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야당을 중심으로 ‘포털 죽이기’가 한창이다.
매출 규모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포털들이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을 지고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일각에서는 '뉴노멀법'이란 이름으로 포털이 이동통신사 수준의 강도 높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법안까지 발의한 상황이다.
먼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 하는 여러 근거와 논거의 적정성을 떠나, 포털들이 더 많이 또 진지하게 사회적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만을 앞세워 뒤로 숨기보다, 또 강도 높은 규제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보다 더 많은 공적 책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작은 업체와의 더 나은 상생 방안, 이용자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정책들을 진정성 있게 연구하고 실제 그 결과물을 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 현장에서, 또 이용자들 사이에서 포털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끊임없이, 더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털들은 이런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회의 포털 옥죄기가 타당성을 갖는 건 아니다. 국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는 상식적인 이유를 갖고, 넓은 시각에서 포털에 사회적 책임을 주문해야 한다.
단순히 회사가 커졌고, 광고시장이나 ICT 환경이 인터넷 플랫폼 중심으로 흘러간다고 해서 이들을 악덕 기업으로 내몰아선 안 된다.
자유한국당 비례대표인 김성태 의원이 발의한 '뉴노멀법’이 대표적이다.
김의원은 이 법이 시대 변화에 따른 새 표준인 것처럼 포장했다. 하지만 겉모양만 그럴 뿐 속내를 들여다보면 시대를 역주행하는 법안이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주파수 같은 공공재를 이용해 경쟁이 제한된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이통사들과 같은 수준의 채찍(규제)을 가하는 것이 ‘새 시대, 새 표준’으로 불릴 수 있는지 의문이다.
포털 사업자들에게 더 큰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 자체는 타당해 보이지만, 이통사와 방송사들에게 의무가 부여된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분담하라는 건 방법론에서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방송통신발전기금이 더 걷힌다고 해서 국내 ICT 산업이 더욱 발전할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5년간 심의한 불법정보와 시정요구 수를 담은 통계 자료를 앞세워 포털에 그 책임을 덧씌우려는 것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다. 주장과 이를 뒷받침 하는 논거가 따로 노는 느낌이다.[☞관련기사: 김성태 의원의 포털규제 논리에 "글쎄…"]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2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 높은 포털의 공정성이 요구된다”면서도 “뉴노멀법이 글로벌 기업에 대해 규제나 실행력을 갖출 수 있는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의원은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해외 사업자들도 적용할 수 있는 ‘역외적용’ 조항을 신설했다고 하지만, 유영민 장관이 그 실효성에 의문을 표한 셈이다. 무수한 과거 사례를 통해 유추할 수 있듯, 또 국내 기업만 옥죄는 법안으로 보인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난 달 27일 민경욱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포털에 사회적 책임을 묻는다’ 토론회에서 대부분의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포털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에도 강제적인 책임 부과에 대해서는 상당수가 물음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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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사업자들의 국내 ICT 시장 잠식이 가시화 된 시점에, 국가적인 생존 전략이 더 시급하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토론장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했다는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국감 시즌을 맞아 포털에 대한 문제를 풀려는 의도는 아름다운데, 포장만 요란할 뿐 여전히 근시안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그 논리와 방법의 수가 얕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