해봤다. 가솔린보다 70kg 가벼워서인지 일반 주행시에는 가솔린 모델과 비교했을 때 힘이 부족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볼보차코리아가 밝힌 볼보 XC60 공차중량은 디젤 D4 AWD 1천880kg, 가솔린 T6 AWD 1천950kg이다.
■개방감 뛰어난 중형 프리미엄 SUV, 수입차 시장 압도하나
볼보 XC60 운전석 시야는 다른 중형 SUV와 비교했을 때 더 넓은 편이다. 바깥에서 봤을 때 엔진후드 캐릭터 라인이 다른 경쟁 차종에 비해 입체적인 편이지만, 이 캐릭터 라인 디자인이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는 않는다. 강한 캐릭터 라인 등으로 인해 시야가 가려 운전석 시트 높낮이 조절이 필요한 다른 차종과는 느낌이 다르다. 편안한 운전을 원하는 4인 가족 가장이라면 XC60을 충분히 탐낼만 하다.
볼보차코리아 측은 XC60의 사전 계약량이 1천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볼보의 얼굴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전 계약량 중 최고급 트림 비중이 97%나 차지한다는 점도 볼보차코리아가 자세하게 내세울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다. 좀 더 적극적인 마케팅과 물량 확보가 더해지면, 독일차 중심의 국내 수입차 시장 재편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볼보차코리아에게 남은 과제는 여전
하지만 볼보차코리아가 XC60 등의 판매를 촉진시키려면,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한글화에 좀 더 적극 나서야 한다.
볼보 XC60 등 9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차량 내비게이션의 최대 단점은 바로 성의없는 길안내 시스템이다.
국내 내비게이션은 기본적으로 길안내 시 도로명을 중점적으로 알려준다. 만일 서울 마포구 양화로에 위치한 ‘지디넷코리아’를 안내할 때 “양화로 방면으로 좌회전입니다” 또는 “양화로 방면으로 좌측 방향입니다”라는 음성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볼보의 국내 내비게이션은 도로 명칭 대신 숫자로 알려준다. 고속도로, 일반도로 상관없이 무조건 도로의 번호만으로 방향을 안내해준다. 이는 초행길에 나서는 볼보 운전자들에게 큰 혼란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볼보 차량 구매자라면 자체 내비게이션 구매 이전에 스마트폰 앱 내비게이션을 쓰는게 효율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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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C60을 운전하면서, 계기반에서도 볼보차코리아의 부족한 한글 표기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솔린 모델 시승시에는 계기반 클러스터 메뉴 창에 ‘네비게이션’이라고 뜬 반면, 디젤 모델 시승땐 ‘내비게이션’ 표기를 볼 수 있었다. 올바른 ‘내비게이션’ 표기가 디젤에 들어갔지만, 정확하지 않은 표기인 ‘네비게이션’이 가솔린 모델에 들어갔다는 점은 아쉽다. 좀 더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