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지드 인프라는 운영 간소화를 위해 나왔지만,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 하드웨어만 하나의 박스에 담는데 그쳐 관리 인터페이스 통합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하드웨어 컨버지드 인프라였다. 하이퍼 컨버지드란 소프트웨어를 완전히 재작성해서 스토리지와 네트워크의 인터페이스까지 완전히 가상화해 단일 인터페이스로 통합하는 것이다. 이것이 HCI 성공의 이유다.”
서닐 포티 뉴타닉스 최고제품및개발책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더딘 성장을 보였던 컨버지드 인프라(CI)에 비해 하이퍼 컨버지드 인프라(HCI)가 급격히 시장을 확대한 이유를 묻자 한 답변이었다.
그는 “뉴타닉스는 HCI를 소프트웨어 컨버지드 인프라라 생각한다”며 “아마존웹서비스(AWS) 환경에선 스토리지 운영자나 네트워크 운영자가 따로 없고 운영자 한명이 VM만 관리하듯 뉴타닉스도 가상화 운영자 한명만 존재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뉴타닉스는 2009년 설립된 후 HCI란 시장을 개척해왔다. 그 동안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가상화 등을 하나의 박스로 묶었던 통합 어플라이언스 시장은 그전까지의 정체를 벗어나 HCI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 중심에 있던 뉴타닉스는 가상화SW 1위 VM웨어 입지까지 위협할 수준에 올랐다.
뉴타닉스는 HCI란 통합 제품을 판매하지만, 하드웨어 기업에게 HCI를 OEM으로 공급받고 있다. 그런데 뉴타닉스의 주문을 받는 하드웨어업체들은 뉴타닉스와 경쟁하는 HCI를 판매하고 있다. 흥미로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일례로 델EMC는 뉴타닉스 HCI를 OEM하는 메인 파트너면서, 자회사인 VM웨어 기반의 HCI를 판매해 경쟁한다.
아무리 적도 아군도 따로 없이, 경쟁과 파트너십 사이를 줄타기하는 게 오늘날 IT업계의 유행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뉴타닉스의 사업 모델은 특이하다.
서닐 포티는 이에 대해 “어떤 회사가 아주 큰 시장을 노리게 되면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도 경쟁할 수밖에 없다는 걸 경험하게 된다”며 “뉴타닉스는 방대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경쟁사도 이 시장에 들어가겠다면서 동시에 우리와 파트너십을 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전을 보면, VM웨어는 시트릭스와 긴밀한 파트너였으나 이후 정면으로 경쟁했고, 시스코와도 파트너였는데 지금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시트릭스 VDI는 지금도 60%가 VM웨어 가상화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전세계 VM웨어 환경의 90%가 시스코 스위치서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만 보더라도 AWS는 많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는데, 데이터웨어하우스나 빅데이터 서비스 같은 게 급부상하면 자체 서비스를 구축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고객에게 필요하다면 이전엔 경쟁이다가 지금은 파트너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고객 요구에 맞출 뿐이란 입장이었다. 그는 “델EMC를 일컬어 뉴타닉스는 제1 파트너면서 동시에 제1 경쟁사라고 한다”며 “그럼에도 고객은 뉴타닉스를 구매하는 것이지 델EMC나 레노버, 슈퍼마이크로를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애플도 앱을 써드파티에서 만들게 하면서도 자기 스스로 만들기도 한다”며 “플랫폼 기업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관계에서 파트너와 경쟁사를 관리하는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뉴타닉스는 최근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플랫폼 회사라고 스스로를 지칭한다. 사실 최근의 뉴타닉스는 HCI란 용어도 크게 강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뉴타닉스는 HCI 제품의 소프트웨어를 기반 플랫폼으로 삼아 엔터프라이즈의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다양한 퍼블릭 클라우드를 단일 환경으로 통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인 ‘자이클라우드(Xi Cloud)’는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상에 뉴타닉스 플랫폼을 올려 사용하게 한다. 단순히 구글 클라우드에서 뉴타닉스 VM을 올리는 게 아니라, 관리도구와 기술지원 절차, 라이선스 등에 이르기까지 자이클라우드로 단일화한다.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플랫폼이란 전략에서 나온 또다른 신제품은 ‘뉴타닉스 캄(Calm)’이다. 뉴타닉스 캄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뉴타닉스 기반 프라이빗 클라우드나 퍼블릭 클라우드 어디서든 운영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는 “캄은 오케스트레이션과 자동화, 그리고 인프라 플랫폼 추상화란 두가지 목적을 위해 만든 것”이라며 “캄은 뉴타닉스의 스택을 모두 이해하고 있어서 여러개의 VM 을 그룹으로 묶어 배포하거나 애플리케이션 업그레이드를 자동화해주고, 애플리케이션 의존성이나 다양한 요구를 정의해 관리를 자동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애플리케이션을 한번의 클릭으로 배포하고, 뉴타닉스에 있던 걸 AWS로, AWS에 있던 걸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로 이전하는 식이 가능하다”며 “모바일 앱을 하나만 만들어도 아이폰이든 안드로이드폰이든 다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타닉스 HCI는 하드웨어 지원 범위를 IBM 파워 시스템까지 확대했을 뿐 아니라, VM웨어, 마이크로소프트 하이퍼V 등의 하이퍼바이저도 계속 지원한다. 그러나 뉴타닉스 자체 하이퍼바이저인 AHV가 빠르게 시장에 흡수되고 있다. 파트너 중 하나인 VM웨어는 이런 상황에 뉴타닉스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서닐 포티는 이에 대해 “약자가 강자를 한번이라도 더 때리려 노력하지만, 강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약자를 때리려 하진 않는다”며 “강자가 주먹을 휘두를수록 주위에서 약자를 위협적 존재로 여기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뉴타닉스 솔루션은 VM웨어 API를 활용하고 있고, 제품 지원 차원에서 VM웨어 견제에 따른 위험성은 전혀 문제없다”며 “위협이라면 VM웨어가 V스피어에서 VSAN을 쓰라고 강제하거나 NSX의 마이크로세그멘테이션을 밀어붙일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는 “VM웨어는 이미 하이퍼바이저 점유율을 최대화해서 새로운 성장 위해 시스코와 경쟁하는 NSX 네트워킹을 밀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VM웨어 NSX 기능 대부분은 뉴타닉스에서 무상으로 가능한 기능이기 때문에, VM웨어는 다음 성장 이뤄낼 제품 역시도 뉴타닉스란 강한 리스크를 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IT기업과 일반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과제를 만나면서, 기술적 해법으로 마이크로서비스와 컨테이너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한 그의 의견을 물어봤다.
그는 “마이크로서비스와 데브옵스 혹은 클라우드옵스란 패러다음은 개발 중심적 패러다임”이라며 “이런 개발은 소비자 대상 앱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고, 엔터프라이즈 주류 앱에선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로서비스와 컨테이너를 사용하는 기업은 전세계적으로 수백개에 불과하고, 기존 앱을 쓰는 기업은 여전히 수십만 곳”이라며 “그리고 뉴타닉스는 이런 클라우드 네이티브 앱에서 두가지의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컨테이너 기술을 사용하는 차세대 서비스에서 ‘스테이트풀’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데이터와 네트워킹의 안전성을 담보하기에 아직 컨테이너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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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쿠버네테스 같은 컨테이너 툴은 아직 엔터프라이즈급 역량을 제공하지 못한다”며 “컨테이너는 일반적으로 금융거래 앱에서 웹서버나 앱서버 팜에서 활용되고 있을 뿐이지, 99.999% 가용성이나 보안, 마이크로세그멘테이션 같은 기능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리고, 뉴타닉스는 컨테이너를 주류에서 쓰이도록 컨테이너도 하나의 패브릭에 통합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컨테이너와 VM이 동일 플랫폼 상에 올라가게 해서, 앱이 VM에서 시작했어도 새 인프라 구매없이 컨테이너로 바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게 우리가 보는 두번째 기회”라고 강조했다.